악역으로 또 한번 ‘빛나’ 볼래요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리고 하지원에겐 왕빛나가 있다. 드라마 <황진이>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하지원은 ‘부용’ 역할의 왕빛나와 대결 구도를 이뤄 시청자들을 가슴 졸이게 만들 예정이다. 데뷔 이후 6년여 동안 다져온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는 왕빛나가 <황진이>에서 다시 한 번 악역으로 분해 하지원과 연기대결을 벌이게 된 것이다.
사실 왕빛나와의 인터뷰가 다소 부담스러울 거라 예상했다. <하늘이시여>에서 보여준 악역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인지 실제의 성격도 다소 ‘까칠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위해 <일요신문>을 찾은 왕빛나의 밝은 표정은 그런 걱정을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터뷰 내내 발랄한 모습을 잃지 않으며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의리를 중시하는 대장부의 기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는 털털하고 수더분한 데다 어리버리하기까지 한 평범한 여성이에요. 다소 보수적이기도 하고…. 악역이라기보단 늘 반듯한 이미지의 캐릭터만 맡아온 데다 주로 부잣집 딸 역할이었던 탓에 깍쟁이처럼 보이는 거 같아요.”
드라마 <황진이>에서 왕빛나는 주인공 황진이(하지원 분)와 경쟁 관계의 기생인 부용 역할을 맡았다. 갖은 노력을 다해 최고의 기생이 되었으나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황진이에 밀려 2인자가 되고 만 부용은 질투의 화신이 돼 사사건건 황진이와 대립하게 된다.
“극중 캐릭터가 경쟁 관계인 탓에 언론에서 자꾸 지원이 언니와 저를 대결 구도로 몰고 가 안타까워요. 카리스마 넘치는 지원이 언니에게 많이 배우고 또 친해지고 싶거든요.”
<하늘이시여>에서 여자 앵커 역할을 맡았던 왕빛나가 이번 <황진이>에선 기생으로 출연한다. 여성 앵커와 기생, 모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지식인과 예술인이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은 바 있는 왕빛나는 이번 드라마에서 조선시대 기생의 매혹적인 자태를 선보일 작정이다.
▲ 극중에서 황진이와 대결구도를 빚는 ‘부용’ 역의 왕빛나. <황진이> 제작발표회 장면. | ||
왕빛나가 가장 먼저 시작한 기생 수업은 춤(전통무용)이다. 드라마에서 부용이 주로 추는 춤은 검무. 당연히 검무가 춤 연습의 중심이지만 서른 가지 전통무용을 모두 배워 기본기를 탄탄히 해야 한다. <내사랑 못난이> 촬영 당시부터 전통무용을 배우기 시작해 벌써 3개월째 힘찬 춤사위를 가다듬고 있다. 또한 가야금 타는 장면이 많아 가야금 연습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무나 기생이 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얼굴 표정과 손가락 움직임, 발동작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기생이 돼야만 해요. 부용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뛰어난 기생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요즘 왕빛나는 방송가에서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린다. <하늘이시여> <내사랑 못난이>에 이어 <황진이>까지 올 한 해 그가 출연한 드라마가 연이어 대박을 기록하며 ‘3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있기 때문. 좋은 작품을 고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작품 내용과 캐릭터를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지만 인간적인 부분을 더욱 중시하는 편이에요. <사랑공감>에서 인연을 맺은 신윤섭 PD님의 제안을 받고 출연한 <하늘이시여>와 <내사랑 못난이>가 모두 좋은 성적을 기록했어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의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이 제게 행운을 불러준 것 같아요.”
의리를 중시한다는 그의 얘기에서 대장부의 기개가 느껴지고 이는 풍류에 맞닿아 있다. 풍류는 다시 조선 기생의 춤사위로 이어지니 ‘부용’ 왕빛나의 물오른 연기가 내심 기대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