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한번씩 ‘깜짝 출몰’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왼쪽 가운데)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상천 전 대표의 빈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손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의 별세 소식을 듣고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 2008년 2월 손 전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 박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표로 통합민주당이란 이름으로 합당했다. 이후 두 대표는 통합민주당의 공동대표를 맡아 약 5개월간 당을 이끌었다. 이런 인연으로 손 전 대표가 상가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다만 손 전 대표는 조문이 다른 의미로 해석될까 걱정했다고 한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빈소를 찾는 순간 정계복귀나 신당창당으로 해석할 게 빤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김유정 전 의원이 모시고 상가를 찾았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빈소를 찾은 손 전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공교롭게도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의원,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식사를 같이 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임 전 의장은 “손 대표 왔지, 유 대표 왔지, 여기 신당 창당 하나 하겠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손 전 대표, 유 전 원내대표, 김 전 의원 모두 신당 창당설로 입길에 올랐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은 웃었지만 당사자들은 웃지 못했다. 앞서의 측근도 손 전 대표의 난감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유 전 원내대표, 김 전 의원 모두 인물은 참 좋지만 신당 창당이라는 게 몇 명의 의기투합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상황이 다른 만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더군다나 손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는데 몇 번 입에 오르내렸다고 바로 정계 복귀한다고 하면 누가 좋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손 전 대표는 서울에 올라와서 문상 후 곧바로 강진으로 내려갔다. 손 전 대표의 측근으로부터 최근 손 전 대표의 근황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측근은 “최근 천정배 의원 측에서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천 의원 측에서는 신당 창당을 위해서 손 전 대표 같은 인물이 얼마나 필요하겠느냐”며 “하지만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정치권의 제안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오는 손학규 전 대표의 ‘깜짝 출몰’에 정치권도 점점 진지한 모습으로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