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팀장은 유명 프로골퍼 남편
지난 8월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신호철)는 두산캐피탈 유상증자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부동산 대출 팀장 김 아무개 씨 등 두산캐피탈 전·현직 임원 5명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당시 두산캐피탈 부동산 대출팀장이던 김 씨다. 실질적으로 PF 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김 씨는 유명 여성 프로골퍼 A 씨의 남편인 것으로 확인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A 씨는 아마추어 시절에도 뛰어난 활약을 했고 LPGA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A 씨는 선수 은퇴와 함께 김 씨와 결혼했다. 김 씨는 4살 연상의 초등학교 선배로, 두 사람은 20대 초반부터 12년 동안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첫 딸을 출산했다.
고발 내용에 따르면 두산캐피탈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부동산 개발회사인 N 사에 1000억 원대 PF 대출을 집행했다. 당시 N 사는 서울 남대문 일대 복합 사무지구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PF 대출집행 과정에서 두산캐피탈이 대출금에 대한 적정 담보 규모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부실 대출을 해줬다는 게 고발인 측의 주장이다. N 사가 확보한 담보는 대부분 남대문 개발 사업의 해당 부지 토지로, 담보 설정 규모는 약 500억 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캐피탈은 2011년 N 사의 개발 사업이 최종 무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출 규모를 늘렸으며, 이후 사업장 부실채권(NPL)을 약 4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최종적으로 600억 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2011년 3억여 원에 불과했던 두산캐피탈 영업손실은 지난 2012년 1200억 원대로 불어났다.
대출이 집행된 것은 2009~2011년 사이고 A 씨와 김 씨가 결혼한 시기는 그후다. 따라서 김 씨가 두산캐피탈 1000억 원대 부실대출 의혹에 관여한 것은 A 씨와 결혼하기 전, 연애시절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고발인 측은 김 씨가 두산캐피탈 팀장으로서 자신이 관련된 회사에 부실대출을 직접 집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고발인 측은 검찰 조사에서 N 사가 김 씨의 친인척이 소유한 회사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씨가 일정부분 N 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부실대출이 집행되던 지난 2011년 9월 N 사의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하지만 이듬해 12월 그는 사내이사에서 해임됐다. 또한 지난 2012년에는 개인 이름으로 9억여 원의 단기차입금을 N 사에 넣기도 했다. N 사가 김 씨의 친인척 소유의 회사이고, 김 씨가 팀장의 자리를 이용해 직접 부실대출을 집행해 일부 자금을 횡령까지 했다면 그의 배임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씨는 두산캐피탈에서 나온 상태다. 두산캐피탈 관계자는 “김 씨는 이미 지난 2012년 말쯤 두산캐피탈에서 퇴사했다”며 “이번 수사도 두산캐피탈 법인이 아닌 김 씨와 일부 임원들을 향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수사 대상에는 핵심 인물인 김 씨뿐만 아니라 두산그룹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정 아무개 전 대표와 김 아무개 전 대표, 현직 상무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사건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김 씨의 부실대출 과정에서 이들 임원들이 묵인하거나 방조한 혐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팀장이 자신과 연관된 회사에 1000억 원대에 달하는 부실대출을 집행하는데 임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혹은 알고도 제지하지 않고 보고만 있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실대출 과정에서 두산캐피탈의 임원보다 높은 고위 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입김에 의해 임원들이 김 씨의 부실대출 집행을 알면서도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