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사랑할 남자 어디 없나요”
▲ 서울 학동 카페 ‘느리게 걷기’에서 만난 채민서. 조만간 새 드라마에서 불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영화 <챔피언>, <가발>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채민서가 3년여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다. 케이블 방송 tvN의 <로맨스헌터>에서 도도한 아나운서로 출연하며 브라운관 복귀의 서곡을 들려준 그가 SBS <불량커플>을 통해 본격적으로 안방극장 점령에 나선 것. 이번 드라마에서 채민서는 유부남 박상민과 불륜관계에 빠져 순진한 전업주부인 최정윤을 괴롭히는 악녀로 출연한다. 요즘 드라마 트렌드인 불륜녀 코드에 도전하는 그는 당당히 ‘불륜의 진수’를 선보이겠다고 얘기한다.
“감히 도전장을 내민다는 말은 못 하죠(웃음). 대신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특히 <내 남자의 여자>는 빼놓지 않고 봐요. 김희애 선배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오랜만에 지상파 방송 나들이에 나선 채민서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지만 긴장한 모습도 역력했다. 좋은 기회를 얻어 기쁘지만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 <가발>을 끝낸 뒤 그는 무작정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해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었다고. ‘이번엔 후회하지 않아야지, <불량커플>에서는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100%를 발휘해야지’라며 늘 다짐한다는 채민서의 눈빛이 반짝인다.
게다가 극중 채민서가 맡은 역할인 ‘세연’의 별명은 ‘레드폭스(Red fox)’다. 유혹의 색 ‘빨강’을 좋아하는 요염한 애교 덩어리로 사랑을 지키기 위해선 물불을 안 가리는 여성이라고. 채민서의 새침한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보이는데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매니저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채민서의 실제 성격은 상당히 털털하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늘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고 다녀 마치 매니저 같다’고 얘기할 정도다.
“(매니저를 노려보며) 제가 털털한 편이긴 하지만 저도 남자친구 앞에서는 애교 덩어리였어요. 세연처럼 전형적인 악녀 스타일은 아니지만 사랑은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실제 채민서는 <로맨스헌터> 등에서 배운 유혹의 기술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순진녀’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법’이라며 외로움에 볼멘소리를 한다. <가발>을 촬영할 당시 삭발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지금까지 솔로로 지내고 있단다.
“<로맨스헌터>의 한나가 겉보기와 달리 은근히 순진한 구석이 있잖아요. 제가 딱 한나예요. 적극적으로 다가가다가도 마지막에는 남자에게 순종하게 된다고 할까. 반대로 너무 튕기다가 끝나버린 경우도 많더라고요. 연애 컨설턴트가 왜 필요한지 알겠어요.”
롤 모델을 만들고 따라가기보다는 독창적인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채민서는 어떤 역할도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장대한 꿈을 품고 있다. 그런데 인기에 대해서는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다.
“급하게 먹은 물은 체하기 마련이잖아요. 빨리 켜진 성냥은 금방 타버리고요. 계속 연기를 하다보면 인지도가 올라가겠죠. 인기에 연연하기는 싫어요.”
어두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채민서.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 궁금한 그가 서서히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전 연기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잖아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이 역할은 채민서가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하고 싶어요.”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