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 찬사에 이문식 가라사대 “같이 연기한 신 없는데?”
▲ 김아중 | ||
몇 년 전 탤런트 김재원의 아시아 팬 미팅 현장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수천 명의 팬들이 몰린 큰 행사였고 평소 김재원과 친분 관계를 자랑하는 톱스타 연예인들이 이날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날의 주인공 김재원을 인터뷰한 뒤 게스트로 초대된 여러 스타들을 인터뷰하는데 필자는 이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그만 자지러지고 말았다. 그 주인공은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김지유, 당시 본명 ‘김민경’으로 활동 중이던 그에게 “민경 씨 오늘 무슨 일로 참여하게 되셨나요?”라는 뻔한 질문을 던졌다. 보통의 경우 “재원 씨가 인간성이 참 좋아요” 등의 대답이 나오기 마련인데 김지유는 달랐다. “음…, 사장님이 가라고 해서 온 건데요?” 파격이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은 솔직한 답변이다.
배우 이문식과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2년 전 영화 <어깨동무> 시사회 당시 김아중 조미령 등 출연 배우들과 함께 그를 만났을 때다. 당시 만해도 갓 데뷔한 신인이었던 김아중에게 대선배 이문식과 작업한 소감을 물었고 그의 대답은 “너무 너무 영광이었으며 친동생처럼 잘해주셔서 기뻤다”였고 찬사가 이어졌다. 이때 가만히 듣고 있던 이문식의 솔직함이 좌중을 당황케 했다. “근데 나는 (김)아중이와 연기한 신이 하나도 없는데~.”
심하게 솔직한 이문식의 이야기에 무안해진 건 김아중뿐만 아니라 필자 역시 마찬가지.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이문식의 장난기 어린 표정에 모두들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소 썰렁했던 인터뷰 분위기를 솔직한 웃음으로 승화시킨 이문식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또한 비록 같이 연기한 신은 없었지만 촬영 현장에서 대선배 이문식의 연기를 보며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려 노력했던 김아중은 몇 년 뒤 톱스타로 거듭났다.
▲ 김지유(왼쪽), 김종민 | ||
스타들의 솔직함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때론 다소 건방지게 보일 만큼 지나친 솔직함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될 때도 있다. 몇 년 전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가수 대부분이 모여 불법음원유출방지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을 당시의 일이다. 100명이 넘는 가수들을 인터뷰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저 마이크 가는 대로 쉴 새 없이 인터뷰를 시도했다. 여성그룹 출신 A 양에게 불쑥 “구체적으로 불법음원이란 어떤 것들을 말하느냐”고 물었더니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짓더니 “모르겠거든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죠?”’라고 되물었다. 이유가 뭔지도 모른 채 가수란 이유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이 무척 실망스러웠는데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당당히 얘기했던 그의 지나친 솔직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지금도 의문이다.
섹시가수 B 양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방송사의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을 앞둔 그에게 무슨 상을 타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그런 건 잘 몰라요”라며 벌컥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그러더니 “인터뷰 하실 거면 짧게 해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게 아닌가. 도도한 그에게 필자는 채 1분도 되지 않는 기록적인 짧은 인터뷰를 선물했다. 물론 그와의 인터뷰는 별 내용이 없었고 수상자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뷰가 방송을 타지 못한 가수가 되고 말았다.
수많은 스타들의 ‘말!말!말!’이 쏟아져 나오는 인터뷰. 그 속에서 대중들은 스타의 인간적인 솔직함에 박수를 보내지만 권위적인 솔직함에는 야유를 보낸다. 솔직함 속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게 연예인에게 주어진 몫, 그들이 가진 숙제일 것이다.
KBS 연예가 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