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열일곱 번째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사회를 맡은 류승수의 안내 멘트였습니다. 비공개 결혼식인 만큼 사진 하객들에게 촬영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의 말이었죠. 그렇지만 배용준 박수진의 결혼식은 최근 몇 년 새 치러진 톱스타 결혼식 가운데 내부 사진과 동영상 등이 가장 많이 유출된 결혼식이었습니다. 심지어 피로연에서 배용준과 박수진이 포옹하며 스킨십하는 동영상까지 유출됐을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류승수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일까요? 류승수는 배용준과 연예계에서 소문난 절친입니다. 이런 친분 때문에 결혼식 사회를 본 것이죠. 만약 출연료를 받고 사회를 본 것이라면 금전적 책임까지 져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친분으로 본 사회인 만큼 뭔가 책임을 져야 할지라도 개인적인 친분으로 해결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류승수에겐 아무런 책임 소재가 없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됐음에도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의 다양한 정보가 이리저리 공개되고 말았지만 류승수가 사회를 본 결혼식 본식 관련 사진 등은 전혀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류승수는 완벽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셈이죠. 오히려 배용준이 보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식장의 비공개 미션은 완수해 냈으니, 이 부분 역시 친분으로 보답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송승헌 SNS
‘민폐 하객’ 1호에는 송승헌이 당첨됐습니다. 보통의 경우 결혼식에서 ‘민폐 하객’은 신랑이나 신부보다 더 돋보이는 외모의 하객을 의미합니다. 신랑과 신부에게 올곧이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 결혼식에서 하객이 더 빛이 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송승헌은 ‘전과’가 많습니다. 얼마나 탁월한 외모의 소유자입니까. 하지만 따지고 보면 배용준 역시 동종 ‘전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외모는 물론 한류스타로서 인기와 화제성까지 갖춘 터라 그가 하객으로 등장한 결혼식에선 포커스가 신랑과 신부보다 배용준에게 돌아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바로 비공개로 치러진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당시 모습을 최초로 외부에 유출한 장본인이 바로 송승헌입니다. 이들의 결혼식 다음 날인 7월 28일 새벽 2시 14분, 아마도 결혼식을 다녀온 뒤 귀가해서 잠들기 전 시간대로 보입니다. 바로 이때 송승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배용준과 박수진이 앉아 있고 송승헌이 지인과 함께 그 뒤에서 포즈를 잡은 사진입니다. ‘축하축하!!!!^^’라는 축하 메시지를 담았지만 이로 인해 송승헌은 비공개 결혼식을 가장 발 빠르게 유출한 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정도 되면 ‘용준이 형’한테 혼~날 법하죠? 그런데 송승헌보다 더 배용준을 깜짝 놀라게 만든 사진을 공개한 연예관계자도 있습니다. 김수현, 박서준, 인교진, 이현우 등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 소속 배우들이 배용준 박수진 부부와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이 공개된 것입니다. 비공개 결혼식이니 만큼 부부의 사진이 공개되는 것도 문제인데 키이스트의 수장인 배용준 입장에선 자신을 축하해주러 온 소속사 후배 배우들의 얼굴까지 모두 공개됐으니 많이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 사진을 SNS에 올린 이가 바로 키이스트 양근환 대표입니다. 양 대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 형 장가가던 날(어제) 키이스트 식구들과. 너무 너무 축하하고 축복해요”라는 글과 함께 문제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키이스트 양근환 대표 SNS
친한 후배 배우 송승헌에 이어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양 대표까지 비공개 결혼식의 원칙을 깨버렸습니다. 행여 이로 인해 배용준이 화가 많이 난 건 아닐까요?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는 아닙니다. 이 부분은 왜 비공개 결혼식이었냐는 근본적인 이유에서 시작됩니다. 사실 배용준 박수진 부부는 결혼 발표 이후부터 함께 찍은 사진을 꾸준히 공개해 왔습니다. 열애 사실을 공개하며 데이트 사진을 공개했으며 프러포즈 당시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의 모습이 매스컴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 비공개 결혼식을 진행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워낙 엄청난 톱스타인 만큼 언론의 관심이 너무 뜨겁게 달아 오른 데다 팬들까지 대거 운집할 가능성이 높은 결혼식이었습니다. 자칫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뒷말이 나돌 수도 있는 상황이란 얘기가 되죠. 그래서 가족과 친지, 지인들 위주로 최소한의 하객만 초대해서 비공개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팬을 가족이라 부를 정도로 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배용준은 결혼식장을 찾아온 팬들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배용준은 팬들에게 식사 대접을 했습니다. 일본 등 멀리에서 찾아온 팬들이 잔칫집에 찾아온 것인 만큼 식사 대접을 해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것이지요. 그 비용만 1000여만 원이라고 하니 말 그대로 통 큰 팬 사랑입니다.
