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들고 홈쇼핑 나들이 ‘넘 뜨거워’
▲ 최근 속옷브랜드 ‘비바첼라’를 론칭한 현영은 첫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 ||
‘속옷도 패션’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속옷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스타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속옷 브랜드를 속속 발표해 눈길을 끈다. 패션시장의 사각지대였던 속옷 시장에 스타들의 투자가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는 것.
스타 속옷 브랜드의 선두 주자는 단연 주병진. 1990년대 초반 ‘좋은사람들’을 만든 주병진은 16년 동안 1190억 원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황신혜의 ‘엘리프리’와 박정수의 보정속옷 ‘수안애’ 등이 연이어 시장 진입에 성공하자 현영 토니안 탁재훈 길건 등도 속옷 사업에 동참했다. 엄정화 옥주현도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스타 속옷 사업이 ‘제2의 스타숍’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타의 인지도를 이용해 판매율을 높이려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는 것. 이미 스타 마케팅 효과를 노린 ‘패션 스타숍’의 한계가 드러난 터라 스타 속옷 브랜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스타숍’의 한계는 스타 마케팅만 존재할 뿐 스타 참여도가 미비했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속옷 브랜드 CEO로 나선 스타들의 사업 참여도는 얼마나 될까? 속옷 브랜드 CEO인 스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품 기획회의부터 생산 유통 홍보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부류와 특정 분야에만 참여하는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황신혜와 박정수 현영이 전자에 속한다면 탁재훈 토니안 길건은 후자다.
브랜드 론칭 4년 만에 궤도에 오른 황신혜는 현재 방송이나 CF에 직접 출연하는 마케팅뿐 아니라 기획회의부터 제품 생산, 유통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엘리프리’는 브랜드 론칭 초반 다소 반품률이 높은 편이었다. 황신혜라는 톱스타를 정면에 내세웠지만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이 타사 제품보다 떨어졌기 때문. 사업 초기부터 위기의 순간을 맞은 황신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연예 활동까지 중단하며 사업에 매진해 힘겹게 업계에서 자리매김했다. ‘엘리프리’와 ‘수안애’의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아이비더블유(IBW) 관계자는 “초반에는 반품 제품이 많았지만 황신혜 씨뿐 아니라 박정수 씨도 사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반품률을 낮췄고 그로 인해 판매율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반면 탁재훈과 토니안은 주로 제품의 유통과 오프라인 매장 관리, 사업 연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탁재훈은 ‘DKNY’의 한국지사인 MI E&F의 대표를 맡고 있어 본인이 직접 브랜드를 론칭한 스타들과는 차이점이 크다. 자체 개발 제품과 더불어 수입 제품을 관리하는 토탈뷰티숍 ‘샤인에니스’를 운영하는 토니안 역시 디자인이나 시제품 관리보다는 매장 확보 등 사업 확장에 비중을 두고 있다.
길건은 디자이너로 승부수를 띄운 경우다. 길건 소속사는 얼마 전 보도자료를 통해 패리스 힐튼이 입어서 유명해진 ‘언더그램’이라는 해외 명품 속옷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길건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길건이 직접 디자인할 이 제품은 ‘언더그램 by 길건’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될 예정. 현재 길건은 디자인 수업에 한창이다.
그렇다면 과연 단기간의 교육으로 속옷 디자인이 가능한 것일까. 디자인 교육학원 이노디자인의 한 관계자는 “패션 센스가 출중하더라도 직접 디자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속옷 디자인은 일반 의류와 달리 패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단기간에 습득하기 힘들다는 것. 황신혜도 기획회의에 자신이 그린 디자인 가안을 내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지만 연예인들이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 영역까지 다가가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노디자인 한 관계자도 “의류학과 교수들도 속옷 디자인은 따로 배울 정도로 까다로운데 일반인이 몇 년 사이에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까지 얘기하는 디자인 영역에까지 스타 참여의 폭을 넓히려 하는 이유는 제품 판매율에 있다. 출중한 몸매의 스타가 직접 디자인한 속옷은 메리트가 있기 때문.
▲ 박정수의 ‘수안애’(왼쪽)와 황신혜의 ‘엘리프리’. | ||
최근 ‘비바첼라’를 오픈한 현영은 디자인 선정과 홍보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영의 경우가 가장 현실적인 참여와 폭이라고 전한다. 다만 바쁜 연예계 일정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한 참여의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하루 매출 몇 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 스타 속옷 브랜드의 판매율은 진짜일까. 스타 속옷 브랜드의 주무대는 스타 마케팅 효과가 탁월한 홈쇼핑이다. 전문적인 사업 차원인 토니안과 탁재훈 정도만이 로드숍이나 백화점 입점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홈쇼핑은 매장 운영비가 들지 않고 자신이 가진 인지도를 이용해 빠르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현영이 직접 출연해 홍보 효과를 누린 ‘비바첼라’가 대표적인 예. 하지만 스타 마케팅으로 홍보가 손쉬운 만큼 제품에 대한 평가가 즉석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제품의 질에 따라 스타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실제 몇몇 연예인의 속옷 브랜드가 방송 1회에 2억~3억 원이라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됐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은 알려진 것과 차이가 있다.
지난 6월 16일 론칭한 현영의 속옷 브랜드 ‘비바첼라’는 이른바 잭팟을 터뜨렸다. 첫 론칭쇼에 7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올린 것. 속옷을 판매해 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건 동종 업계 관계자들도 믿기 힘들다는 눈치.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타 홈쇼핑들이 ‘비바첼라’의 매출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판매율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 시간대와 방송시간, 시청률 등을 두고 판단해볼 때 17만 원 상당의 제품을 판매해 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건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현영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특별패키지 세트가 방송 10분 만에 700여 세트가 팔리고 1시간30분 동안 4000여 세트가 판매됐다’고 밝혔지만 홈쇼핑 관계자들은 다소 무리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비바첼라’를 판매한 롯데홈쇼핑 측도 “7억 원은 다소 과장된 것이 사실”이라며 시인하고는 “상의도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소속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방송 당시 올린 매출이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방송 당시 기록된 매출에서 방송 후 15일까지 반품되는 제품 가격을 뺀 금액이 순수매출이기 때문이다.
홈쇼핑 관계자는 “보통 매출액의 65~70%를 순수 매출로 보는데 방송 때 발표되는 매출액은 광고 효과를 누리기 위한 표면적인 수치”라며 “또한 그 이익의 25%를 홈쇼핑에 제공하는 바람에 실제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액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전했다.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음에도 스타들은 왜 속옷 사업에 뛰어드는 걸까.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이 스스로를 패션 트렌드 리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타들은 자신의 패션을 주도하려는 의지가 강해 이너웨어로 각광받고 있는 속옷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 게다가 사업이 번창할 경우 패션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어 연예인에겐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하지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속옷시장의 경쟁이 점점 과열되면서 자칫 스타 마케팅 전략의 속옷 브랜드가 우후죽순 늘어날 수 있다”며 “고급스러운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의 질과 합리적인 가격이 잘 어우러지지 않으면 아무리 톱스타의 제품이어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