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수출 후 등록하다 ‘큰코’
[일요신문]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K 사는 지난 2008년 중국 진출을 앞두고 중국 현지 상표 출원을 진행했다. 그런데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내 A 투자증권에 근무하고 있던 B 씨가 K 사 상표를 재빨리 출원한 사실을 발견한 것. K 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권리 포기’를 명목으로 B 씨에 2500만 원의 합의금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K 사는 이후 겨우 중국 시장 1호점 점포를 오픈했다.
K 사의 경우처럼, 최근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의 상표권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와 중국 현지 상표브로커들이 우리 기업을 겨냥해 중국 현지를 무대로 상표 선 출원 행각을 일삼고 있다”라며 “국내 대기업 제과 프랜차이즈 P 사, 국내 빙수 전문점 1위 업체인 S 사도 당했다. 어떤 브로커는 이러한 상표권 수백 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심각하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규모는 국내총생산액(GDP)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중국은 지적재산권 시장에서 1위 국가이기도 하다. 전 세계 특허출원 260만여 건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82만 여 건이 중국에서 출원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에 있어서도 한국은 최대 수입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국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국 내 상표출원 현황은 8331건으로 7위에 해당한다. 1위인 미국이 중국 내에서 3만 875건의 상표를 출원한 것과 비교한다면, 미미한 수치다.
앞서의 관계자는 “국내 의류 업체인 ‘베이직하우스(중국명 바이찌하오·百家好)’와 CJ의 제과업체 ‘뚜레주르(중국명 뚜어러즈르·多樂地日)’처럼 중국어 네이밍까지 상표 등록한 우수한 사례도 많지만, 상당수 국내 업체들은 선 수출 후 상표 등록 관행을 이어가며 상표에 신경을 덜 쓰고 있다”라며 “중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반드시 상표출원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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