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사냥’ 알고 보면 남는 장사 아니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유재석을 영입하기 위해 계약금만 50억 원을 지급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상장사가 되면 왜 좋은가? 일단 대외적으로는 회사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상장실질심사를 거쳐서 코스닥에 입성 후 주식이 거래될 만큼 건실한 기업이라는 의미다. 한국 시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중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을 때 상장사를 우선적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질적으로 좋은 점은 자본 유치가 쉽다는 것이다.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 등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을 끌어와 장기적으로 선순환하기 좋은 구조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생기는 궁금증은 ‘과연 상장사에 속한 스타들의 몸값은 얼마일까’다. 회사의 덩치가 커진 만큼 그들이 스타들을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계약금을 지급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무렵 상장사인 예당은 톱배우들과 대거 전속계약을 맺으며 거액의 계약금을 지급해 화제를 모으는 동시에 질타를 받기도 했다.
JYP는 키이스트와 손잡고 드라마를 제작한 데 이어 배우들도 잇따라 영입했다. 일요신문 DB
요즘 연예계는 상장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가수를 기반으로 했던 SM은 자회사 SM C&C를 통해 드라마와 예능 분야까지 진출하며 장동건, 강호동, 신동엽 등을 영입했고, YG 역시 차승원, 최지우 등을 품에 안았다. JYP 역시 배우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와 손잡고 드라마를 제작하고 배우들을 연이어 영입했다.
요즘은 후발주자인 FNC엔터테인먼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방송인 유재석을 비롯해 정형돈 김용만 노홍철 등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유재석은 YG와 걸그룹 씨스타가 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서 그와 식구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재석이 왜 신생 상장사인 FNC와 손을 잡았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유재석이 계약금만 50억 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FNC 한성호 대표는 한 언론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FNC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부터 소문이 많았다. 아무래도 FNC의 성장이 빨라서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분명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50억 원은 아니라도 엄청난 영입 쟁탈전의 주인공이었던 유재석이 적잖은 계약금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에는 배우 강동원이 FA 시장에 나오며 그를 잡기 위한 각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의 계약금 역시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가 한 해 CF를 찍어 벌어들이는 수익 만해도 수십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은 “톱스타는 데려와도 회사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최고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사실 연예기획사에서 지원해 줄 일이 많지 않다. 출연시킬 작품을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고, 광고 출연을 부탁할 필요도 없다. 각 방송사나 제작사, 광고주들이 알아서 그들을 먼저 찾고 거액의 개런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일정을 잘 조율하고 그들의 스케줄 및 이미지 관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SM은 자회사 SM C&C를 통해 장동건 강호동 등을, YG는 차승원 최지우 등을 영입했다. 사진은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전경.
상황이 이렇다보니 톱스타들은 기획사에 유리한 계약을 맺지 않는다. 9:1~8:2가 일반적이다. 물론 비용을 제한 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손해는 보지 않더라도 가져가는 수익은 꽤 작다. 결국 2~3년의 전속 계약을 맺으며 10억 원이 넘는 거액의 계약금을 준다면 이 돈을 기간 내에 회수하기 어렵다. 톱스타를 영입하면서 손해 보는 구조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유수의 연예기획사들이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간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수현을 보유하고 있는 키이스트는 그의 출연작이 큰 성공을 거두며 인기가 상승하자 엄청난 주가 부양 효과를 봤고, 중국에서도 키이스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또한 그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 소속사 신인이나 조연들을 다른 배역으로 함께 출연시키는 ‘패키지 캐스팅’, 이른바 ‘끼워 팔기’도 가능하다.
상장사들이 톱스타들을 좇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이 아닌 ‘매출’이다. 1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해도 수익은 적자가 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비용을 썼다면 수익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장사는 수익 못지않게 매출이 중요하다. 회사가 정체되지 않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 상장된 연예기획사 이사는 “톱스타의 경우 1년에 출연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각 1편씩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CF 매출만 50억 원 안팎이고, 해외 활동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면 회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며 “톱스타들도 이런 회사 내부 사정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계약 시 몸값을 베팅하며 주머니를 두둑이 챙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품 고르기 까다로운 톱스타들의 경우 2~3년에 1편의 작품을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회사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 채 계약 기간만 채우는 꼴이 된다. 또한 혹시 모를 스캔들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톱스타들의 활동은 ‘올스톱’된다. 시스템화된 콘텐츠와 달리 톱스타는 무형의 자산에 가까운 이유다.
이 이사는 “연예인은 언제든 인기가 급하락하거나 회사와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의 지속적 재산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며 “이렇기 때문에 간판과 매출이 필요한 상장사들의 톱스타 영입은 결국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