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광선을 막아라”
도청에 신경쓰는 것은 역시 평검사들보다는 간부급 이상 검사들이다. 우선 각 검찰청의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들 방에 들어서면 상당수의 경우 텔레비전이 일정 정도 이상의 볼륨으로 켜져 있다. 혹시 방에 설치돼 있을지 모를 도청기는 물론 특히 외부에서 이뤄지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도청을 막기 위해서다.
외국 정보기관에서 주로 이용한다는 이 도청 방식은 외부에서 도청 대상이 있는 방의 창문에 레이저 광선을 쏘아 파동을 포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방안에서 대화가 이뤄지면 그 음파가 창문에 부딪치게 되고 외부에서 창문에 발사된 레이저 광선은 이를 잡아내 다시 음파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방안에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으면 텔레비전 소리가 대화 음파와 뒤섞여 도청용 레이저 광선이 대화 음파를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
이 같은 도청 방식은 검사들에게는 ‘상식’으로 통한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괴소문도 검찰 내에서는 돌고 있다.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도청은 레이저가 도청 대상 방의 창문에 직각으로 발사됐을 때만 가능하다는 약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야만 창문에서 곧바로 반사돼 온 광선을 도청기가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 대검청사의 경우 주변에서 레이저 광선을 직각으로 쏠 수 있는 바로 근접한 건물은 대법원이다. 설마 대법원 건물에서 도청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 다음으로 도청이 가능한 건물로는 좀더 떨어져 있는 인근의 한 주상복합건물이 꼽히고 있다. 공교롭게 이 건물에는 대검청사 8층의 검찰총장 방을 직각으로 바라보는 구역이 있고 검찰 내에서는 오랫동안 그 구역은 안기부나 국정원이 차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검찰총장의 경우 전화도청도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DJ정권 시절 모 총장의 경우 휴대폰 도청을 걱정해 1주일에 한번씩 전화번호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비서관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가 총장 휴대폰을 바꾸는 것이었다. 또 도청을 막기 위해 역대 검찰총장들이 3~4개의 휴대폰을 번갈아 가며 사용했다는 얘기들도 나돈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