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튄 불똥 부랴부랴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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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25일 감사원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행담도 개발 의혹의 ‘키맨’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왼쪽)과 이 사업에 연루돼 사퇴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청와대사진기자단 | ||
한나라당은 ‘행담도 개발에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잇따라 터지고 있는 권력형 비리 사건에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 “연루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정면대응을 선언했지만 민심 이반이 심각함을 절감하고 있다.
행담도 개발 사건은 밝혀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로공사가 불공정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그에 따라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의 개입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과 관련한 의혹이다. 그를 알고 있는 여권 인사들은 “능력도 탁월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자신의 학력 일부를 이력서에 허위 기재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행담도 개발에 대한 의혹과 ‘키 맨’ 김재복씨에 대해 추적해봤다.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IMF 외환 위기를 겪은 뒤 해외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식도 하기 전에 세계적 투자가인 소로스를 초청해 식사를 하면서 투자 유치를 벌인 것도 당시의 절박했던 외화 유치가 목적이었다. DJ 정권을 관통하는 최대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해외 투자 유치였던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행담도 개발 사업도 시작되었다.
행담도 개발 사업도 ECON그룹이 DJ 정권의 권유를 받고 ‘자신감을 갖고’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지난 99년 도로공사는 ECON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 행담도 개발의 첫 삽을 뜨게 된다. 행담도 개발은 5백억원을 들여 1단계 사업을 진행, 서해고속도로상의 행담도 휴게소가 완공된다.
그런데 1차 사업 과정에서 이미 ECON사에 대한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감사원은 지난 02년 행담도 개발 사업 시행 4년 만에 첫 감사를 실시했는데 도로공사의 부당한 업무처리로 5백73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대충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무슨 ‘압력’을 받아서인지 거액의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담당자에 주의를 촉구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지었다고 전해진다.
해외 투자 전문가 A씨는 이에 대해 “해외 투자 유치가 절실했던 한국 정부로서는 실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특혜 시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지역구’인데다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사업인지라 사업자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2단계 사업 시작과 함께 터져 나왔다. 도로공사는 휴게소를 완공한 뒤 2단계 사업으로 섬 주위 7만4천2백평을 매립해 호텔 테마공원 해양수족관 오션돔 등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단계 사업에는 4천억원이라는 거액이 소요될 예정이었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도로공사와 행담도 개발의 불공정 계약도 이런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게 도로공사측 설명이다.
지난 04년 1월 도로공사와 EKI는 2단계 사업에 필요한 4천억원의 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자본투자협약’을 맺게 된다. 이 협약의 핵심은 지분의 10%만 참여하고 있는 도로공사가 최대 90%의 주식을 살 의무를 진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대표적인 불공정 조항이라는 것.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권 인사들이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 문제가 더욱 꼬이고 있다. 먼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개입 부분. 그는 지난해 9월 HIDC가 미국에서 채권발행을 시도할 당시 추천서를 써줬다고 밝혔다. 동북아위는 문 위원장이 추천서를 써준 이유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남해안 개발계획’ 성공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문 위원장은 지난해 2월 도공과 HIDC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당시 중재 역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행담도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정태인(당시 동북아위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행담도 사업에 관한 실무를 맡아 개입 의혹이 제기돼 감사원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청와대는 최근 문 위원장과 정 비서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해 정부 인사가 일반 사업에 무리하게 ‘개입’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도 구설수에 올랐다. 정 전 수석은 지난해 여름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이 청와대를 한 차례 방문했을 때 그를 만나 싱가포르 자본의 국내 유치 방안 등을 협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 지난 5월3일에도 행담도 개발과 한국도로공사 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김재복 사장, 도로공사 사장 등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여권 실세 A씨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A씨는 평소 호남 개발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고 하는데 정 전 수석 등과 함께 이번 사업에도 관여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행담도 개발이 올해 2월 미국에서 8천5백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한 것을 둘러싸고도 의문점이 있다. 해외 발행임에도 대부분의 채권을 한국 공공기관인 정보통신부와 교원공제회가 매입했기 때문.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고위층 인사의 ‘매입 권유’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조차도 “국내에도 좋은 (투자) 물건들이 많은데 굳이 미국까지 가서 산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