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그 스타 ‘놀던 물’이 수상하다
▲ 사진은 남자 호스트가 등장하는 영화 <워터스>. | ||
인기그룹 출신 가수가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건네준 이는 평소 기자와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었다. 아는 언니가 호스트바에서 직접 그를 만났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루머가 ‘아는 사람에게 직접 들었다’는 형식인 만큼 그다지 신뢰성이 높은 제보는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연찮은 자리에서 현직 호스트바 ‘선수’ 몇몇과 만날 기회를 갖게 되면서 충격적인 제보 내용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었다.
“당연히 알죠. 이 바닥에선 그런 얘기가 금방 퍼져요. 그런데 정식 선수라고 할 순 없고 ‘지명’(단골 고객이 특정 선수를 부르는 경우)있을 때만 가끔 나온대요. 연예계에서 얼쩡거리다 잘 안되니까 고정적인 수입도 필요해 다시 돌아온 거죠, 뭐.”
문제의 가수 A는 사실 그리 잘 알려져 있는 연예인은 아니다. 그가 소속된 그룹이 한동안 인기가도를 달리긴 했지만 금세 잊혀준 터라 멤버였던 A의 경우 이름을 들어도 연예인인 줄 모르는 이들도 많다. 나름 잘나가던 ‘선수’로 유명하던 A는 친구 소개로 연예계 데뷔의 기회를 잡아 밤 생활을 접었지만 결국 뜨는 데 실패한 뒤 다시 호스트바를 전전하게 된 것. A 외에도 서너 명 정도의 전직 남자 연예인들이 연예계에서 떠밀려난 뒤 다시 ‘선수’ 생활을 재개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화려한 귀환은 아니다. ‘선수’들 사이에선 연예계 데뷔가 금기시돼 있다. ‘나가요 걸’과 마찬가지지만 ‘선수’는 직업 수명이 짧다. 대개 정년이 27세로 그 이상의 연령층은 ‘노땅’으로 분류돼 ‘마담’(선수들을 관리하는 직책)이 되거나 업계를 떠나게 된다. 절정기의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을 경우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비참한 ‘선수’ 생활의 말로를 걸어야 하는 것. 서른 가까운 나이의 A 역시 환영받지 못하는 ‘노땅 선수’로 단골 고객의 지명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로 인해 ‘선수’들 사이에선 연예계 데뷔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라 부를 정도다.
최고급 룸살롱이 ‘텐프로’라 불린다면 최고급 호스트바는 ‘정빠’라 불린다. 텐프로에서 일하는 ‘나가요 걸’들이 여자 연예인 뺨치는 외모의 소유자라면 ‘정빠’에서 일하는 ‘선수’들 역시 어지간한 남자 연예인에 뒤지지 않는다. 당장 연예계에 진출해도 통할만한 수준이라 연예인 데뷔를 권하는 손길도 많다. 취재에 응한 또 다른 ‘선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호스트바 주요 고객이 ‘나가요 걸’이지만 요즘 들어 일반 손님들도 늘고 있는데 연예계와 관계된 여성들이 많아요. 연예기획사나 영화사 등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은 물론 패션업계나 매스컴 관계자 등 간접적으로 연예계와 관계된 이들도 있는데 그들이 연예계에 데뷔하면 힘이 돼주겠다고 얘기하곤 해요.”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이들도 있다고 하니 ‘룸살롱 캐스팅’과 유사한 ‘호스트바 캐스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박스기사 참조) 심지어 손님으로 온 여자 연예인들이 파트너에게 연예계 데뷔를 권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선수’들의 수입은 개인차가 워낙 커서 통계를 내기가 쉽지 않다. 최소한 월 500만~600만 원 정도의 수입은 올린다고 하는데 잘나간다 싶으면 월 1000만 원 이상도 벌 수 있다. 그런데 한 달에 500만~600만 원 정도는 ‘비용’으로 다시 투자되는 게 현실이다. ‘선수’들의 공통된 목표는 ‘제대로 한 건 공사를 치는 것’인데 여기서 ‘공사’란 돈 많은 여성 손님을 꾀어 그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여성 손님의 환심을 사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그렇지만 잘되면 고급 외제 승용차는 물론 아파트를 선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성공 확률이 불분명한 연예인 데뷔보다는 ‘공사’에 열중하겠다는 얘긴데 텐프로 나가요걸이 연예계 데뷔 권유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나름 연예인 출신 ‘선수’ 가운데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한창 연예계에서 활동할 무렵에도 ‘선수’ 출신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가수 B는 가요계를 떠난 뒤 다시 호스트업계로 돌아왔다. 그런데 가수로 활동할 당시 돈을 모아 놓았던 터라 일반 ‘선수’가 아닌 마담으로 돌아왔는데 B는 연예계 지인들을 대거 단골손님으로 확보해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B를 제외하곤 하나같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요즘 모습에 대해 묻자 선수들과 함께 나온 마담이 대답에 앞서 먼저 깊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름 연예인 출신이라고 자존심은 강해 ‘초이스’(손님들이 선수를 세워놓고 고르는 과정)는 거부하고 지명 손님만 받으니 한계가 크다. 하긴 초이스 들어가기엔 너무 노땅들이기도 하죠. 게다가 호스트바를 찾는 여성들이 그리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당장 돈이 급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그들이 정말 안쓰러워 보여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