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기부자 찬양 기막혀”
부산대에 설치된 생탁 제조업체 사장의 동상.
동상이 건립된 후 10여 년간 간혹 잡음이 있긴 했으나 지금처럼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생탁을 제조하는 부산합동양조 노동자들의 척박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이에 맞물려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 동상은 우선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합동양조 노동자 A 씨는 “살아있는 인물로 동상이 건립된 예는 예전 북한의 김일성이나 러시아의 푸틴 정도로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단지 기부금을 줬다는 이유로 동상을 세웠다면 이는 ‘동상’이 아니라 ‘돈상’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동상의 주인공이 기부한 돈은 생탁 노동자들을 착취한 결과물”이라며 “지역의 명문이라고 자부하는 부산대가 이런 돈을 넙죽 받은 것도 모자라 동상까지 세워준 것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부산합동양조 노동자들은 동상의 주인공이 노사 간의 협상을 가로 막았던 주인공 중 한 사람이라며 ‘1인시위’ 등을 갖고 철거를 요청했으나 대학 측으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못 듣고 있는 상황이다.
또 동상 오른쪽 아래에 놓인 ‘경암(耕岩), 숭고한 사표’란 제목의 표시석도 읽는 이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 ‘마침내 하늘의 뜻을 얻어 OO의 기업신화를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분연히 또 다른 길을 찾아 영웅적 거보를 내디뎠다’, ‘잠시 옷깃을 여미고 경의를 표하자’ 등의 문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 공대 3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 씨는 “동상 표시석에 쓰인 글귀들을 읽다 보면 낯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거액을 학교에 기부했더라도 이러한 찬양은 도를 넘는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동상의 주인이 사장으로 있는 부산합동양조 송복남 현장위원회 총무부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촉구하며 부산시청 앞 광고탑에서 고공 농성 중이다. 한 명은 추앙의 대상인 동상으로, 다른 한 명은 생존권 투쟁을 위해 광고탑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두 송 씨의 모습이 안타깝게 오버랩되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