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고현정 손예진 드라마 한 편에 ‘4억’
▲ MBC <여우야…>에 출연 중인 고현정(왼쪽)은 회당 2500만 원을 받아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번 국감에서 빠졌지만 SBS <연애시대>에 출연한 손예진도 회당 2500만 원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 ||
이에 따라 고액의 출연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스타를 홍보하는 수단이던 시대가 지나가고 너무 고액이라는 지탄을 피하기 위해 스타가 먼저 출연료를 감추는 시대가 왔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많은 출연료를 받고 있는 것일까. 지난 10월 26일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이 연예인 출연료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해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났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방송사 연예인 출연료 급등 대책 없어’라는 국정감사 질의서를 통해 KBS와 MBC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별 최고액 출연자 현황을 공개했다. 최고 기록은 현재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 출연 중인 고현정(회당 출연료 2500만 원)이 차지했다. 애초 알려진 2000만 원을 상회하는 금액으로 드라마가 16부작이니 편당 출연료가 4억 원인 셈이다. 이는 충무로에서도 최고가 영화 출연료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물론 편당 출연료가 5억 원을 육박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이는 몇몇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다.
그 동안 영화 출연료가 드라마 출연료보다 높았던 이유는 영화 촬영 기간 동안에는 배우의 방송 노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잦은 방송 노출은 CF 계약과 같은 부수입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드라마 출연료가 영화 출연료와 엇비슷해지면서 배우들이 충무로에서 여의도로 유턴하는 사례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출연료 순위 역시 이런 분위기를 입증한다. 고현정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이는 MBC 주말연속극 <누나>에 출연하는 송윤아로 회당 1100만 원을 받고 있다. 주말연속극 <누나>는 50회로 편성돼있어 편당 출연료는 5억 5000만 원이나 된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의 최강희가 회당 1000만 원,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가 회당 900만 원을 받아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송윤아와 김선아는 그 동안 영화에 전념해온 배우들이고 고현정과 최강희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방송사가 이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편당 출연료 수준을 영화와 비슷하게 책정하다보니 출연료 급등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KBS와 MBC의 드라마를 각각 나눠 방송사별 회당 최고액 출연자 드라마를 상위 10개 씩 발표했는데 KBS와 MBC를 합쳐 다시 순위를 정하면 1위부터 6위까지가 모두 MBC 드라마다. KBS에서 최고액 회당 출연료를 받은 배우는 박선영으로 <열여덟 스물아홉>에서 회당 650만 원, <슬픔이여 안녕>에선 557만 1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KBS에서 1, 2위 자리를 모두 차지한 박선영도 MBC와의 통합 순위에서는 7, 8위에 불과하다. 그만큼 MBC가 KBS보다 훨씬 높은 최고액 출연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 노 의원은 “MBC가 KBS보다 두 배의 최고 출연료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얘기한다. 게다가 MBC에서 내년에 방영될 예정인 <태왕사신기>에 출연하는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가 1억 원 정도로 거론되는데 제작사 측은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를 극비로 하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국정감사 대상이 아닌 SBS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얘기한다. SBS가 MBC 못지 않은 높은 회당 출연료로 충무로 스타들을 캐스팅하고 있다고. <연애시대>(16부작)에 출연했던 손예진이 회당 2500만 원, 현재 방영 중인 <무적의 낙하산>에 출연 중인 문정혁(에릭) 역시 회당 ‘2000만 원+α’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당 출연료는 이에 못 미치지만 훨씬 쏠쏠한 출연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사실 예능 프로그램 MC들이다. MBC와 KBS에서 모두 최고액 회당 출연료를 기록한 유재석을 예로 들어 본다. 유재석은 현재 MBC <무한도전>에서 회당 900만 원, KBS <해피투게더 프렌즈>와 MBC <놀러와>에서 회당 800만 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SBS에서도 <일요일이 좋다>와 <진실게임> MC를 맡고 있어 비슷한 수준의 회당 출연료를 받고 있다. 매주 다섯 프로그램에 MC로 출연해 매주 4000만 원 이상을 출연료로 벌어들이는 것. 이는 주 2회 편성된 <여우야 뭐하니>에 출연하는 고현정(주당 출연료 수입 5000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봄 가을 개편이 아니면 MC가 교체돼지 않아 한번 계약하면 통상 6개월 고정 출연이 가능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개편에서 MC가 교체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 송윤아(왼쪽), 김용만 | ||
이렇게 스타들의 출연료가 높아지다 보니 제작비 가운데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노 의원은 “배우 출연료 비중이 전체 제작비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며 “이는 작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 기반 등 다른 여건에 대한 투자 소홀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연예인 역시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 2005년에 방영된 한 주말연속극을 예로 들어 보면 두 명의 주연배우 출연료가 1300만 원인 데 반해 최고액 조연 배우 출연료는 500만 원이다. 그런데 하위 10명의 평균 출연료는 14만 3000원으로 FD 인건비 38만 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2003년도 방송연기자의 소득 현황을 보면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한국방송연기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방송 연기자가 62.8%인데 이 가운데 1000만 원 이하인 방송 연기자가 47.2%나 된다. 반면 연평균 3000만 원 이상을 올리는 방송 연기자는 고작 22.2%로 이 가운데 10% 미만의 극소수 톱스타들이 수천만 원 대의 주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방송 출연료 하나만을 기준으로 한 통계로 톱스타는 CF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상당하다는 부분을 감안할 때 그 격차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톱스타의 회당 출연료 급상승은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또한 몇몇 인기 조연급 중년 연기자와 MC들의 겹치기 출연으로 다른 연예인은 출연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KBS·MBC 드라마 주연 출연료 TOP10
순위 | 드라마 | 회당 주연 출연료 | 방송사 |
1 | 여우야 뭐하니 | 2500만 원 | MBC |
2 | 누나 | 1100만 원 | MBC |
3 |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1000만 원 | MBC |
4 | 내 이름은 김삼순 | 900만 원 | MBC |
5 | 영재의 전성시대 | 700만 원 | MBC |
6 | 진짜 진짜 좋아해 | 700만 원 | MBC |
7 | 열여덟 스물아홉 | 650만 원 | KBS |
8 | 슬픔이여 안녕 | 557만 1000원 | KBS |
9 | 환생 | 550만 원 | MBC |
10 | 불멸의 이순신 | 500만 원 | KBS |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