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빛내는 연기가 나를 빛내주더라”
▲ 맛깔나는 애드리브를 보여준 박철민. 운을 맞추며 리듬감 있게 내뱉는 그의 다채로운 어휘력은 소설 <태백산맥>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김태진(김): 방금 끝난 게 <뉴하트> 마지막 촬영인가요?
박철민(박): 마지막은 아니고 내일 두 신 정도 남았어요.
김: 종영하는 날까지 촬영이라니, 거의 생방송이네요. 그래도 시청률이 잘 나와 기분 좋을 것 같아요.
박: 그럼요. 말로만 듣던 구름 위를 걷는 듯 몽롱하고 행복한 기분입니다. 관객이 꽉 찬 연극 공연하고 똑같죠. 능력의 120%, 150%를 발휘했다고 자부해요.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의 사랑이 우리에겐 양분이거든요.
김: 아까 조재현 씨가 여중생들하고 사진 찍으니까 스태프들이 왜 ‘배대로’ 팬하고 사진 찍느냐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촬영 현장에 직접 찾아오는 팬이 가장 많았다던데 <뉴하트>로 인해 팬이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박: 저를 보면 ‘뒤질랜드’라고 부르는 분이 가장 많고 ‘배대로’라고 부르기도 해요. 그리고 ‘박철민’이라는 본명까지. <뉴하트>를 통해 이름 석 자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죠.
김: 박철민 코믹 연기의 핵심은 애드리브를 바탕으로 한 특유의 화법이잖아요.
박: 내 화법의 기초는 대하소설 <태백산백>의 감칠맛 나는 대사법이에요. 은유 직유 의인화를 자주 사용하는 조정래 선생의 표현법을 많이 가져다 썼죠.
김: ‘뒤질랜드’는 어떻게 탄생한 유행어인가요?
박: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작가 아들이 자주 쓰던 표현이래요. 그리 쌍스럽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표현이기에 자주 써서 배대로의 캐릭터를 살리자고 생각했죠. 워낙 다혈질인 캐릭터인데 방송에서 욕을 할 순 없잖아요. “언제나 뒤질랜드, 결국은 뒤질랜드, 끝끝내 뒤질랜드”라는 표현을 쓴 뒤 들불처럼 퍼져 유행어가 됐는데 다들 ‘즐거운 욕’ ‘재밌는 욕’으로 받아들여 다행이에요. 행여 너무 속어가 아닐지 걱정했거든요.
김: 김미미와 배대로의 격렬한 키스신이 화제가 됐는데 NG는 얼마나 났나요?
박: 한 번인가 났는데 기술적인 문제였고 우리 입술이 문제된 적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바스트샷, 투샷, 풀샷 등 네다섯 번 정도를 좀 길게 찍었죠.(웃음)
김: <뉴하트>의 ‘배대로’는 멜로라인이 강한 캐릭터예요. 늘 짝사랑하는 역할만 하다 본격 멜로는 처음인데 어땠나요.
박: 재밌고 행복했죠. 극중 배대로만큼이나 저도 촬영하는 내내 설레고 벅차고 기대되고 그랬어요. 김미미 역할의 신다은이라는 친구는 어리지만 프로 근성이 뛰어나고 훈련도 잘 된 배우라 NG도 거의 없이 신나게 찍었어요. 게다가 밸런타인데이엔 사적으로 초콜릿까지 주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김: 주연 배우는 안하겠다는 얘기를 종종 하시는데 그게 어떤 의미죠?
▲ 드라마 <뉴하트>에서 화제가 됐던 키스신(위)과 텔미춤 장면. 위의 엘리베이터 키스신은 ‘김미미’ 역할의 신인배우 신다은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 ||
김: 입담이 뛰어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잘할 것 같은데요.
박: 예능 프로그램은 영화 <스카우트> 홍보할 때 딱 한 번 출연했는데 거기에는 또 거기에 맞는 프로들이 있더라고요. 그들의 뛰어난 재치와 무서운 순발력과 그리고 입담이 참 대단했어요. 물론 나도 서너 번 해서 익숙해지면 그들에게 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또 거기에 집중하고 투자해야 하는데 배우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배우의 신비감과 매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 가급적이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너무 밑천이 떨어져서 지겨운 배우가 되면 안 되니까.
김: 영화 <목포는 항구다>가 본격적인 영화 데뷔였는데 김지훈 감독과의 인연도 각별하다면서요.
박: <밥>이라는 연극을 들고 지방 공연을 갔는데 <목포는 항구다> 구상을 위해 지방에 온 김 감독과 우연히 만나 뒤풀이 술자리에 합석했어요. 그 자리에서 완전 취한 김 감독이 “형, 내가 키워줄게”라기에 나는 “이런 건방진 놈”이라고 말했지만 한편으론 고마웠죠. 그렇게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를 함께 하며 이젠 둘도 없는 ‘연인’ 같은 관계가 됐어요.
김: 현재 출연하고 있는 연극 <늘근도둑이야기>가 연장 공연에 들어갈 만큼 조재현 씨와 함께 하는 연극열전2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그래도 남모를 어려움은 있을 것 같아요.
박: 지금 우리 무명 연극인들이 굉장히 어려워요. 그런데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있는 탤런트나 영화배우가 연극열전2를 통해 잠깐 무대에 서는 게 솔직히 미안하고 죄스럽고 불편해요. 그런데 어차피 관객들이 인기 스타를 무대 위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게 현실이니까 서로 이해가 되지 않나 싶어요. 연극열전2 제작진 역시 연극계의 무명 배우와 연출가를 많이 픽업하기 위해 애써 상생의 길을 찾았으면 해요.
김: 아무래도 연극배우 시절엔 반찬도 달랐을 테고 춥기도 더 추웠을 텐데, 그 당시 기억나는 에피소드 좀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