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제 모델…배신의 냄새 솔솔
‘칠성파’ 부두목 정 씨가 제보전화에 의해 경찰에 붙잡혔다. 일각에선 서열 다툼에서 밀려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MBC 뉴스 화면 캡처.
영화 <친구>의 실제 모델이 된 ‘칠성파’의 부두목 정 씨가 서울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3일 경찰에 붙잡혔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다”는 제보전화가 3일 오전 7시 20분께 112신고센터에 접수됐으며 상황실로부터 신속 출동 명령 하달을 통보받은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5팀이 출동 7분 만인 7시30분께 정 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체포 당시 정 씨는 조직원들과 동행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저항 없이 경찰 연행에 응했다고 한다.
서울서초경찰서 강력5팀의 한 형사는 “제보자는 휴대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로 112신고센터에 제보했다”면서 “제보자의 신변 보호 차원에서 상세한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제보가 접수됐을 당시 정 씨일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칠성파 조직 내 배후 인물이 제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공개수배범이 아닌데다 언론을 통해 정 씨의 얼굴이 알려진 바 없기 때문에 일반 시민이 제보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한 폭력조직의 일원은 “안일한 틈을 정확히 노려 경찰에 제보했다는 건 측근의 소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배후 인물이거나 배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검경은 칠성파 2대 두목인 한 아무개 씨(48)가 구속된 2013년 10월 이후 정 씨가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산 일대를 주무대로 삼던 칠성파가 서울로 세력을 확장한 이후 정 씨가 리더 역할을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11월 11일 서울 청담사거리에서 발생한 ‘강남 칼부림 대치’ 사건의 주도 인물도 정 씨로 알려졌다. 당시 칠성파는 주식투자 실패의 책임 문제로 다른 폭력조직인 범서방파와 패싸움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첩보를 입수한 경찰 출동으로 집단 패싸움은 무마됐다. 이 사건으로 정 씨는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지명 수배돼 경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씨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일찌감치 조직 내 서열에서 밀려났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8일 부두목의 부하 격인 행동대원 박아무개 씨(25)가 부산상공회의소결혼식장에서 사회를 볼 것이라는 첩보가 부산지방검찰청에 입수돼 수사관 4명이 현장을 급습했으나 조직원의 방해작전으로 박 씨 검거에 실패한 바 있다. 부산지방검찰청은 박 씨의 도피를 도운 칠성파 조직원 이 아무개 씨(25) 등 8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범인도피 혐의로 지난 8월 28일 구속기소했으며 박 씨를 지명 수배했다.
영화 <친구2>의 한 장면.
한편 검찰과 경찰 측은 정 씨가 구속됨에 따라 칠성파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칠성파 1대 두목인 이강환과 2대 두목인 한 씨가 각각 2010년과 2013년에 구속돼 두목과 부두목 자리가 현재 공석이다. 폭력조직 수사 관계자들은 “두 두목 검거 이후 칠성파의 조직 와해가 급속도로 진행돼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직 해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 최대 조직이 쉽게 해체될 리가 없다. 한동안 잠잠했던 칠성파가 조직 개편으로 다시 권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산경찰청 폭력조직 수사 관계자는 “칠성파의 세력 구도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부산에만 현재 80여 명의 칠성파 조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통 칠성파 일원이 2대 두목 한 씨의 오른팔 역할을 수행해 온 정 씨를 경찰에 노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폭력조직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씨가 2대 두목으로 결정된 지난 2011년, 정통 칠성파인 또 다른 정 아무개 씨 세력과 한 씨 세력 사이에 대립이 발생했다. 이후 부산진·해운대·영도 등 부산 지역명을 딴 정통 칠성파들이 독립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직 결속력이 크게 상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통 칠성파 정 씨는 칠성파의 행동대장으로 한 씨와 함께 2대 두목 후보군에 올랐으며, 지난 1993년에는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한철(사망 당시 29세)의 살해를 주도하는 등 칠성파의 굵직한 활동을 수행해왔다. ‘정한철 살해사건’은 영화 <친구>로 재조명됐으며, 주인공 유오성이 맡은 역할 준석이 정통 칠성파 정 씨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
전국 3대 폭력조직 ‘칠성파’ 부산지역 조폭 프랜차이즈화 1대 두목 이강환 1980년 8월부터 1981년 1월까지 조직원 상당수가 삼청교육대에 징집되면서 조직이 와해되기 시작했으나, 1986년 두목 이강환이 대한씨름협회의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수많은 운동선수들을 조직으로 영입시켜 조직 세력을 확장시켰다. 1988년 10월에는 부산·경남 일대의 570여 명의 조폭을 끌어들여 ‘화랑신우회’ 조직을 규합했으며 1990년 12월에는 일본 오사카 최대 야쿠자 조직인 사카우메구미 산하 조직 가나야마구미와 결연을 맺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칠성파는 1990년대 900여 명의 조직원을 거느리는 부산 일대의 최대 폭력조직으로 성장했다. 정통 칠성파 일원이 아닌 한 씨가 칠성파에 영입된 이후 칠성파의 세력은 전국 단위로 확장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0년 한 씨가 부산 지역의 군소 폭력조직인 온천장, 서동파, 기장파를 흡수해 온천장 칠성파, 서동 칠성파, 기장 칠성파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등 폭력조직의 프랜차이즈화했다. 세력 확장의 공을 인정받아 2011년부터 칠성파 2대 두목이 된 한 씨는 호남지역의 대표 폭력조직인 국제PJ파, 벌교파 등과 연합해 전국 규모의 세력을 갖췄다. 하지만 칠성파는 1대 두목인 이강환이 2010년에 구속된 가운데 2대 두목 한 씨도 2013년에 구속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아 두목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조직이 와해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두목인 정 씨도 지난 3일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경찰에 붙잡힘으로써 칠성파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할 조직원은 현재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칠성파 해체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정통 칠성파에 의한 재건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