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강 사이로 ‘삼성’이 흐른다
▲ 천정배 법무장관(왼쪽), 천방훈 삼성전자 상무 | ||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X파일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의 최고 사령탑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천 장관의 친동생(천방훈 삼성전자 상무이사)이 수사 대상 회사에서 고위 임원으로 일하고 있어 형제의 상반된 처지가 새삼 화제다.
형제지간인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홍석조 광주고검장의 사이도 서먹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홍 고검장이 ‘검찰 간부 떡값 제공설’을 내부 통신망을 통해 강력히 부인한 것에 대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홍 고검장의 구차한 변명이 ‘형제의 난’을 예고하고 있다”며 두 형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밖에도 현 정권 핵심 실세로 통하는 이해찬 총리는 친동생 이해진씨가 삼성병원 행정부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절친한 혈육 사이지만 결코 편치 않은 위치에 선 형제들. X파일 사건이 만들어 논 ‘형제 잔혹사’를 잠시 따라가 본다.
삼성그룹이 검찰의 칼날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이 김인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지난 6일 전격 소환 조사함에 따라 안기부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지난 8월9일 검찰에 소환된 지 한 달여 만에 삼성그룹 ‘금고지기’로 불리는 김 사장이 다시 소환됨에 따라 그 배경을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검찰의 압수수색 등에 대비하고, 법리적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등 검찰 수사를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관련 인맥을 총동원, 향후 X파일이 빚어낼 생채기를 완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삼성측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친동생 천방훈 삼성전자 상무 사이의 ‘미묘한’ 관계 때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천 장관이 동생 방훈씨와 물밑 채널을 유지하며 ‘조율’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계에서는 X파일과 같은 큰 사건에 형제 간의 사적인 관계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천 장관 주변에서도 공과 사를 구별 못할 형제들이 아니라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방훈 삼성전자 상무는 신일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다. 천정배 장관의 세 살 아래 동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천 상무는 현재 삼성의 장기적 기술 전략을 기획하는 중요한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엔지니어임에도 전략 파트에서 근무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분한 성격에 대인 관계도 무난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출신도 좋고 능력도 있고 해서 앞으로 삼성에서 크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천 상무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권이 출범할 때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IT 사조직’이었던 ‘현정포럼’의 주요 멤버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이 모임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이전인 2002년 초 노무현 후보의 측근인 천정배 의원의 제의로 결성됐다고 한다.
당시 회원들 중 천방훈 상무의 모임 참여에 대해 리더격이었던 이주헌 당시 외대 교수는 “천 상무는 직접 나서서 도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현정포럼 활동 과정에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당시 일부에서는 “삼성이 천 상무와 같은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을 통해서 노무현 당선자와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흥미롭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천 상무는 그 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센타 모바일 및 IMT-2000 단말기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 담당으로 일하다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천 상무와 노무현 정권의 이러한 인연 때문인지 몇몇 시민단체에서는 그가 이번 X파일 사건 수사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삼성이 천 상무와 노 정권의 ‘인연’을 앞세워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중요한 ‘채널’로 천 상무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천 상무가 형제라는 자연스러운 관계를 통해 이번 삼성 X파일 사건에 대한 권부의 내밀한 움직임도 포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 홍석현 전 회장(왼쪽), 홍석조 광주고검장 | ||
재계 일각에선 천 상무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 직접 연결 채널을 유지하며 긴밀히 협의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이런 주변의 갖가지 추측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권력 매커니즘을 사적인 관계로만 해석하려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X파일 사건과 관련해 홍석현-석조 형제도 미묘한 관계에 놓여 있어 관심을 모은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검찰 간부 떡값 제공에 관한 X파일 내용을 공개하며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의 동생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분배 역할’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홍 고검장은 노 의원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떡값 전달책’이라니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떳떳합니다. 저를 음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악을 써보고 싶을 정도로 미움이 솟아오르다가도 그렇게밖에 세상사를 보지 못하는 그들의 각박한 마음, 남의 불행을 어떻게든 자기의 이익으로 이용해보려는 얄팍한 마음이 딱하게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라며 울분을 토한 바 있다.
하지만 노 의원은 홍 고검장의 ‘해명’에 대해 정면으로 공박하고 나섰다. 그는 “홍석조 광주고검장의 구차한 변명이 ‘형제의 난’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두산그룹 ‘형제의 난’에 이은 2탄이다. 홍석조의 해명처럼 떡값을 받지 않았다면, 형이 ‘배달사고’를 냈음에 틀림없다. 동생보다 훨씬 더 부자인 형이 배달사고를 냈다니, 홍석조의 해명보다 더 믿기 어렵다. 대질신문이 불가피하다”며 두 형제를 압박했다. 자칫 형제가 국회 증인석에 서게 될지도 모르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야당 의원은 “삼성측이 노회찬 의원의 배달사고 주장에 크게 신경을 쓴다고 들었다. 자칫 형제 친척끼리 불미스러운 일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현 정권 핵심실세로 통하는 이해찬 총리도 친동생 이해진씨가 삼성병원 행정부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총리나 천 장관 형제들로서는 단지 형제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일부의 시선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에 이들 형제들은 과연 ‘삼성 사태’를 두고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까.
재계 일각에선 천 상무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 직접 연결 채널을 유지하며 긴밀히 협의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이런 주변의 갖가지 추측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권력 매커니즘을 사적인 관계로만 해석하려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X파일 사건과 관련해 홍석현-석조 형제도 미묘한 관계에 놓여 있어 관심을 모은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검찰 간부 떡값 제공에 관한 X파일 내용을 공개하며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의 동생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분배 역할’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홍 고검장은 노 의원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떡값 전달책’이라니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떳떳합니다. 저를 음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악을 써보고 싶을 정도로 미움이 솟아오르다가도 그렇게밖에 세상사를 보지 못하는 그들의 각박한 마음, 남의 불행을 어떻게든 자기의 이익으로 이용해보려는 얄팍한 마음이 딱하게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라며 울분을 토한 바 있다.
하지만 노 의원은 홍 고검장의 ‘해명’에 대해 정면으로 공박하고 나섰다. 그는 “홍석조 광주고검장의 구차한 변명이 ‘형제의 난’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두산그룹 ‘형제의 난’에 이은 2탄이다. 홍석조의 해명처럼 떡값을 받지 않았다면, 형이 ‘배달사고’를 냈음에 틀림없다. 동생보다 훨씬 더 부자인 형이 배달사고를 냈다니, 홍석조의 해명보다 더 믿기 어렵다. 대질신문이 불가피하다”며 두 형제를 압박했다. 자칫 형제가 국회 증인석에 서게 될지도 모르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야당 의원은 “삼성측이 노회찬 의원의 배달사고 주장에 크게 신경을 쓴다고 들었다. 자칫 형제 친척끼리 불미스러운 일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현 정권 핵심실세로 통하는 이해찬 총리도 친동생 이해진씨가 삼성병원 행정부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총리나 천 장관 형제들로서는 단지 형제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일부의 시선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에 이들 형제들은 과연 ‘삼성 사태’를 두고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