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따라 간다더니 ‘하루하루’ 인기 쑥쑥
얼마 전 2년여의 공익근무를 마치고 솔로앨범으로 가요계에 돌아온 가수 김종국. 그는 지난 95년 남성 2인조 댄스듀오 터보의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들의 1집 타이틀곡이자 데뷔곡인 ‘나 어릴 적 꿈’은 현란한 댄스와 보컬 김종국 특유의 고음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었다. 원래 이 노래의 본래 제목은 ‘나 어릴 적 꿈’이 아닌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난 후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대통령이 되겠다던 꿈을 기꺼이 포기한다는 내용인데, 제목이 바뀐 이유는 다름 아닌 가요 심의제도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사전심의가 엄격했던 터라 노래 가사 가운데 ‘온 국민을 책임지는 대통령보다 한 여자를 책임지는 남자이고 싶어’라는 부분이 문제가 되었던 것. 결국 제목을 ‘나 어릴 적 꿈’으로 바꾸고 나서야 심의를 통과할 수 있어 바뀐 제목으로 활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만일 노래 제목이 원래대로 ‘대통령’이었다면 터보가 그만큼의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지도 궁금하다.
10월이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국민가요인 이 노래는 최근 동방신기가 리메이크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2년 신인 가수였던 이용을 세상에 널리 알린 이 곡은 지금까지 ‘대중가요 최다 일일 방송횟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명곡이기도 하다. 이 노래 역시 원래 제목은 ‘잊혀진 계절’이 아닌 ‘9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 터보 시절의 김종국(왼쪽), 이용. | ||
군 복무 중인 가수 싸이. 그의 4집 타이틀곡이었던 ‘연예인’ 역시 제목에 관한 숨겨진 비밀이 있다. 한 여자의 애인이 되어 코믹 멜로 액션 에로를 모두 다 소화하며 사랑하겠다는 독특한 가사의 이 노래 원래 제목은 ‘연예인’이 아닌 ‘연애인’이었다고 한다. 원래 제목에는 싸이의 현재 부인 류혜연 씨의 이름이 숨어 들어가 있는데 결국 ‘연애인’이란 바로 ‘혜연을(연) 사랑하는(애) 연인(인)’이란 뜻이었다고. 결혼을 약속한 신부를 위해 만들었던 이곡의 제목을 특별하게 지었지만 눈치 빠른 요주의 인물들에게 열애 사실이 들통날까봐 ‘연예인’이란 평범한(?) 제목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2006년 7월 이 노래를 발표하고 활동하던 싸이는 결국 한 달 뒤 자신의 열애 사실과 결혼을 발표하고 10월 결혼해 진정한 ‘연애인’이 됐고 이제는 어엿한 쌍둥이의 아빠가 됐다.
절정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 빅뱅은 ‘가수는 제목 따라 간다’는 속설을 몸소 보여준 경우다. 최근까지 높은 인기를 누렸던 그들의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제목은 ‘하루하루’. 이미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당초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은 ‘하루하루’가 아닌 ‘그럭저럭’이었다. 빅뱅의 멤버 G-드래곤은 노래를 만들면서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에 힘이 들지만 그럭저럭 살아볼 만하다는 내용의 노랫말을 썼고 가사 내용 그대로 제목도 ‘그럭저럭’으로 지었다고. 하지만 어감이 안 좋을뿐더러 제목처럼 그럭저럭 인기를 끌고 마는 노래가 될 것 같다고 지적한 소속사 사장 양현석이 직접 제목을 ‘하루하루’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이 노래는 노래 가사에 ‘그럭저럭’이란 단어가 7번이나 반복되지만 제목은 ‘그럭저럭’이 아닌 ‘하루하루’가 됐고 노래 제목처럼 하루하루 인기가 늘어가며 빅히트를 기록했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