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박근혜를 후계자로 고려?
박상천 전 대표
60년대부터 시작된 동교동계는 오랜 역사만큼 세대별로 분류하기도 한다. 1세대는 60년대부터 DJ와 함께 한 권노갑 상임고문, 한화갑 전 의원, 김옥두 전 의원, 이윤수 전 의원 등이 꼽힌다. 2세대는 80년대 초반 합류한 인사로 최재승 전 의원, 설훈 의원, 배기선 전 의원,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등이 있다. 3세대는 87년 이후 합류한 인사들로 전갑길 전 의원, 배기운 의원 등이 꼽힌다.
동교동계라는 이름은 지난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도쿄 납치 사건을 겪고 가택 연금 조치 이후 언론이 박정희 정권의 압력 때문에 ‘김대중’이라는 이름 대신 익명으로 ‘동교동 재야인사’라고 기사를 쓰면서 시작됐다. 동교동계는 군사정부의 수 없이 많은 탄압 속에서도 결국 DJ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다.
박상천 전 대표의 타계로 그와 정치적 동반자였던 동교동계 인사들의 근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과 동교동계 인사들이 4월 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자리를 나서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하지만 절대적인 영향력의 DJ 타계 이후 최근 동교동계의 근황은 군사정권과 대립했던 과거가 무색하다. 동교동계 좌장이라는 ‘리틀 DJ’ 한화갑 전 의원을 포함해 김경재 대통령비서실 홍보특별보좌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동교동계를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때문에 그들이 다른 길을 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인사는 “동교동계 원로 사이에서는 DJ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오히려 동교동계를 배제하자 박지원 당시 비서실장을 원흉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박지원 비서실장이 DJ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고생했지만 챙겨주지 않았던 DJ에 대한 서운한 감정 때문에 DJ 타계 이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김경재 홍보특보
새정치민주연합의 동교동계 인사 중 대표적인 인물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꼽을 수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중진 의원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섰지만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게 석패했다. 지난 4일 박 전 원내대표는 박상천 전 대표의 빈소를 찾아 친노색이 강한 대통합민주신당과 동교동계 색채가 강한 민주당의 합당 자체가 잘못됐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당 통합 당시 박 전 대표 등은 통합하면 민주계는 노무현 세력에게 먹혀 영원히 없어진다면서 끝까지 반대했다. 그 말이 맞는 얘기였다”고 후회했다.
당시 동교동계에서 통합에 절대 반대했던 한 원로 인사는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아쉽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 인사는 “당시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통합됐는데 개인적으로는 민주당 독자로 나가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역구 후보에게 밀리는 몇몇 동교동계 인사가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조급하게 추진한 면이 있다”며 “그때 이후로 통합을 추진했던 인사들과는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속하지 않은 동교동계 원로 인사들은 원외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박상천 전 대표의 빈소에서도 신당 창당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동교동계 김태랑 전 의원, 조재환 전 의원 등 원로 인사에다 김민석 전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힘을 합쳐 신당 창당 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4일 빈소를 찾은 호남권 출신 새정치연합 관계자도 동교동계가 호남의 정서를 통해 다시 한 번 부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60년 역사의 민주화 세력과 민주당의 정통 계보를 잇는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며 “호남 정서로 본다면 동교동계가 큰 탄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천 전 대표의 타계를 계기로 동교동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그들은 ‘제2의 DJ’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