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역과 배우 최고 ‘궁합’ 맞춰요
▲ SBS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과 박신양. PD들은 문근영 같은 검증된 연기자를 선호하는 반면 제작사들은 박신양 같은 흥행 보증수표를 원한다. | ||
캐스팅 디렉터들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드라마는 2~3개월, 영화는 6개월~1년 전부터 연기자 캐스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작품 전에 수 천 개의 프로필을 뒤져 오디션 후보자를 뽑아야 하는 일부터 촬영이 진행된 후에도 배우의 변덕이나 스케줄상의 문제로 인해 수시로 연기자를 찾아다녀야 하는 것 등 모든 업무가 캐스팅 디렉터의 몫이다. 그런데 이런 캐스팅 디렉터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은 다름 아닌 제작사와 PD간의 마찰이다. 외주제작사와 PD가 원하는 연기자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캐스팅 디렉터들에 의하면 감독들은 주로 송혜교 송일국 문근영 등 드라마에 주로 출연해 온 스타들을 선호하는 반면 제작사들은 배용준 박신양 김정은 등 흥행파워를 자랑하는 스타를 우선시한다. 또한 해당 드라마에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전략 하에 영화배우로서 희소성이 높은 배우를 선호하는 것도 제작사들이다.
캐스팅 디렉터 김광윤 씨는 “사실 감독이나 제작사들이 원하는 주연은 배우들의 몸값이 높은 데다 캐스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나마 감독들은 주연 출연료가 너무 많으면 촬영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연기력을 갖춘 연기자를 우선시하지만 제작사들은 드라마가 떠야 제작사도 뜬다는 생각에 적자 볼 각오를 하고 무작정 톱스타를 캐스팅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 드라마 <바람의 나라>의 송일국. | ||
반대로 배우가 제작사와 감독들을 쥐락펴락, 캐스팅 디렉터를 고생시키는 경우도 많다. 몇 년 전 트렌디 드라마를 성공시키며 국민 배우로까지 불렸던 배우 B는 업계에서 캐스팅을 번복하기로 유명하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캐스팅 디렉터로 일해 온 장 아무개 씨는 “B의 흥행파워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검증된 터라 제작사와 감독 모두 그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데 이의가 없었다”며 “삼고초려해서 겨우 B를 캐스팅했는데 변덕이 죽 끓듯 했다”고 설명했다. B는 계약 후에도 영화 시작 전부터 역할에 트집을 잡아 출연을 번복하다가 주변 관계자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영화 분량 절반 이상까지 촬영한 B는 돌연 “너무 힘들다.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다”며 하차했다고. 결국 이 영화로 인해 B는 캐스팅 디렉터 및 영화감독, 제작사에게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혔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B에게 돌아갔다. 장 씨는 “그 후 B의 작품 활동을 보면 대형 영화가 없다. 번번이 대형 영화들을 스스로 거부했으니 자업자득이긴 하나 연기력만큼은 좋은 B의 최근작이 모두 실패한 걸 보면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감독과 제작사 사이에서 최적의 연기자를 찾아야 하고 때로는 배우의 변덕까지 고려해야 하는 캐스팅 디렉터들. 하지만 이들은 “내가 참여했던 작품의 성과가 좋지 않았을 때, 내가 적극 추천한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했을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