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본심은…‘밥그릇 빼지 말고 더하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4월 20대 총선의 지역구 수를 244∼249개 범위에서 정하겠다고 발표해 농어촌 지역 선거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여야 농어촌 지방 주권지키기 모임의 박덕흠(왼쪽부터), 황영철, 장윤석, 한기호, 염동열, 이윤석, 권성동 의원이 대책 마련을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구가 최대 3석 늘어나면 기존에 통폐합 대상에 포함됐던 지역구 중 일부 지역구는 기사회생 가능성이 생긴다. 선거구 인구 하한선 평균인구가 13만 9473명에서 13만7791명으로 내려가면서 통폐합 대상이 줄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인구산정 기준일이 7월 말에서 8월 말로 변하면서 통폐합 대상 지역구에 추가됐던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 부산 중·동구가 다시 개별 선거구로 살아난다. 또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인 경남 산청함양거창,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전남 장흥강진영암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강원 속초고성양양 등도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대로 새롭게 분구 대상에 포함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 춘천과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역구인 군산이 분구 대상이 된다.
현행 지역구보다 줄어든 244석이 되면 어떻게 될까. 인구 하한선 기준이 14만 616명으로 늘어나면서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김천이 통폐합 지역구에 합류하게 되고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의 경기 여주군·양평군·가평군은 분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선거구획정위가 지역구 수 범위의 윤곽을 밝히면서 지역별로 국회의원들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분구대상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9석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농어촌 지역은 최대 10석까지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도시 지역은 서울에서 1석이 늘고 인천에서 1~2석, 경기도가 7석이 늘어난다. 또한 대전에서 1석 증가하는 반면 광주와 부산은 각각 1석이 감소할 전망이다. 대구 울산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어촌 지역이 많은 경북은 최대 3석, 강원도와 전남북은 각각 1~2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남과 충남은 현행수준이거나 1석이 늘 수 있고 충북은 현행유지 또는 1석이 줄 수 있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위 안대로 확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에 따른 선거구 획정 기준이 변수다.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구가 대폭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수를 대폭 줄여서라도 지역구 의석을 많게는 10석 이상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9월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현실적인 획정위안을 가지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획정기준을 빨리 합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9월 22일 “지역구는 10석 이상 늘어야 한다”며 획정위안보다 대폭 늘어난 대안을 제시했다.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결정에 대한 예외조항으로 농어촌 지방 특별선거구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야당 일각에서도 드러내놓고 주장하지는 못하지만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데 불만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문제는 현행 의원정수 300석 유지를 전제로 할 경우 상대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10석 이상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서는 ‘비례대표 축소 절대 불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농어촌 특별 지역구를 두면서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10석 이상 줄이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여야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역할에 대한 회의론과 부정적 여론을 들어 비례대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제3의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 과정에서 현행 300석인 의원 정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 일각에서는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비율만큼 비례대표를 소폭 늘리고 야당 측이 요구하는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까지 같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농어촌 지역 의원은 “현재 비례대표 수가 전체 의석수의 18%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역구 의석수를 10석 정도 늘린다면 비례대표도 2석 정도 늘어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이런 대안을 우리 입으로 말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물론 새누리당은 현행 300석 안에서 지역구 의석수 증가를 주장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비례대표 수 유지를 위해선 농어촌 지역구 축소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중 우리나라 비례대표 비율이 턱없이 낮은데 어떻게 더 낮추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거구 관련 논의 막바지에 이르러 여야에서 쏟아져 나온 다양한 방안들이 하나의 논의 테이블에 올려질 경우 의원 정수 확대가 여야 합의의 고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개방경선제) 도입에 대한 지도부 간 타결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야당 측이 요구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인다면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 대신 의원 정수 확대를 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태은 머니투데이 the300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