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메뉴’ 5인치 세상으로 쏙~
스타 PD 나영석과 ‘1박 2일’ 원년 멤버가 재결합한 ‘웹예능’ <신 서유기>가 장안의 화제다.
<신서유기>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서비스인 TV캐스트를 통해 방송됐다. 현재 CJ E&M 소속인 나영석 PD는 다른 플랫폼을 통해 노출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결국 <신 서유기>는 CJ E&M과 네이버가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했다. 그동안 실험적 프로그램을 다수 선보였던 CJ E&M이 이제는 아예 ‘탈 플랫폼’을 시도한 것이다.
강호동 외에 원조 ‘1박2일’의 멤버였던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가 모두 참여한 <신 서유기>는 지난 4일 1~5편이 공개됐다. 이후 약 한 달간 매주 금요일 4~5편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TV용으로 따로 제작할 계획이 없다. 결국 원조 ‘1박2일’ 멤버들의 재회를 보고 싶다면 컴퓨터 앞에 앉거나 스마트폰을 켜야 한다.
이는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 한때 유명 드라마는 50%, 인기 예능은 30%가 넘어서던 시청률은 10~20%면 ‘대박’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대폭 줄었다. 이는 10~30대 시청자의 이탈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적어도 더 이상 ‘본방사수’하지 않는다.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싶은 콘텐츠만 찾아보거나, VOD(주문형 비디오)를 선호한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걸리면’ 보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다. <신 서유기>는 바로 TV에 등 돌린 이들을 겨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일 공개된 1~5편은 불과 5일 만인 9일 누적 조회수 1000만 건을 돌파했다. 11일 후속편이 공개되며 조회수는 나영석 PD가 목표로 외치던 200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최종 누적 조회수는 1억 뷰에 육박할 것이란 핑크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 TV 예능의 가장 큰 수익원은 광고 판매였다. 본방송 앞뒤로 붙는 광고는 방송국을 유지하는 가장 큰 수익 창구였다. 여기에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오는 PPL(Product Placement)이 부가수익이었다.
하지만 <신 서유기>는 이런 플랫폼이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도대체 뭘로 돈을 버는 거지?”
지난 4일 공개된 1~5편은 불과 5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신 서유기> 역시 광고로 돈을 번다.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시작 전 붙는 짧은 광고를 봐야 한다. 물론 광고주가 광고비를 지불한다. PPL은 오히려 활용하기 편해졌다. TV 예능의 경우 지나친 광고를 지양하기 위해 상표에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가 있었지만 <신 서유기>와 같은 웹 예능은 그럴 필요가 없다. 출연진이 특정 상표를 말하는 것도 훨씬 자연스럽고 노출도도 높다. 광고주로서는 더욱 선호할 수도 있다. 이번 시즌에서는 PPL을 받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즌을 만들 때는 PPL 요청이 쇄도할 전망이다.
광고비는 클릭수에 연동된다. 많은 이들이 이 콘텐츠를 찾고 조회수가 올라갈 때마다 광고비가 상승하는 것이다. 정확한 손익분기점은 아니지만 나 PD가 말한 ‘2000만 뷰’는 <신 서유기>의 손익분기점에 가깝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를 일찌감치 달성한 <신 서유기>는 이미 흑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신 서유기>의 성공은 또 다른 웹 드라마나 웹 예능의 제작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2년 제작된 <하우스 오브 카드>가 웹 드라마의 시초라 볼 수 있다. 이 웹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둔 후 <마르코폴로>와 같은 또 다른 드라마가 제작되며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수용자들의 시청 행태 변화도 웹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성공을 일군 이유다. 현재 TV에서 방송되는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의 러닝타임은 70분이 넘는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보기에는 부담이 되는 분량이다.
반면 <신 서유기>의 편당 러닝타임은 10분 남짓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식사 후 막간을 이용해 한 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쉽게 싫증을 느끼고 옴니버스 형태 콘텐츠를 선호하는 현대인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어게인 1박2일 강호동 ‘안절부절’ 이승기 ‘능수능란’ 플랫폼 바뀌니 대세도 바뀌네 <신 서유기>는 중국을 배경으로 택해 중국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은 나영석 PD와 <신 서유기> 멤버들. <신 서유기>는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을 대한민국 1등 예능으로 만들었던 이들이 재결합해 선보이는 예능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 PD의 재활 예능’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침체기에 빠진 강호동, 물의를 빚었던 이수근, 활동 폭이 좁아진 은지원 등이 나란히 출연하기 때문. 예능인으로서 활동은 줄었지만 여전히 톱 배우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이승기를 제외하면 <신 서유기>는 그다지 매력적인 이들을 모았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 수장이 나영석 PD이기 때문에 대중의 기대치는 크게 상승했다.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앞세워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그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플랫폼의 변화는 캐릭터의 전복을 가져왔다. ‘1박2일’에서는 강호동이 중심을 잡았지만 <신 서유기>에서는 아니다. TV의 문법에 길들여진 강호동이 웹 세대들의 가볍고 거침없는 문법을 따라가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며 “이래도 되나”를 연발하는 모습은 새로운 웃음 포인트였다. 웹 세상의 성격을 잘 아는 이승기가 거침없는 언사로 중심 멤버로 올라서는 모습을 바라 보는 것이 <신 서유기>의 묘미다. TV에서 금기였던 것이 웹에서는 개그의 소재가 됐다. 이승기는 도박 파문에 휩싸여 한동안 방송가를 떠났던 이수근에게 ‘상암동 베팅남’이란 수식어를 붙여주었고, 이혼의 아픔을 겪었던 은지원을 ‘여의도 이혼남’이라 불렀다. 이런 모습을 보며 강호동은 “그냥 갈겨버리네. 거리낌이 없구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TV에서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신 서유기>에서는 일부러 꺼내서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이는 대중이 일상 속에서 친한 친구들과 만나 스스럼없이 나누는 대화와 다름없다. 이미 1인 방송과 같이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에 노출되고 그들에게 환호하는 대중에게 <신 서유기>는 분명 속 시원한 예능일 법하다. 물론 반작용도 있다. 과거 물의를 빚거나 드러내기 힘든 개인사에 휩싸였던 이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예능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 악을 행했던 이들이 삼장법사와 함께 도를 깨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서유기>처럼 <신 서유기>는 나 PD가 아끼는 이들이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일종의 판을 깔아준 것이라 볼 수 있다. 배경이 중국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나영석 PD의 예능에서는 항상 배경이 중요했다. <꽃보다 할배>는 해외 곳곳을 다니며 그곳의 볼거리와 이야기를 전했고, <삼시세끼>는 강원도 정선과 만재도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공간이 주는 묘미를 한껏 살렸다. 중국은 <서유기>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각 멤버들이 촬영을 다녀도 팬들이 몰릴 염려가 적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가장 큰 한류 시장이라는 것이다. SBS <런닝맨>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출연진이 스타덤에 올랐듯, <신 서유기>는 중국을 배경으로 택해 중국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신 서유기>는 나영석 PD의 기발한 발상과 영리한 계산이 맞아떨어진 예능”이라며 “새로운 플랫폼을 개척하면서 자기 식구들을 챙기고,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는 1석3조의 수확을 거둘 수 있는 콘텐츠”라고 평했다. [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