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죽음’보다 더한 공포
▲ 스타들이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서인영 하리수 홍경민 윤도현. | ||
근거 없는 비방과 험담이 담긴 댓글, 다시 말해 ‘악플’이 연예인들에게 가져다주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얼마 전 재혼을 발표한 이경실은 필자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솔직히 이 인터뷰가 너무 하기 싫다”며 정중히 거절했었다. 처음 하는 결혼이 아니라 부끄럽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인터뷰 직전 자신의 재혼 발표 기사에 달린 악플로 인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지우고만 싶은 자신의 4년 전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는 이경실. 그는 겨우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악플러들에게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자제를 부탁했었다.
또한 얼마 전 역시 결혼에 골인한 이혜승 아나운서는 자신의 결혼 발표 관련 기사를 내보낼 때 일체의 댓글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아예 댓글을 차단해달라고 요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그다지 악플러들의 표적이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탁을 했다는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모두가 축복해야할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 앞에서마저 악플 문화는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른다. 이로 인해 연예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한데 이는 연예인들의 인터뷰 스타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드라마 <주몽>에서 대소왕자의 부인으로 열연중인 박탐희는 인터뷰 도중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고 밝혔다가 살해 협박까지 받은 등 악플에 호되게 당한 이후 인터뷰에서 무척 말을 아끼게 됐다. 또한 영화 속에서 문근영과 호흡을 맞춘 김주혁은 왜 키스신이 없냐는 질문에 “네티즌들이 무섭습니다. 연기 생활 오래 하고 싶어요”라는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악플에 대처하는 연예인들의 자세는 무척 다양하다.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그룹 쥬얼리 출신의 서인영은 데뷔 초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진 악플에 일일이 무시형 댓글을 달아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또한 병역 문제로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가수 이현도 역시 악플에 필적할 만한 강도 높은 댓글로 자신을 향한 악플에 맞서 싸운 바 있다. 이들이 배짱 두둑한 ‘맞짱형’이라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여 법적인 처벌을 요구한 스타들도 있다. 사망설에 시달렸던 변정수, 재벌가와의 결혼설로 홍역을 치른 김태희, 주가조작설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하지원, 또 영원한(?) 악플러들의 표적 하리수 등이 자신들을 괴롭힌 악플러들을 고소한 안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속수무책으로 참고 참다 끝내 견디지 못해 법에 호소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악플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무시형’ 스타들도 있다. 가수 홍경민은 “네티즌이 멋대로 댓글을 달듯 연예인들 역시 악플을 무시할 권리가 있다”며 “나는 생각 없는 글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이야기한 바 있고 배우 박은혜 역시 “처음에는 그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가하면 인터뷰와 방송 등을 통해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분노표출형’도 있다. 개그맨 김용만은 “악플러들은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 같다”고 얘기했으며 가수 문희준은 ‘무뇌충’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안티팬들에게 “악플을 달 시간에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을 하라”는 충고의 말을 들려주기도 했다. 가수 윤도현 역시 “악플러들은 악마”라며 “직접 만나면 한마디도 못 꺼낼 사람들”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악플에 통달한 스타도 있는데 가수 겸 제작자 박진영이 대표적이다. 그는 “데뷔 초부터 악플들을 쭉 수집해왔으며 악플을 읽으면 무척 재미가 있다”는 독특한 발언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악플을 많이 달고 다니는 스타들이 따로 있을까. 아니다. 대한민국의 연예인 모두가 악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피해자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참으로 그리워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