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봐주는 대가’ 밝혀진 것만 35억
조희팔 일당에게 2억 7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임준선 기자
가장 고위급 인사는 2012년 구속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다. 그 역시 강태용의 고교동창으로, 강 씨에게 2억 7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7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그는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로 재직하면서 조희팔 일당과 연을 맺게 됐다. 2008년 5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거물급 인사는 또 있다. 전직 경찰 총경 권 아무개 씨(51)다. 그는 조희팔 일당에게 9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2008년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조희팔 사건을 맡으면서 압수수색 정보 등 수사 핵심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전 총경과 조희팔 일당 사이에 로비자금 전달자 역할을 한 김 아무개 경위(49) 역시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일선에서 조희팔 일당의 뒤를 봐준 이들도 뇌물 수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경찰청 임 아무개 전 경사(47)는 자금 은닉을 도맡아 하다가 2013년 기소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임 전 경사는 강태용의 의뢰로 범죄수익금 6억 원으로 주식을 사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구속된 안 아무개 전 경사는 대구 동부서 지능팀에서 일하며 강태용에게 5600만 원을 받고 도주한 바 있다.
가장 최근 붙잡힌 이는 중국 광저우에서 공안의 협조로 입국 직후 검거된 현직 경찰 정 아무개 경사(40)다. 정 경사는 2008년 최초로 조희팔 사건을 언론에 알린 인물이다. 그는 2007년 8월 강태용에게 1억 원을 받아 제과점을 열었고, 2009년에는 중국 옌타이로 밀항한 조희팔을 현지에서 만나 골프 등의 향응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붙잡힌 정 경사는 1억 원은 동업자가 받았으며, 중국행 비행기를 탄 것을 도피가 아닌 사업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그가 광저우행 편도 티켓을 산 것으로 미뤄볼 때, 강태용 검거 소식을 듣고 도주하려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 씨가 지난 2001년 이후 최근까지 23차례나 중국을 오갔다는 점이다. 특히 조희팔이 중국으로 도피한 지난 2009년 이후 21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2009년 이후 조희팔을 만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을 만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박 아무개 교도관은 2008년 조희팔의 수감생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500만 원을 받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 2~3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현직 경찰관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어 조희팔 로비리스트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