크고 작은 결혼식 에피소드 가운데 배용준이 정말 힘겨워 한 것은 바로 피로연 동영상 유출이었습니다. ‘나쁜 손 논란’은 이미 결혼한 부부에겐 가당찮은 논란일 뿐입니다. 다만 톱스타 부부의 다소 사적인 모습이 외부에 공개된 것이니, 이거야 말로 진정 놀랄 만하고 조금은 기분 나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선 배용준의 또 다른 절친인 박진영이 흥분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온라인에 유출된 배용준 박수진 부부 피로연 영상 캡쳐
“제 친구 용준이와 수진 양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촬영된 사적인 동영상이 불법적으로 유포되어 희화되고 있습니다. 이 일로 신혼부부는 신혼여행 중에 심한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하는데 많은 분들이 문제 제기는커녕 확대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 영상은 피로연 마지막에 제가 축가로 불러주었던 노래를 다시 틀고 벌칙을 시킨 장면이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친한 친구들끼리만 있는 상황에서 장난치며 노는 사적인 장면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이런 영상이 불법적으로 유출되어 퍼지는 게 왜 별일 아닌 게 된 거죠? 정말 화가 나네요.“
박진영의 말에 따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신혼여행인데, 그 와중에 배용준 박수진 부부가 심한 상처를 받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부분이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본인 역시 기자인 터라 당시 동영상을 가지고 ‘사랑의 손’이네 ‘애플힙’이네 기사를 쓴 부분이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변명하자면 해당 동영상 역시 어느 정도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기사를 쓴 것이었는데, 당사자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니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러자 해당 영상의 유포자가 자진 사과했습니다. 지난 7월 31일 박진영의 트위터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입니다. 자신을 결혼식 당일 음료 쪽 담당 스태프라고 밝힌 유포자는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영화 같은 결혼식 파티가 즐거워 보였다며 영상을 촬영했던 까닭을 밝히고 사죄했습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배용준 측의 반응입니다. 이런 경우의 반응은 크게 몇 가지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우선 1번은 동영상 유포자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 2번은 유포자의 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유감 표명, 3번은 유포자의 사죄를 받아들인다며 용서하는 입장 표명 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배용준 측은 1, 2, 3번 가운데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용준의 소속사인 키이스트는 이번 비공개 결혼식 관련 각종 사진과 동영상 유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단 한 번 보였습니다. 동영상 유포자의 사과 다음 날인 1일 키이스트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유출된 배용준, 박수진 씨 결혼식 피로연 동영상과 관련해 바로잡을 부분이 있어 안내 말씀드립니다”라며 “피로연 동영상과 관련해 기사에 언급된 음료 담당 스태프는 호텔 직원이 아닌 저희 측에서 섭외한 식음료 외주사의 직원이었음을 말씀드리는 바 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용준 박수진 부부의 소속사인 키이스트의 공식 입장은 유출된 동영상에 대한 당사자인 부부의 입장 표명이 아닌 유출자가 호텔 직원이 아님을 밝혀 호텔이 오해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었습니다. 신혼여행 도중 해당 동영상 유출로 힘들었다는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상처보다 결혼식을 치렀던 호텔 측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물론 행복한 결혼식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측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런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일 수 있습니다. 배려와 의리로 유명한 배용준이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그렇지만 여기에는 그의 남다른 애사심도 한몫했습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배용준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의 직원입니다. 그의 직함은 ‘명예 총지배인’입니다. 지난 2001년 MBC TV 드라마 <호텔리어>에 출연했던 배용준은 촬영 장소이던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의 명예 총지배인으로 위촉됐습니다.
이번 결혼식 역시 호텔 측은 톱스타 결혼식을 협찬해주는 차원이 아닌 호텔 직원인 총지배인의 결혼식이라는 개념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인해 배용준이 자신의 상처를 돌보기에 앞서 쉐라톤 워커힐 호텔이 오해 받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정도면 정말 아름다운 결혼식 아닐까요? 아무래도 명예 총지배인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도와준 호텔 직원들 역시 배용준의 마음 씀씀이에 또 한 번 감동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배용준 박수진 두 분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