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밀려 행사 뛰다 뒤탈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관례적으로 연예인이 불법 행위에 연루될 경우 ‘기소’와 동시에 실명이 공개된다. ‘기소’를 시점으로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보다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를 담당한 대전지검 특수부는 “중대 범죄가 아닌 만큼 이로 인해 그들의 연예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4명의 연예인이 누군지는 평택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이 선거운동에 나선 모습을 본 시민들의 증언을 통해서였다. 14명 가운데 13명은 탤런트이고 1명만 개그맨이다. 대부분 5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중견 탤런트들이고 비교적 젊은 30~40대 탤런트도 몇 명 눈에 띄었다. 특히 30대 중반의 ‘나이 어린’ 여성 탤런트까지 등장해 평택 시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랜 방송 활동을 통해 14명의 연예인 모두 높은 유명세를 자랑한다. 대부분 수십 편, 아니 수백 편의 작품(드라마, 영화 등)에 주·조연으로 출연해온 인물이라 이런 유명세가 선거운동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인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이번처럼 중견 연예인들이 사건 사고에 연루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상가 분양 사건에 연루된 몇몇 중견 탤런트가 구설수에 올랐고 불법 의약품으로 드러난 제품의 CF에서 체험담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이들도 있었다. 이는 연예인의 유명세를 상업적으로 악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런 경우 연예인은 CF모델일 뿐 직접 사기 행각에 가담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보며 해당 사업을 신뢰하게 됐던 소비자 입장에선 그 원망이 해당 연예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연예인이 먼저 조심해야 되지만 이번에 적발된 연예인 몇몇과 전화통화를 해본 결과 금품을 받고 선거운동을 돕는 게 불법임을 모르고 있었고, 구조상 어쩔수 없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중년 연예인들도 스타시스템에 휘말려 있다는 부분이다. 요즘 방송가에선 조연급, 특히 주인공의 부모 역할을 몇몇 스타급 중견 연기자들이 독식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연예인은 일주일 내내 TV에 나오기도 한다. 조연급 출연자의 경우 출연 분량이 적어 동시에 두세 개의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이 가능한 것. 그러다 보니 다른 중견 연기자들의 방송 출연 기회가 줄어들어 하는 수 없이 불법일지 모르는 사업의 CF 모델이나 각종 이벤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14명의 연예인 역시 대부분 스타급 중견 연기자들에게 서서히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이들이다. 어쩌면 방송가 중견 연기자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이런 불법 선거운동을 야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