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는 너나 해! 난‘솔직발랄’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연예인하면 ‘새침 내숭 가식’ 등등의 이미지로 대변된다. 그러나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가 경기장 내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에서 보여준 행동들은 더 이상 연예인이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모 방송국의 MC 겸 리포터로 독일 현지에서 발로 뛰는 현장 체험을 하고 있던 그녀는 스위스전이 열리기 전날 공개 훈련을 마치고 믹스트존에 나타난 선수들 중 제일 마지막으로 나온 박지성을 만나기 위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침내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박지성에게 다가가 “저~ 악수 한번 해도 돼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띤 채 손을 내밀던 그녀. 역시 쑥스러운 표정으로 악수를 나눈 박지성을 돌려보내고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모습이 참으로 천진난만했었다.
2집 <디퍼런트 디스 타임>을 가지고 1년 3개월 만에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온 서지영(26)을 지난 2월 28일 서울 목동에서 만났다.
“아! 그때 만났던 기자 분이시구나! 정말 박지성 선수랑 악수하고 나서 너무 좋았어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축구 선수잖아요. 작은 체격인 데도 불구하고 외국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도 멋있어 보였구요. 기념이 될 만한 추억일 것 같아 창피함을 무릅쓰고 기다린 건데 선뜻 응해주시더라구요. 그 일 이후로 자랑을 하도 많이 해서인지 뭇 여성들의 질투와 시샘을 엄청 많이 받았어요. 새삼 느꼈죠. 박지성 선수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걸.”
서지영은 독일월드컵 취재를 하면서 축구 선수가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란 걸 절감했다고 한다. 실력 있는 외국 팀과 상대해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한국 선수들이 대단해 보였고 그 후로 축구 광팬이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흔히 연예인과의 인터뷰는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질문, 그리고 한결같은 대답 등으로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서지영은 이전의 이미지 그대로 솔직함과 털털함에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배려해주는 넉넉한 여유가 배어 있었다.
서지영은 오락프로그램에서 다른 사람을 웃겨야 하거나 남자 출연자를 유혹하는 몸짓과 춤을 춰야 하는 등의 역할을 설정받을 땐 참으로 난감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가수가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면서 해피하게만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일들로 상처받고 좌절하고 또 다시 일어서는 과정들을 겪게 마련이다. 서지영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1집과는 뭔가 다른 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가 곡을 정해 놓고 안무 연습을 하는 와중에 살짝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털어 놓는다.
“요즘 가요계는 섹시와 섹시 아닌 걸로 대비되잖아요. 거울을 통해 춤을 추는 내 모습을 보니까 전혀 어필이 되지 않는 거예요. 대부분의 팬들은 섹시한 이미지의 여가수를 좋아하는데 섹시한 매력을 풍기지 못하는 서지영을 보면서 이질감을 느끼게 될까봐 걱정되더라구요. 그런데 유행이라고 해서 다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섹시 코드가 저와 어울리지 않는 거라면 일단은 지금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게 더 나을 것이란 판단이었죠.”
2집의 타이틀곡 ‘헤이 보이(Hey Boy)’는 밝은 느낌의 댄스곡이다. 특히 ‘헤이 보이’의 후속곡으로 내정된 ‘나에게 사랑은’은 바이브의 윤민수가 서지영을 위해 만든 곡이다. 서지영의 색다른 창법을 끄집어내기 위해 윤민수가 녹음실 문을 닫고 불을 끈 채 가사를 외워서 부르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워낙 노래 잘하시는 분이잖아요. 녹음을 하면서 그 오빠한테 감정 표현을 하는 폭을 배운 것 같아요. 그런데 음색은 타고나나 봐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 있잖아요. 가수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타고난 음색과 성량을 가지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분들이 전 제일 부러워요.”
서지영은 여자 가수의 수명이 짧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선배인 엄정화나 인순이를 보면서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전 다시 태어나도 가수를 하고 싶어요. 물론 연기에 대한 매력도 듬뿍 가지고 있지만 가수는 절대 포기 못할 ‘뭔가’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보다 팬들이 좋아해 주는 노래를 많이 부를 수만 있다면 최고로 행복할 것 같아요^^.”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