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한 컷 위해 온종일 ‘생쇼’
▲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 코너. 이틀간 분량을 단 두 시간에 소화하다보니 편집된 분량에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사진제공=KBS | ||
샛길로 새는 촬영 (6월 8일 방송분)
‘1박 2일’ 시청자라면 이들의 여행기가 기막힌 우연으로 재미를 만들어가는 일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때문에 ‘설정’일 것이라는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백령도로 향하다 얼떨결에 대청도에 내려 숭어를 잡던 MC몽과 매니저의 에피소드다. 이들이 숭어를 잡는 장면은 15분가량 전파를 탔는데 MC몽과 매니저의 의상 변화가 시간 순서와 다르다. MC몽이 숭어를 잡으려 모래투성이가 되는 모습이 방영됐는데 잠시 후 숭어를 잡는 순간에는 MC몽의 옷이 다시 깨끗해져 있다. 뭔가 조작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1박 2일’의 나영석 PD는 조작설을 적극 해명했다. 나 PD는 “MC몽과 매니저가 옷이 더러워지고 바지가 찢어지도록 뒹굴었던 모래사장과 숭어가 잡힌 웅덩이는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이라며 “숭어를 잡지 못한 MC몽과 매니저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웅덩이까지 가면서 모래를 털고 포대자루를 벗었다”고 설명한다. 다행히 웅덩이에서 숭어를 잡아 자신감이 붙은 MC몽은 “먼저 포기한 곳에서 다시 도전해 숭어를 잡으면 한 마리에 1000원씩 주겠다”는 제작진의 말에 다시 처음 장소로 되돌아갔다. 결국 숭어를 더 잡지는 못해 그 과정이 방송되진 않았지만 그 와중에 다시 옷이 더러워진 모습은 몇 장면 전파를 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라고.
나 PD는 “숭어가 계속 안 잡혀서 함께 동행한 VJ들이 잠시 떨어진 곳에서 쉬고 있는데 숭어가 잡혀 그 부분을 상세히 찍지 못했다”며 “만약 설정이었다면 훨씬 잘 찍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C몽의 매니저 역시 “5시간 정도 촬영했지만 방송은 15분 정도였다”며 “고생하는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편집하다보니 그리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다. ‘1박 2일’ 팀이 문경을 찾아가는 길에 충주대에서 열었던 게릴라콘서트 역시 미리 계획된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이에 대해 한 제작진은 “계곡을 찾아가는 길에 술 박물관이 보이자 은지원이 ‘저기서 술 한 잔 하고 가자’고 말했으나 방송에서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며 “결국 목이 말랐던 출연자들이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들어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원래 대학교 등은 미리 협의하고 장소섭외를 요청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당시 충주대 총장이 해외출장 중이었는데 부총장이 ‘내가 책임질 테니 일단 찍으라’며 방송을 적극 허락해줬다”고 덧붙였다.
‘1박 2일’ 제작진은 “사실 우리가 봐도 짰다고 할 정도로 주변 정황을 활용했던 것은 순전히 우연 탓”이라며 “그냥 온 우연은 아니고 우리의 영업기밀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영업 기밀은 대체 뭘까.
▲ 백령도로 향하던 MC몽이 얼떨결에 대청도에서 내려 숭어잡기를 하고 있다(위쪽). ‘1박 2일’ 팀이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서기 위해 3시간 동안 연습했다. | ||
이들이 말하는 영업 기밀은 바로 제작진의 혹독한 훈련이다. 한 관계자는 “방송 초기부터 출연자가 직접 밥을 얻어오게 하고 주유소만 들러도 직원과 말하게 하는 등 사람을 대면하게 했다”며 “TV를 떠나면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스타들이 많이 부끄러워하고 머쓱해했지만 끊임없이 훈련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 결과 초기멤버였던 김종민은 평창에서 밥을 하던 중 필요했던 주걱과 다진 마늘을 구하기 위해 제작진도 모르게 마을 주민들을 찾아다녔다고. 이 관계자는 “이제는 출연진 모두가 ‘내가 사고 치면 큰일이 되고, 재미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건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기에 가장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그 훈련의 결과는 ‘1박 2일’이 지역민의 감성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던 <전국노래자랑> 거창군 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본 강호동이 먼저 출연을 제안하고 나선 것. 그 말을 들은 제작진 역시 같은 KBS 프로그램인데다 선배 연출진이 있어 솔깃했다고 한다. 하지만 매끈하게 처리된 방송과 달리 우여곡절이 많았다.
