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은 <일요신문>과 인터뷰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
‘쌈닭’ ‘사이다’라 불리며,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지적으로 야권내 차기대선후보로까지 입에 오르내리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근 자신의 지지층이 모인 ‘이재명 카페트(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 등)모임’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물음에 “세상이 요구하는 모든 것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종북논란에 대해서는 종북몰이하는 세력이 종북이며, 국민의 정치 무관심은 정치적 음모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재명 시장의 주장은 여전히 날카롭고 공격적이었지만, 이 시장에 대한 지지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과 다른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관심과 정치적 태도가 점차 변화되어지고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일요신문>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만나 정치, 사회(복지), 문화(소통) 등을 얘기하며, 대한민국이 처해져 있는 모습에 대한 평가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특히, “소통 안하는 정치는 지배다”라고 강조하는 이재명 시장에게 정치에 대한 물음은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국민 한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답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먼저 이재명 성남시장과 나눈 정치, 사회, 문화 중 그 첫 번째인 정치에 대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 이재명 성남시장의 정치적인 소신을 반영한 SNS 등의 행보를 보고 일부에서 괴담 유포자, 의혹 제기자, 심지어 관심병에 걸린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지.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인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성장한다. 국민이 무관심하다면 이미 정치적으로 죽은 것이다. ‘정치인에게 뉴스는 부고 빼고 다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론에 나오고 국민의 관심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걸 관심병이라고 한다면 정치인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또 국민이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그만큼 그 사안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정치인으로, 100만 시민의 대표로 시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장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다. 안보문제라 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반국가 종북행위로 몰며 불온시하고 괴담 유포자라고 하는 것은 반민주적일 뿐 아니라, 국민 아닌 권력자 자신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는 민주질서 파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고 머슴인 공직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국민이 직접 피해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 국민은 국가안보에 관계된 일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의문을 해소하는 것은 머슴의 의무다. 합리적 의심과 단순 의혹 제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 이거나 정부 발표는 무조건 믿으라는 일방적인 강요에 불과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신의 카페트모임 토크콘서트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일요신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경영개입 문서와 특이한 사고보고 체계, 양우공제회의 존재, 정부의 진상규명 비협조 등 일반적으론 납득이 힘들지만 실소유자가 국정원이라면 납득되는 사항이 여럿이니 국정원을 세월호 실소유자로 의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민 해킹 의혹을 받는 국정원 직원이‘아무 잘못이 없다’는 유서를 써 놓고 자살했다는데 왜 잘못 없는 직원이 자살하는지 국민으로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단순 의혹 제기인가. 해킹을 하려면 북한을 주요 타겟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컴퓨터운영체계를 사용하는 북한에는 아예 적용할 수 없고 북한이 쓰지도 않는 ‘카카오톡’은 왜 해킹대상인가? 감청영장 받으면 얼마든지 가능한데 왜 해킹을 하는가?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다면 언젠가는 똑같은 일로 국민이 다시 고통을 받게 된다. 진상 규명은커녕 개인의 일탈로 몰거나 꼬리 자르기로 끝내려는 등 진실 은폐를 위한 총력에 다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진실이 유통되고 생명과 정의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 정치는 편이 있어야 한다는 소견이 있으신 것으로 안다. 정치적인 편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나 견해는.(자신의 편은 어떠한가? 어떤 편들을 만들고 싶은지)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지지층은 있지만 소위 말하는 계파 정치나 네 편 내편을 가르려 하지 않는다. 구지 나눈다면 ‘시민파’정도 될 것 같다. 저를 지지해 주는 분들은 특정 계파 지지자나 정치관련 집단이 아니다. 그 편은 계파가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행동하는 개인이고 시민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지지층을 만들 수 있는 정치를 해야지 중간에 서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까지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다.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이 중도라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에 있으면 이쪽저쪽을 모두 내편을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확실한 지지자가 아닌 사람은 끝까지 지지층으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 본래의 지지층만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정치, 사회, 경제적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서 확실한 지지층을 만들어 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더불어 국민 개개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몫도 엄청 크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공장노동자로,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배경도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갖고 있었던 것은 다만,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다. 한 명이 한 명을 설득해 같이 하면 두 명이 되고 이렇게 모여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 정책 하나를 결정할 때 구성원 모두가 똑같이 결정 권한을 갖는 게 아니다. 다수는 무관심하지만, 소수의 관심 있는 사람들의 경합에 의해 그 중 센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관심 있는 소수, 옳은 생각을 가진 소수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 노무현을 추억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 일각에선 포스트 노무현으로 이재명 시장을 뽑으며, 비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새로운 이재명을 기대하기도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열정이 대단한 분이셨고, 역사와 대중, 사람에 대해 깊은 애정이 있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하셨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착해서 상대 진영도 나처럼 인간 이겠거니 믿었다. 어설픈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는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루고자 했던 참 민주세상을 깨어있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카페트 모임 토크콘서트의 한 장면.<사진=일요신문>
- 세월호 참사, 국정원 대선 개입 등 정부의 많은 의혹, 메르스 사태, 최근 에는 북한 포탄도발 등 현 대한민국의 정세를 불안하고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정부의 무책임과 여야 정치권의 정쟁(무능력감), 국민들의 정치모멸감 및 무관심 등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진단한다면, 또 개선되거나 발전할 수는 없는지.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그 간 많은 사건들을 돌아볼 때 정부의 책임방기와 무능이 원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의 책임만 강조되고 공공성은 약화되고 있다. 무한경쟁, 각자도생, 승자독식 등 야만사회로 가고 있다. 국가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환경 속에서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발전하고 그 구성원들에게 희망이 생긴다. 그 조건을 만드는 게 정부다. 정부는 지금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돈벌이를 위해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가 일어났다. 돈벌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가 할 일을 기업에 돈벌이 수단으로 주다보니까 국민을 위험 속에 빠뜨렸다. 특히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양극화다. 분명히 경제는 성장하고 사회적 부는 늘어 가는데 국민들은 점점 불행을 느끼고 점점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대기업 재벌 중심으로 경제운용을 하니까 대기업 재벌들 세금은 깎아주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러다 보니까 서민들의 삶이 점점 나빠진다. 이 공공성을 포기하면서 그걸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한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것, 국민들의 최저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고 이런 건 강화돼야 한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