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홍보구로 전락” 입방아 오르락
서울시 강남구청이 한류스타거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사진은 한류스타거리에 설치된 스타 형상화 아트 토이 ‘강남돌’.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연임이 확정된 신 구청장은 강남구를 선진 일류 도시로 조성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세계적인 관광 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대대적 포부를 밝혔다. 이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관광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 구청장의 이러한 의중이 정확히 반영되어 있는 곳은 강남구청에 창설된 ‘관광진흥과’다. 이전 강남구청의 관광 업무는 공보실 내 마케팅팀과 문화체육과의 관광팀으로 이원화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신 구청장 취임 후 관광진흥과는 지난 2012년 11월에 신설돼 강남구청의 여러 관광 사업들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관광진흥과가 신 구청장의 ‘직속부대’라는 얘기도 돌고 있는 상황이다.
관광진흥과는 그동안 굵직굵직한 관광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관광 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13년에는 압구정역 인근에 강남 관광정보센터를 건립했다. 한류스타거리(K-star road) 및 한류 페스티벌도 추진 중이다.
신연희 구청장
하지만 3차 조성 사업을 앞두고 있는 현재, 한류스타거리의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떠들썩하게 시작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관광 효과보다는 ‘연예인 홍보’에 그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한류스타거리는 강남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부터 연예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까지 약 1.08km 구간이다. 이 사이에는 국내외 유명 예술가들이 참여한 아트토이, ‘강남돌(GangnamDol)’이 설치되어 있다. 강남돌은 강남에 있는 아이돌(Idol)의 인형(Doll)이라는 뜻으로 엑소, 샤이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 10개 팀의 인형이 제작됐다. <일요신문>이 직접 한류스타거리를 둘러 본 결과 사람 키만 한 인형이 설치되어 있었고 아이돌들의 사진과 간단한 설명 등이 게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지도는 아직까지 현저히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류스타거리를 오가는 관광객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강남 한 유명 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만난 한 일본인 관광객은 “한류스타거리는 처음 들어봤다.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강남구청은 한류스타거리 2차 사업에 예산 4억 7000여만 원을, 3차 사업에는 9억여 원(시비 지원 포함)을 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도합 ‘13억 원’이 훌쩍 넘는 세금을 투입한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실제로 7월 강남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9만 9000여 명으로, 지난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58만 5000명)보다 절반가량 떨어졌다. ‘메르스’ 여파도 무시할 순 없지만 한류스타거리 사업을 관광 상품으로 대대적으로 내세운 강남구청 입장에서는 초라한 성적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남구청이 ‘연예기획사’만 좋은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관광 효과보다는 연예인 홍보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강남구청에서 연예인들을 내세우는 사업을 여럿 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사와 개런티가 오고 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강남에 여러 대형 기획사들이 자리한 만큼 그러한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은밀한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강남구청 측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기획사와 개런티가 오고가는 것은 없다. 협의 끝에 연예인들이 무료로 도와주기로 결정됐다”라고 전했다. 홍보효과와 관련해서도 “아직 3차 사업 및 부가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아직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추후에 효과를 봐야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편 <일요신문>은 취재 과정 중 한류스타 A 씨가 강남구청 공익근무요원으로 배치될 것이라는 전언을 접할 수 있었다. A 씨가 배치될 곳으로 예상되는 곳은 바로 앞서 언급했던 강남구청 관광진흥과다. 강남구청 한 내부 관계자는 “훈련소 훈련을 마친 A 씨가 강남구청 관광진흥과로 온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신 구청장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전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A 씨가 사실상 기관과 부서에 ‘내정’ 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통상 공익근무요원은 자신의 주거지를 기준으로 컴퓨터를 통해 무작위로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기관에 지원을 할 수 있지만 인원이 초과된다면 선착순 배치가 원칙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기관에 지원을 할 순 있지만 어디에서 근무할 것인지 과까지는 고를 순 없다. 원칙에 따라 배정되는 것이지 절대 특정 기관, 특정 과를 가고 싶다고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강남구청 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A 씨는 강남구청과의 행사를 통해 신 구청장과 안면을 익힌 것으로 전해진다. A 씨가 강남구청에 배정된다는 전언은 지난해부터 돌았다고 한다. 강남구청 관광진흥과는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낮은 부서인 것으로 전해져 연예인에게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수상한 커넥션 의혹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강남구청은 지난 9월 24일 <일요신문>에 ‘정정보도 요청 문서’를 보내 여러 의혹에 대한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강남구청 측은 “‘한류스타거리 조성사업’은 우리구 관광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한류’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이라며 “연예기획사가 밀집해 있는 청담, 압구정 지역은 이미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장소이지만 관광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관광인프라를 조성해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관광객을 유인하고자 하는 것이 한류스타거리 조성의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강남구청 측은 “실제 한류스타거리는 강남구를 방문하는 외국인의 만족도를 높이고 방문객을 늘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2015년 7월은 메르스 사태에 따라 방한여행기피로 방한관광객이 전년대비 53.5% 감소하였으나, 강남구를 방문한 관광객은 48.7% 감소에 그치며 적극적인 관광정책사업을 통해 방문율 감소를 최소화 하였다”라고 전했다. 또 “한류스타거리, 한류페스티벌, 팬사인회 등은 일체의 출연료 없이 연예인들의 재능 기부로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사회복무요원의 배치는 병무청에서 결정할 사항으로 강남구와의 수상한 커넥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우리구는 사회복무요원의 근무부서를 배정할 때 요원의 적성, 능력 등을 고려해 최적의 근무지에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