‘1박 2일’ 멤버들이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마자 MC인 송해와 담당 PD가 반대했기 때문. 담당 PD는 “전통 있는 프로로 12명의 출연자가 예심을 거쳐 올라오는 건데 만약 경연자로 나올 거면 예심부터 해야 한다”며 연예인이라고 특혜를 줄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송해 역시 “<전국노래자랑>은 일반인들의 축제”라며 반대했다. 결국 ‘1박 2일’ 제작진이 찾아가 딸기를 비롯한 거창군 홍보를 하겠다며 설득해 겨우 승낙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멤버들이 3시간 동안 연습하고 그 모습을 방송분량에 맞춰 촬영해놓은 제작진에게 “곡을 바꿔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 이유인즉 <전국노래자랑>이 방영된 지난 20년간 한 번도 같은 노래가 겹친 적이 없었는데 ‘1박 2일’ 팀과 의경팀 경연자가 똑같이 ‘무조건’이란 노래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끈질긴 설득으로 무사히 방송을 마친 제작진은 “사실 방송에는 이런 과정들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미 계획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시청자도 있다”며 “하지만 그 뒤엔 뛰어다니는 제작진과 그런 스토리를 가능하게 하는 연기자들의 노력이 있다”고 말했다.
▲ 출연진들이 자는 모습. 6㎜ 카메라를 동원해 세세한 부분까지 보여준다(위쪽). ‘1박 2일’ 촬영을 보기 위한 팬들이 진을 치고 있다. | ||
‘1박 2일’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출연 멤버 6명의 일상적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자는 모습과 세수하는 것을 비롯해 심지어 화장실 가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방송된다. 이는 모두 제작진의 숨은 노력의 결과다. ‘1박 2일’ 제작진이 동원하는 ENG카메라는 총 7대. 여타 예능프로그램 카메라가 10대를 훌쩍 넘기는 것을 감안할 때 오히려 적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 6mm카메라 10대가 더 동원된다. 방송 사이사이, 잠드는 순간 등까지 상세히 촬영해 최대의 유머를 끌어내겠다는 방침으로 동원된 6mm카메라는 스타들의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며 기대 이상으로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것.
이런 까닭에 제작진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1박 2일’ 인원은 연예인까지 포함해 총 70여 명. 6명의 멤버들과 그들의 스타일리스트 및 매니저를 합한 20명 안팎의 인원 외에 연출 카메라 음향 조명 등 스태프들까지 더한 숫자다.
이런 대식구가 숙식을 해결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욱이 계곡이나 바다 등을 자주 찾는 프로그램 특성상 식사 해결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밥차였다. 영화촬영지에서나 쓰일 법한 밥차를 대동한 제작진들은 “대식구가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해 고생하다 두 달 전부터 밥차를 이용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숙소 역시 장소섭외를 위한 사전 답사 때 각 지역 관공서 등을 통해 분교, 마을회관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요청한다고 한다.
얻는 것 그리고 잃는 것
“어떻게 제작진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우리 지역으로 와 달라’는 전화가 계속 걸려온다.”
나 PD의 말이다. 섭외요청지역마다 ‘대체 무슨 프로그램이냐’며 무심한 반응을 보이던 방송 초기와 달리 이제는 지역홍보 및 협찬 요청까지 들어온다. 백령도에서 군부대와 축구대회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프로그램의 인기 덕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 PD는 “제작진의 전화를 받은 해병대 장교가 ‘안 그래도 우리 쪽에 전화가 안 와서 의아했었다’며 흔쾌히 허락해줬다”고 말한 뒤 “인기를 얻고 ‘호감형’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면서 협조가 쉬워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곤란한 경우도 많이 생긴다. 방송 초기엔 프로그램 이름은커녕 출연 연예인들도 몰라보는 사람이 많아 어려움도 컸지만 밥을 구하러 다니는 등 스타들의 야생적인 느낌이 잘 살았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진 이후엔 다들 출연진을 알아보는 탓에 ‘야생미’ 추구에 어려움이 많은 것. 그럼에도 ‘1박 2일’ 제작진은 앞으로도 출연 스타들과 함께 더욱 재밌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겠다는 약속의 말을 남겼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