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빚·우울증… ‘밤의 스타’ 짓눌렀나
▲ 오지호 | ||
안나라는 예명의 호스티스였던 임 아무개 씨는 지난 2년 동안 오지호와 연인 관계였다고 한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두 사람이 헤어지고 며칠 되지 않아 임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이다.
임 씨가 별다른 유서를 남기지 않아 그가 죽음을 택한 이유는 미스터리가 되고 말았다. 망자는 말이 없지만 미스터리는 끝없이 복제되고 재생산되고 있다. 여성의 자살로 마무리된 오지호와 호스티스의 사랑이 남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들여다본다.
어쩌면 이번 사안은 ‘어느 호스티스의 자살’이라는 제목으로 신문 사회면 귀퉁이를 장식하고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가 ‘A’라는 이니셜의 톱스타 전 애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집중됐고 이내 A 씨가 오지호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연예계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됐다.
애초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문화일보>를 통해서였다. 연예부가 아닌 사회부를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됐는데 그 이유는 경찰이 임 씨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지호의 존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첫 번째 의혹이 시작된다. 왜 경찰이 오지호에게 연락을 취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말을 통해 오지호의 이름이 거론되고 이 소식이 경찰서 출입 기자들에게 알려진 것.
▲ 오지호가 소속사 미니홈피에 남긴 심경 고백. | ||
2년 동안 뜨겁게 사랑했던 임 씨가 세상을 떠났는데 빈소에도 찾아오지 않자 임 씨의 측근들과 유가족이 분노했다. 임 씨의 한 측근은 “빈소에도 오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이미지에만 신경 쓰는 오지호의 모습에 임 씨가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2년 동안 사귀면서 임 씨는 단 한 번도 오지호의 주변 사람을 만나지 못해 괴로워했다”고 전한다.
며칠 뒤 오지호는 소속사 미니홈피를 통해 임 씨와의 관계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임 씨를 진지하게 사랑했다는 오지호는 빈소에는 가지 못했지만 임 씨의 흔적이 뿌려진 남한강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또한 유가족과 그를 사랑했던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런데 임 씨가 자살을 앞두고 빚 문제로 힘겨워했다는 얘기가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얘기가 처음 시작된 곳은 그의 죽음을 조사한 경찰을 통해서였다고 알려졌으나 경찰 측은 “매달 2300만 원이나 벌었던 만큼 금전적 문제로 자살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임 씨에게 빚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근무하던 텐프로 업소 N에서 선불 개념인 ‘마이킹(선불금)’을 쓴 것. 그 규모는 75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사실 월수입이 2300만 원임을 감안할 때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큰 금액은 아니다.
▲ 자살한 오지호의 전 애인 임 아무개 씨가 ‘안나’라는 예명으로 일을 했던 N 룸살롱 입구. | ||
우선 월수입 2300만 원이 허상일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쉬는 날만 쉬고 정해진 날은 빠지지 않고 일해야 가능한 금액이라는 것. 개인적인 사정으로 쉬는 날이 많아지면 조금씩 월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임 씨의 경우 오지호와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데이트로 인해 업소에 출근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로 그가 업소에서 새끼마담으로 있었던 만큼 데리고 있던 호스티스가 말썽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업소가 연대보증 시스템이라 ‘마이킹’을 쓴 호스티스가 그 빚을 갚지 않고 사라져 버리면 그 책임이 관리자인 새끼마담에게 돌아간다는 것. 만약 임 씨가 이런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면 빚 규모가 수억 원대로 늘어난다. 그것도 본인만 알 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주변에선 몰랐을 수도 있다.
물론 임 씨가 실제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이런 두 가지 가능성은 텐프로 호스티스들이 겪는 통상적인 상황에 따른 우려 섞인 추측일 뿐이다. 또한 일각에선 임 씨의 빚 문제로 오지호까지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도 있으나 오지호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 미니홈피에 남긴 글에서는 오지호는 “그녀가 방탕한 생활로 인해 빚을 졌다고 매도하는 기사들을 보고 저는 참기 어려웠습니다”라고 밝혔다.
임 씨가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소문도 있다. 몇몇 임 씨의 측근들을 통해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같은 업소에서 근무하던 호스티스들에게도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반드시 우울증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지난 석 달가량 임 씨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는 게 주변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서도 남기지 않고 임 씨가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린 만큼 그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꼭 한 가지 이유가 아닌 복합적인 고민들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을 가능성이 높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