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잊은 왕별들, 그러다 별똥별 될라
최근 일본계 금융기업 광고에 출연해 거센 비난을 받았던 고소영은 결국 실수를 인정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들이 굳이 높은 이율을 강조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대부업체 CF모델까지 맡아야 하는지를 놓고 국내 정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특히 이번에는 일본 기업의 ‘꼼수 전략’에 고소영이 이용당한 분위기까지 풍기면서 비난은 거셌다. 앞서 제이트러스트 측이 국내스타 가운데 송혜교와 이영애, 송승헌 등에 먼저 광고 모델을 제의했지만 이들이 거절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고소영은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고소영이 휘말린 논란은 스타들이 얼마나 CF에 집중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CF는 곧 ‘돈’이다. 전지현이나 김수현 등 이른바 ‘톱’으로 통하는 모델의 CF 계약금은 약 8억~9억 원 선이다. 물론 계약기간과 브랜드의 종류, TV와 지면광고 등 세부조항에 따라 금액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톱스타의 경우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아래 한 명의 스타가 많게는 10여 개 브랜드의 모델을 맡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CF는 스타에게 진짜 수입을 가져다주는 ‘황금알’로 통할 수밖에 없다.
고소영도 마찬가지다. 그는 2007년 출연한 SBS 드라마 <푸른 물고기> 이후 햇수로 9년째 연기활동을 멈췄지만 지금도 화장품 등 몇몇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여전한 ‘CF스타’다. 문제가 된 제이트러스트 광고 모델 계약금의 경우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톱모델 수준,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인기 모델들이 꺼리는 제2금융권인 데다 해당 기업이 국내 본격 진출을 위해 전략적인 프로모션을 벌이는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금액이 책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지자 고소영은 실수를 인정하고 “모델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대처였지만 CF 모델로서 신중하지 못했던 오점은 남기게 됐다.
한 광고 에이전시 관계자는 “CF 출연을 ‘못하는’ 연예인은 있어도 ‘안하는’ 연예인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광고계가 크게 주목하지 않는 중년의 남성 배우들도 CF 출연 기회가 오면 대부분 반긴다. 자신의 이미지가 상품으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않는 연예인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한 중년 배우는 본인이 유난히 CF에 욕심을 내고 의욕을 보인다”며 “CF 노출이 많아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그런 위험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광고 참여를 멈추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물론 공개적으로 CF 출연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수 이효리나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 위주로 모델을 맡겠다고 공언한 배우 이영애, 그리고 한때 화장품과 커피 이외의 브랜드 모델을 맡지 않겠다고 했던 배우 임수정의 사례는 그래서 아주 드문 경우다.
김태희
원빈
연예계에서는 유독 광고에만 출연하는 이른바 ‘CF용 스타’가 있다. 한때 배우 김남주가 이 같은 시선에 시달렸지만 드라마 <내조의 여왕>과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연속 성공으로 오명을 말끔히 씻었다. ‘본업’보다 CF에만 집중하는 스타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모델 계약금으로 수억 원씩을 손에 넣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 때문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이란 점에서 ‘반감’을 갖는 의견도 있다.
배우 원빈을 향한 아쉬움도 비슷하다. 2010년 영화 <아저씨> 이후 작품 활동을 멈춘 그는 커피 등 몇몇 브랜드 모델 활동은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