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신경전에 연기자 등 터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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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연예 관계자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태사기>에 출연한 일부 조연배우와 단역배우, 보조출연자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드라마에 출연한 한 연기자도 “아직까지 출연료를 받지 못했고 다른 배우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라며 하소연을 했다.
일단 드라마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린 조연배우들을 대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연락이 닿은 배우들은 대부분 이를 부인했다. 현재 출연료 정산이 모두 끝났다는 것. 단 한 배우만이 “출연료의 일부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배우는 “제작사가 어려우면 배우가 기다려주고 하는 거 아니냐”며 제작사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일부 연기자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는 건 연기자 노동조합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에서 <태사기>에 출연한 일부 연기자들의 불만이 접수됐다는 것.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의 김영선 수석부위원장은 “<태사기>에 출연한 일부 연기자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노조가 김종학 프로덕션에 연기자들의 출연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통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에 따르면 과거에도 드라마 종영 이후 배우가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한 제작사에서 한꺼번에 여러 편의 드라마를 제작한다든지, 제작사의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든지, 혹은 제작비의 일부를 제공하는 방송국 측에서 지급을 더디게 했을 경우 출연료 지급이 늦춰질 수 있다고. 그러나 김 수석부위원장은 “<태사기>는 조금 의외”라고 밝혔다. <태사기>를 제작한 김종학 프로덕션은 지금까지 출연료에 대해서 작은 소음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종학 프로덕션이 왜 아직까지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을까. 한류의 물꼬를 다시 틀 구원투수로 각광받고 있는 <태사기>가 사실은 김종학 프로덕션의 애물단지가 된 게 아닐까.
<태사기>의 총 제작비 430억 원(출연료 포함)은 김종학 프로덕션이 1년 동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펀딩받은 돈이다. 항간에는 일본에서 돈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김종학 PD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자금은 단 한푼도 없으며 국내 기업에서 전액 투자받았다”고 이를 일축했다. <태사기>의 마케팅, 판권 판매 등을 담당하고 있는 SSD 관계자도 “일본에서 투자된 돈은 일본 대형엔터테인먼트 에이벡스에서 <태사기> DVD 판권에 따른 계약금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루머가 나돌고 있지만 어쨌든 제작비에 관한 자금력은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지난 6월 코스닥 상장사 퓨어나노텍의 인수 합병을 발표하며 증시에 우회 진출한 김종학 프로덕션이 <태사기>의 방영이 결정된 9월 주가가 13350원으로 급등하면서 많은 차익을 남겼을 거라는 게 중론. 우회상장 이후 주식은 2265원으로 떨어졌지만 NHK 방영 소식이 알려지면서 2900원을 기록했다.
김종학 프로덕션 재무 관계자는 “드라마라는 게 워낙 선투자 비용이 많기 때문에 잠시 (돈의) 흐름이 멈춘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김종학 프로덕션의 자금 흐름이 일시적으로 홀딩된 상태라는 것. 연기자 출연료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고는 “매출 연동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SD 권순일 이사도 자금 흐름이 멈춘 것에 대해 인정했다. 권 이사는 “<태사기>를 위해 투자자 3곳과 김종학 프로덕션, SSD가 공동 투자했기 때문에 출연료 결제 하나에도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다자간 회의를 통해 자금 집행을 해오다 보니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시간이 지연됐다는 것. 권 이사는 “자금이 있어도 스태프 월급이나 연기자 출연료를 결제 못하고 있다”며 “아주 사소한 일로 각 회사 간 이견이 많아 집행이 느려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 이사는 “드라마 찍느라 수고한 이들을 위해서 (출연료 지급을) 서두르고 있고 다음 주 초에는 합의를 볼 것으로 보여 원만히 지급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