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00여만원…노동자 몫은 3 분의 1
<일요신문>의 이번 연해주 대장정 속에서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장면이, 곳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연해주 최대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곳곳에서는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남자는 건설현장에, 여자는 식당에 주로 배치돼 일한다.
반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외발 수레를 끌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한눈에 봐도 우리 민족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자는 이들에 좀 더 가까이 접근, “북한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노동자 중 한 명은 “조선말을 어떻게 하느냐. 우린 함경도에서 왔다”라며 “당신은 어디에서 왔느냐”고 되물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그는 “할 말 없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자”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다음날, 혁명광장 근처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을 목격했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철근 등 건축 자재를 다루고 있었다.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그들은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기자는 그들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남한 사람인 것을 알아챈 그들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표정이 비교적 밝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통제된 환경이 아니라, 비교적 자유롭게 해외 파견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의 북한식당에서 만난 북한노동자 무리는 술과 유희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었으며, 심지어 개인 휴대폰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블라디보스토크 역 주변에서도 북한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새겨진 당 배지를 달고 활보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취재진을 안내한 고려인 신 발료자 씨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며 “예전엔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 주로 투입됐지만, 최근엔 북한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그들은 우리 고려인들과는 스스럼없이 소통하지만, 내부에서의 훈련 탓인지 남한 사람들과는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에는 현재 연해주를 중심으로 2만 명에 가까운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돼 일을 하고 있다. 5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중국에 약 1만 9000명, 중동지역에 약 1만 명이 파견된 것과 비교해본다면, 파견국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주로 건설현장, 벌목장에, 여자들의 경우 식당에 배치돼 외화벌이에 나선다. 1000달러(118만여 원)가량의 월급 중 상당수는 북한 당국으로 들어간다. 식당 종업원의 경우 약 3분의 1만 노동자의 몫이라고.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이와 관련해 “최근 러시아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중국에 비해 노동력이 부족한 러시아의 사정은 물론 외화가 턱없이 부족한 북한 내부사정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24 조치 이후 남한과의 교류가 끊긴 상황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