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형부게이트’ 전직 지방국세청장도 ‘걸렸다’

투자금 모은다며 ‘실세’들 이름 들먹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 사촌형부 윤 아무개 씨의 금품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또 한 명의 ‘거물’을 잡아들였다. 이번 사건이 자칫 정권 게이트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19일 억대의 금품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로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55)을 전격 체포했다. 제갈 전 청장은 2013년 초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한 사업가로부터 민원 청탁을 명목으로 1억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제갈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제갈 전 청장에게 돈을 준 사업가가 앞서 통영아파트 인·허가 청탁 무마를 대가로 윤 씨에게 5000여만 원을 건넸다는 황 아무개 씨다. 황 씨는 사업 과정에서 제갈 전 청장을 ‘대장’이라 부르며 정·관계에 얽힌 모든 일은 ‘대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해결해준다고 주변 인물들에게 공공연하게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제갈 전 청장은 행시 27회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지낸 뒤 지난해 1월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그는 2008년 청와대 민원제도 행정실 파견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검찰은 제갈 전 청장이 재직 중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중이다. 

한편, 제갈 전 청장의 이름은 황 씨에게 거액을 투자했다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사업가가 올해 초 의정부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에도 등장한다. 고소장에 따르면, 황 씨는 투자금 명목으로 고소인에게 5억 8600만원을 받는 과정에서 제갈 전 청장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정권 실세들의 이름도 언급했다. 

이중에는 전·현직 청와대 비서관은 물론 박 대통령 원로그룹으로 잘 알려진 7인회 멤버까지 포함됐다. 의정부지검 관계자는 “황 씨와 주변 인물들 사이의 금전거래 내역을 확인 중에 있다”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