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우면 남편 흉도 못봐요”
▲ 쟁쟁한 후배들에 뒤지지 않는 입담으로 방송가를 누비고 있는 개그우먼 박미선.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김태진(김): 제가 방송 데뷔했을 때 처음 출연한 프로그램이 <행복채널>이었는데 선배님이 MC였어요. 기억나세요?
박미선(박): 아! 그랬나? 맞다. 그때 (전)제향이하고 같이 나왔었지.
김: 그땐 어리버리해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도 잘 몰랐는데…. 이렇게 마주 앉아 인터뷰하는 게 영광입니다.
박: 에이~ 무스~은.
김: 올해가 방송 데뷔 21주년이지죠. 20년을 기념해서 그런지 지난해부터 부쩍 방송 활동이 많아졌어요.
박: 그동안 교양 쪽 활동을 많이 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버라이어티를 다시 하게 됐지. 요즘 유행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솔직한 토크가 내 성격하고 잘 맞았어. ‘한탄개그’가 주부들에게 어필을 하면서 인기도 많아졌고.
김: 이번 봄 개편에서 엄청나게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잖아요.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편 이봉원 씨와 함께 <박미선, 이봉원의 우리집 라디오>를 진행하는 거예요. 결혼 이후 부부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죠?
박: 처음이지. 같은 코너에 출연하다 결혼했지만 결혼 이후에는 이번이 처음이야. 같이 토크쇼도 잘 안 나갔으니. 제의는 많았는데 우리는 그거를 굉장히 쑥스러워했거든. 그런데 부부는 부부더라. ‘쿵’하면 ‘짝’하고 호흡이 잘 맞아.
김: 거듭 거절하다 이번엔 함께 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박: 요즘 서로 바빠서 부부 사이에 대화도 별로 없고 얼굴 볼 시간도 없는데 라디오라도 하면 매일 얼굴도 좀 보고 대화도 좀 생기겠구나 싶었어. 결혼 15년차인데 사실 얘깃거리가 별로 없어. 그래도 같이 라디오 하니까 대화도 생기고 좋더라고.
김: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방송이 좀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박: 안 그래도 주위에서 그런 걱정을 많이 하셔. 그래서 부부싸움 안 하고 서로 마음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 우리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불편해지잖아. 그동안 같이 안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는데 이제 나이도 있고 철도 들었거든. 그리고 싸우면 그냥 싸운 대로 하려고. 음악만 틀고 ‘우리 싸웠으니까 그런 줄 아세요’라고 말할 거야.
김: 청취자 반응도 매우 뜨겁다고 들었어요.
박: 시청자들이 남편에 대한 신세 한탄개그를 하던 박미선이 남편하고 같이 방송하면 무슨 얘길 하나 궁금해 하시는 거 같아. 게다가 우리가 굉장히 독한 생활 멘트로 방송을 하는 편이야. 예를 들어 어제 방송에서 여자들은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이봉원 씨가 팔베개만 해줘도 좋아한다기에 내가 ‘아니 언제 팔베개를 해줬다고 그래, 누구한테 해준거야?’라고 맞받아쳤지. 또 내가 ‘이 시간에 맨 정신으로 있는 이봉원 씨를 보니 생소하네요’라고 치면 그 사람도 ‘나도 생소해요’라고 받아 쳐. 서로 재미있어 하는 거지. 애아빠가 삐치고 소심한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막 해대면 안지고 또 막 해대거든.
▲ <해피투게더> 출연 장면. | ||
박: 주위에 아는 언니들이 그런 얘기 이제 그만하라고 그러더라고. 나는 웃긴다고 개그를 한 건데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또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어 수위 조절에 신경 쓰고 있어. 그래서 요새는 좀 안하려고 하는데 주변에 ‘마귀’들이 있잖아. <명랑 히어로>의 그 인간들(김구라 김국진 윤종신 등), <해피투게더>의 유재석 박명수 이런 인간들. 후배 남자 애들이 막 장난치니까 욱해가지고 거기에 말려들고 그래.
김: 종종 연기 활동도 했는데 이제 바빠서 못하겠어요.
박: 그래도 1년에 한 작품은 하려고 해. 굳이 옛날처럼 한 가지 일만 하겠다는 건 고집인 거 같아. 주로 감초 연기를 시키지만 개그맨들은 정통 연기도 되거든. 자기도 기회 있으면 할 거 아냐?
김: (힘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기회 있으면 하죠.
박: 봐. 누구든 그런 기회 있으면 하거든. 게다가 난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했으니까.
김: 요즘 선배님 발언이 상당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
박: 아! ‘이혼을 생각했다’는 말? 난 그게 왜 화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어. 결혼 10년 이상 되면 남자든 여자든 한 번씩은 다 그런 생각을 해. 그런 생각 안 해보는 부부가 있나? 정말 안 해 본 사람이라면 천사 같은 부부고, 만약에 해봤는데 아니라고 얘기하면 가식적인 거고. 잉꼬부부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는 건 말이 안돼. 잉꼬는 안 싸우는 줄 알아? 서로 물어뜯어.
김: 다른 기사를 검색해보니까 게을러서 이혼을 못했다고 얘기한 적도 있던데.
박: 그건 그냥 웃기려고 한 얘기지. <명랑 히어로>에서 이혼을 생각했다고 얘기한 건 (김)국진 씨 얘기 듣고 느낀 바가 많아서였어. 나도 (이혼을) 고민했었지만 주위와 언론의 반응이 두려웠었다는 얘기였지. 공인으로 살아가는 연예인과 언론 사이의 이야기인데 포인트가 어쩌다 딴 데로 간 거야.
김: 요즘 연예인 이혼 얘기가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남일 같지 않겠어요.
박: 이혼 기자회견 같은 거 보면 ‘왜 저랬을까’하는 생각보단 ‘오죽했으면 저랬을까’ 싶어. 저렇게 발표할 때까지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싶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