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없이 맞았다”
▲ 곽성문 의원 | ||
6월4일 경북 구미 선산CC에는 대구 출신 한나라당 의원 8명(이해봉 안택수 박종근 이명규 곽성문 주성영 서상기 송영선)과 조해녕 대구시장, 대구 상공회의소 노희찬 회장, 이희태 상근 부회장, 함정웅 염색공단 이사장, 여두용 성서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골프회동이 있었다. 대구 상의가 지역 국회의원들을 초청한 행사였다.
사단은 라운딩 시작 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한 상공계 인사가 자신이 오늘 스폰서를 하겠다며 ‘스킨스 게임’(일정한 돈을 기탁해 홀마다 최고 성적을 거둔 사람이 상금을 타는 방식)의 경비를 내놓았는데 이를 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마음이 상하기 시작한 것.
위태위태한 분위기는 18홀을 다돈 후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곽 의원이 라커 열쇠를 잃어버린 것이 확인되면서 결정적 국면을 맞았다. 곽 의원이 “일단 라커를 열어주고 분실에 따른 벌금 1만원은 전체 계산에 올리라”고 했음에도 라커룸 종업원이 “먼저 벌금을 내라”며 버텼던 것. 참석자들에 따르면 곽 의원은 이때 이미 ‘꼭지가 돈’ 상태였다고 한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식사 겸 술자리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 폭탄주가 몇 순배 돈 후 곽 의원이 입을 열었다. “대구 상공인들이 열린우리당에는 14억원의 후원금을 내면서 대구 국회의원 12석을 다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엔 후원금을 주지 않는 것은 너무한 일 아니냐”고 했다. 참석한 다른 의원들도 불만을 토로하며 맞장구를 쳤다.
노 회장 등 상공인들은 의원들을 성토에 “대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 준 것이 무엇이냐”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그러자 곽 의원은 “옛날 군사정권 시절에 상공인들만 덕을 봤는데 그동안 당신들은 뭘 했느냐”고 다시 날을 세웠고, 그 순간 ‘기선 제압’ 차원에서 맥주병 1개를 던졌다고 한다. 자리를 같이 했던 A 의원에 따르면 “상공인들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불만이 누적됐던 터라 다른 의원들도 만류하지 않은 채 ‘잘한다’고 응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도된’ 맥주병 투척에도 상공인들의 기세는 오히려 의원들을 압도했다. 노 회장은 곽 의원을 향해 “네가 대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XX이냐”는 등 험담을 퍼부었던 것. 그러자 이번엔 곽 의원이 ‘진짜로’ 열받아 맥주병 3개, 양주병 1개를 연이어 던졌고 마지막에 던진 양주병이 테이블에 있던 컵에 맞으면서 생긴 파면이 노 회장의 손에 튀어 상처를 입는 상황이 발생했다.
졸지에 부상을 입은 노 회장은 격분해 의자를 들어 곽 의원을 향해 돌진했고 이에 A의원 등이 말렸지만 이 과정에서 곽 의원은 발길질을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에 있던 한 의원은 “명색이 국회의원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만큼 (곽 의원이) 인정사정없이 맞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곽 의원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뒤늦게 노 회장에 “형님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 사태는 일단 종결됐다.
그러나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 되어 버린 곽 의원의 수난은 그때가 바로 시작이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