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판 ‘왕별’들 지금은 ‘별똥별’
주식 보유지분 평가액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연예인 관련 뉴스가 연이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지만 이런 화려함과 달리 실제로 높은 수익을 올린 연예인은 많지 않다. 2~3년 동안 요란하게 울려대던 연예계 주식 열풍이 결국 빈 깡통일 수도 있다는 얘기. 연예인과 주식, 그 요란한 세상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열흘 만에 190여억 원을 벌어들였지만 다시 열흘 만에 110여억 원을 잃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힘들다. 결과적으론 82여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고 해도 불과 20일 사이에 엄청난 낙폭을 기록한 셈이다. 바로 가수 비 얘기다. 비는 코스닥업체 세이텍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88만 1446주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지분 평가액은 25일 종가 기준 118여억 원으로 82여억 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주가가 치솟아 한때 226억여 원까지 올랐던 보유지분 평가액이 급락해 열흘 사이에 100여억 원이나 줄어든 것. 이로 인해 연예인 주식부자 랭킹 2위에 올랐던 비는 주춤하며 3위로 내려앉았지만 다시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항간에선 1위로 등극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0월 25일 종가 기준으로 가장 높은 주식 보유지분 평가액을 기록하고 있는 연예인은 배용준이다. 배용준은 최대 주주인 키이스트의 주식 420만 7602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25일 종가 기준 보유지분 평가액이 무려 284여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배용준 역시 한때 보유지분 평가액이 1000억대를 훨씬 상회했음을 감안하면 낙폭이 1000억 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도 배용준과 비는 모두 수십억 원대의 평가차익을 올렸고 보호예수가 풀리면 평가차익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한 이수만 SM 회장이 150여억 원의 보유지분 평가액을 기록하며 전체 순위 2위에 올라있다. 그렇지만 배용준과 비, 그리고 이수만 회장은 단순 투자가 아닌 사업 목적으로 수십억~수백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다른 연예인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엔터테인먼트 관련주의 특징은 급등과 급락이다. 톱스타가 관련돼 있다는 소식이 나돌면 급등을 거듭하지만 실적이 받쳐주지 못해 급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동안 연예계를 강타했던 우회상장 열풍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며 시들해졌다. 연예계에 불어온 두 번째 주식열풍은 유상증자였다. 그렇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거액을 주식시장에 투자한 연예인들 역시 별다른 재미는 보지 못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장동건으로 그는 지난해 5월 스타엠엔터테인먼트와 반포텍의 주식교환 과정에서 32만 8162주를 확보했다. 한때 50억 원 이상이던 장동건의 보유지분 평가액은 1년 동안의 보호예수 기간을 거치는 동안 등락을 거듭해 25일 종가 기준 5억 4000여 만원으로 폭락했다. 아직 손해는 아니지만 수익률도 미미한 상황. 장동건 외에 공형진 신민아 현빈 등도 소속사인 스타엠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5월 뉴보텍 유상증자에 발을 들여 놓은 이재룡 유호정 부부는 오히려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재룡은 뉴보텍 부사장으로 임명되기도 했지만 결국 사실상의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또한 세고의 유상증자와 관련된 이순재 강부자 정혜선 박정수 등 중견 연예인들 역시 주식이 보호예수된 상황에서 상당 수준의 평가손실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2007년 가을 연예인의 주식 기상도는 흐림의 연속이다. 한때 연예인의 주식 수익률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 당시에는 2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연예인이 상당수였고 심지어 배용준은 700% 이상의 주식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차익을 실현한 연예인 중 이수만 SM 회장이 100여억 원, 하지원은 10여억 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주식 열풍은 금세 시들해졌고 당시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 상당수가 현재는 손실을 껴안고 있다.
개인적인 수준의 재테크에서도 연예인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아니 톱스타 몇몇이 우회상장 및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 열풍에 가담했을 뿐 대부분의 연예인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박승안 팀장은 “스타들은 거액을 벌어들이는 데 반해 자산관리 정보에 어두워 안정적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한다. 실제 경제전문 매스컴에 연재되는 연예인 재테크 기사를 살펴봐도 주식 투자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유정현 전원주 김창숙 등이 주식을 통해 재테크에 성공한 연예인으로 분류되는데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며 펀드매니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회상장이나 유상증자를 통한 몇몇 톱스타의 주식 투자가 수십억, 수백억 등의 숫자로 포장돼 소리만 요란하다 시들해진 데 반해 이들은 조용히 쏠쏠한 수익을 창출해온 것.
최근 증시 호황으로 주식에 관심을 갖는 연예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정재나 김아중과 같이 상당 수준의 증권 관련 지식을 갖춘 것으로 소문난 연예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열풍을 타고 대박을 노리는 투자가 아닌 진정한 재테크로서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연예인의 경우 목돈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 증권사 VIP 지점 사이에 유치 경쟁이 벌어질 정도다. 진정한 연예계 주식 투자 열풍은 바로 지금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