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부터 삐끗…자랑거리가 애물단지로
지난해 4월 말 부산의 유일한 동물원이 ‘삼정 더파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곧바로 부실공사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연합뉴스
삼정 더파크는 사업 초기부터 말썽이었다. 부산시는 성지곡동물원이 폐장한 후 대도시 부산에 제대로 된 동물원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자 동물원 조성에 나섰다. 2004년 11월 동물원 조성사업이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를 받고 이듬해인 2005년 ‘더파크’가 시행사 지위를 가지면서 사업추진이 본격화됐다.
2005년 9월에 시작된 공사는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부산시가 허가해준 동물원 조성인가와 설계에 문제가 있어서였다. 해당부지에는 사파리형 동물원 운영을 위한 천연가스 버스충전소와 6종의 유기시설 등이 들어설 수 없었으나 시가 이를 모르고 조성인가를 해준 것이었다.
부산시의 착오로 인한 비용은 막대했다. 공사는 2년가량 중단됐고 이에 따라 공사비도 급격히 늘어났다. 결국 시행사인 더파크는 자금난에 봉착하게 됐다. 여기에다 시공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2010년 10월엔 공사가 아예 중단됐다. 이후 새로 들어온 시공사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보다 못한 부산시가 2012년 지역 건설사인 삼정기업을 끌어들였다. 공정률 70%였던 동물원 시설공사를 마무리하고 동물원을 신속히 개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부산시의 요청으로 시공사로 들어온 삼정기업은 이른바 ‘갑’으로 돌변했다. 삼정기업은 동물원 사업 표류의 책임을 지고 권한의 대부분을 포기한 더파크에 거듭된 양보를 요구했다. 동물원 운영사(SPC)인 ‘삼정테마파크’를 함께 설립하면서 삼정과 더파크의 지분을 각각 51 대 49로 정했다. 지분 2% 차이로 인해 더파크는 동물원 운영을 삼정기업 측에 완전히 넘겨줘야 했다. 특히 삼정기업은 상가 임대권과 부산시의 주차장 운영권 등도 가져갔다.
삼정기업이 이렇게 동물원의 주인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부산시의 암묵적인 지원 때문이었다. 2012년 9월 부산시, 삼정기업, 더파크가 동물원 정상화 협약을 맺을 당시 관련내용에는 ‘동물원 완공 후 3년 이내에 사업자가 요구하면 감정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500억 원 안에서 소유권을 살 수 있다’는 부산시의 매수의무 조항이 포함됐다.
이 협약을 기초로 당시 부산은행은 해당 사업에 500억 원을 빌려줬다. 대출금 중 270여 억 원이 기존 채무를 갚는데 쓰였고 나머지 대출금 가운데 150억 원가량이 삼정기업이 수행할 공사비로 투입됐다. 일각에선 은행 돈으로 공사를 하면서 동물원 주인행세도 하게 된 삼정기업과 이러한 상황을 조성한 부산시를 싸잡아 비난했다. 동물원 조성을 정상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게 당시 부산시의 항변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말 동물원이 ‘삼정 더파크’란 이름으로 개장했다. 개장과 더불어 부실공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어린이날 이전 개장이라는 시한에 쫓겨 안전을 도외시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동물원 개장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지던 중 올 4월 ‘대규모 불법 산림 훼손’과 관련한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삼정 더파크가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4월 초까지 1년여 동안의 공사 기간에 무려 15개 지역 6만 1660㎡에 걸쳐 60∼70년생 소나무, 편백나무, 삼나무들을 뿌리째 잘라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불법시설물 설치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단체는 삼정 더파크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부산시도 동물원 측을 경찰에 고발했다. 무단벌목과 불법시설 설치 등에도 눈감아 오다가 마지못해 고발에 나서는 모양새였다.
지난 4월 부산시민연대가 ‘삼정 더파크, 불법 산림훼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동물원과 관련한 논란이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 7월이었다. 시행사인 더파크가 7월 초 폐업신고를 관할세무서에 결국 내고 말았다. 많은 돈을 투입하고도 허울뿐인 시행사 지위만 유지하게 된 데 따른 회의가 작용했을 거란 게 주된 분석이었다. 더파크가 폐업하면서 부산시가 2012년 동물원 정상화 협약에서 규정한 500억 원의 매수의무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는 듯했다.
하지만 7월 27일 더파크의 자금을 관리하던 KB부동산신탁이 부산시에 더파크에 대한 매수청구를 요청하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KB부동산신탁은 2012년 협약 당시 맺은 이행 세부계획을 담은 매입확약서를 기초로 내걸었다. 매입확약서에는 ‘더파크 준공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매수청구를 할 수 있고, 청구가 접수된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부산시가 감정평가를 해야 하며 33개월 이내에 매수를 확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내년 7월까지 감정 평가를 실시한 다음, 2017년 4월까지 동물원을 매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우선 제3자 매수를 추진하겠다. 아울러 삼정기업에도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정된 방침이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터져 나왔다. 우선 부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전진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일 제247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부산시가 삼정 더파크에 대한 500억 원의 빚보증을 서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동물원을 떠안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전 의원은 “엄청난 특혜 논란 속에서 계약을 강행한 부산시가 완공 이후 동물원의 경영에 관한 관리 감독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산시가 결국 동물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간부는 “부산시의 잇따른 헛발질이 사태를 키웠다”며 “최초 공사 시에 조성인가를 잘못한 것부터 문제였고, 이후 삼정기업을 막대한 특혜를 주고 해당 사업에 끌어들인 것이 결국 큰 패착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