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가 보자면 은근히 기분 좋아”
▲ 지난 88년 4월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YS와 인연을 맺은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책에서 “YS한테 돈봉투를 수도 없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 ||
그러나 정치권에서 만난 YS와 노무현 의원, 이 두 사람의 인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2년 후인 1990년 1월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민주공화당의 합당(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인 민자당이 탄생할 당시 노 의원은 이에 반대하며 탈당했기 때문이었다. 박철언 전 의원이 YS에게 ‘40억원+α’에 달하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바로 YS와 노 의원이 짧았던 만남을 정리하기 직전과 3당 합당 직후였다.
지난 1994년 노 의원은 자신의 저서 <여보 나좀 도와줘>(새터)에서 1990년 3당 합당 전후 YS의 모습에 대해 상세히 적고 있다. 이 내용 속에는 YS가 자신이 대표로 있던 통일민주당의 정치인 상당수를 ‘돈’으로 관리했던 사실이 적혀 있어 이번 박 전 의원의 회고록 내용과 함께 새롭게 관심을 모은다. 노 대통령이 이미 10여년 전에 책에서 밝혔던 YS의 ‘봉투 정치’에 관련된 몇 대목을 옮겼다.
“1989년 의원직을 사퇴했을 당시의 일이다. (사퇴 이후) 잠적 생활을 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YS와 연락이 닿게 되었다. …YS를 만난 건 그의 상도동 자택에서였다. (YS는) ‘노 의원, 그래 얼마나 가슴이 아픈가? 노 의원처럼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할 텐데 말이야. …어디가서 좀 더 쉬게나. 낚시라도 하면서…’라고 말했다. YS의 말은 그게 전부였다. 사퇴 철회는커녕 사퇴의 ‘사’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게다가 때 아닌 ‘낚시 비용’으로 2백만원이 든 돈 봉투를 직접 내 손에 쥐어 주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청문회 당시부터 나는 상도동 측근들로부터 시샘을 받을 정도로 YS와 독대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었다. 독대는 주로 아침식사를 하며 이루어졌는데 이때는 대개 봉투 하나씩을 주었다. 그러니 YS가 보자고 하는 날에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내가 YS로부터 받은 돈 봉투는 수도 없이 많았다. 이삼 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것 이외에도 이런저런 일이 있을 때면 가끔씩 돈을 얻어 썼다. 그런데 YS는 돈 봉투를 주면서 이런저런 주문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도 상당한 힘을 발휘하였을 것이다. 3당 합당 당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펄쩍 뛰었다. 한참 후까지 오락가락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일단 YS를 만났다는 소문이 들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연락이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