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출연’의 비밀

석 달에 서른 번 날짜는 맘대로

가장 손쉽게 연예인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길거리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있는 포스터만 놓고 보면 밤업소만큼 연예인 만나기 쉬운 곳도 없어 보인다. 유흥가 길거리는 물론이고 주택가까지 밤업소의 연예인 출연 홍보 포스터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런데 예상외로 연예인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찾은 밤업소에서 허탕을 치고 돌아온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그런 포스터가 거짓이란 말일까. 심한 경우 병상에 누워있는 가수 방실이가 전속 출연한다고 쓰여 있는 포스터까지 눈에 띌 정도다.

밤업소 관계자들은 “출연하지 않는 연예인의 사진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연예인이 가만 있겠느냐”며 “출연 계약이 된 연예인의 사진으로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포스터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속았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된다. 우선 포스터에 ‘○월 ○일 출연’과 같이 날짜가 명시돼 있는 경우엔 해당 연예인의 출연이 확실하다고 봐도 된다. A급 스타들로 대부분 하루나 이틀 정도를 단발 출연하는데 출연 날짜가 잡히면 이를 홍보하기 위해 포스터를 제작한다. 보통 ‘업소 오픈’과 같은 이벤트에 맞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A급 연예인을 출연시킨다. 영등포 일대와 수유리 일대 유흥가를 확인해본 결과 두 지역 모두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의 80% 이상이 한 업소의 포스터였는데 두 곳 모두 ‘확장 오픈’ 이벤트에 A급 연예인이 출연한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이처럼 날짜가 확정돼 있는데 해당 연예인이 밤업소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경우 3배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매니저들은 방송 일정을 포기하더라도 확정된 밤업소 일정은 소화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반면 ‘전속출연’ ‘장기출연’이라 쓰여 있는 연예인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은 보통 30일 계약을 맺은 이들이다. 그렇다고 30일 동안 매일 나오는 것은 아니고 석 달 정도 기간을 두고 서른 번 무대에 오른다는 의미다. 따라서 연예인의 스케줄에 따라 출연 여부가 달라지는 것. 이런 경우 미리 업소에 그날 출연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허탕 치지 않을 수 있다.

간혹 출연 계약을 맺지 않은 연예인의 사진을 포스터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해당 연예인 측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부르려고 했는데 오류가 있었다’며 높은 금액에 하루나 이틀 단발계약을 해줘 무마하곤 한다.

신민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