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고스톱” 증언부터 “국내 출입” 목격담까지
2011년 12월 19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이 멀쩡히 살아있다는 목격담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을 드나들고 있다는 제보까지 나왔다.
# 중국 공안과 조폭 등 배후조직이 조희팔을 보호하고 있다(?)
조선족 K 씨는 지난 2012년 5월 초 중국 산둥성 위해시의 한 스크린골프에서 조희팔을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홀로 스크린골프를 찾은 K 씨가 세 명의 남성과 스크린골프를 하고 있던 조희팔에게 조인을 해도 되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18홀 라운드를 마친 조희팔이 고스톱을 제안했고, 그렇게 1점당 50원의 내기 고스톱 자리가 마련됐다. K 씨는 “처음엔 조희팔인 줄 몰랐는데 장시간에 걸쳐 고스톱을 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조희팔이다’고 말을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배 중인 조희팔에 대한 K 씨의 염려에 조희팔은 “이미 난 죽은 사람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도 전했다.
이후 K 씨는 조희팔과 조우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5월 21일, 인터넷을 통해 조희팔의 사망 확인 발표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K 씨는 “불과 20여 일 전에 나와 함께 고스톱을 친 조희팔이 6개월 전에 사망했다는 황당한 뉴스를 접했다”며 “조희팔이 던진 의미심장한 말의 의미를 뒤늦게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K 씨는 조희팔이 중국 공안과 조폭 등 배후조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고스톱 자리에서 조희팔은 “공안에게 10억 원을 줬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조희팔의 장례식이 치러지기 직전인 2011년 11월 무렵, 밀고자의 신고로 중국 공안에 조희팔이 붙잡혔다고 한다. 당시 K 씨는 지역 신문을 통해 조희팔의 검거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K 씨는 “조희팔이 중국 공안 등 비호세력에게 10억 원을 건네면서 풀려났고 그 대가로 사망을 조작해주고 보호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 한족으로 신분 세탁을 했다(?)
2008년 12월 9일 충북 태안시 안면도 마검포항에서 중국 산둥성으로 밀항한 조희팔은 밀항 직전 조영복이라는 이름의 조선족으로 신분을 세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조희팔의 밀항을 도와 해양경찰에 체포됐던 최 아무개 씨는 “이미 (조희팔은) 중국에서 사용할 조영복이라는 가짜 신분증까지 챙긴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조희팔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증거자료로 내세웠던 사망진단서와 화장증에도 조희팔의 이름은 ‘조영복’으로 쓰여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중국 산둥성 청도의 한 골프장에서 입수한 라운드 기록을 살펴보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1월 19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조영복이라는 이름으로 부킹 예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희팔 화장증과 사망의학증명서. 위조 가능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KBS 뉴스 화면 캡처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조희팔이 살아 있다면 여러 정황이 나타나야 되는데 그런 생존 반응이 3년간 없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조희팔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2013년 1월 19일 이후 조영복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조희팔이 중국의 대표 민족인 한족으로 신분 세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K 씨는 주장한다. “연대시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조선족들 사이에서 조희팔이 한족 신분으로 지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신분증과 한족 여권을 발급하는 데 드는 비용이 1800여 만 원이니 호적까지 등록해 새로운 신분으로 살고 있을 게 분명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항간에선 조희팔이 코 부위를 성형수술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K 씨는 조희팔이 추가 성형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성형 의료 기술이 한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데다 중국 공안과 조폭 등 배후조직의 비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성형수술을 받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K 씨는 “콧수염 기르고,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쓰고, 가발을 착용한다면 그 누가 알아볼 것이냐”며 “설사 알아보더라도 배후조직으로부터 보복당할까 두려워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강태용은 희생양에 불과하다(?)
지난 9일 조희팔 사건의 2인자로 알려진 강태용이 불법 체류 혐의로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검찰과 경찰 측은 도피생활 7년 만에 검거된 강태용으로 인해 조희팔의 생존 여부가 판가름 나며, 조희팔 재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K 씨는 “강태용은 조희팔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양으로 보낸 것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라고 지적한다. 중국 내 조희팔 비호 세력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현지 취재로 양국의 사회적 파장을 예상해 방송 분량이 보도되기 직전 공안이 강태용을 검거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검찰이 중국 공안 당국에 강태용의 공조 수사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K 씨는 지인인 한 중국 공안으로부터 “오래전부터 강태용의 거주지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중국 현지 취재를 온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강태용의 임시 주거지를 쉽게 찾아낸 것만 봐도 중국 공안 측이 미리 몰랐을 리 없다”고 설명한다.
강태용이 국내에 송환된 이후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진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K 씨는 예상하고 있다. “강태용이 조희팔의 사망을 입증할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더라도 막대한 돈으로 조작된 정보가 아닌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강태용이 조희팔의 생존 사실을 밝혀 희대의 사기범인 조희팔이 하루 빨리 검거되길 바란다”고 K 씨는 말했다.
# 중국 산둥성에 계속 머물고 있다
최근 검찰 관계자는 “조희팔을 필리핀에서 목격했다는 보도에 대해 중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조희팔을 봤다는 제보가 몰려들고 있다”며 “강 씨를 통해 조희팔의 구체적인 거주지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 씨는 “10억 원이라는 막대한 뒷돈으로 확실한 배후세력을 만들어 놓은 중국 산둥성을 떠날 리 없다”며 “최근까지 주변에서 청도, 연대시, 위해시에서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산둥성에 머물더라도 한국 검찰과 경찰이 현지 수사를 벌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공안과 조폭 등 배후조직의 비호 하에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산둥성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필리핀은 사업 차 단기 체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수석 수출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 목격자인 김 아무개 씨(여·전주시민)는 지난 3월 초, 전북 전주시 산정동에 위치한 수석경매장에서 조희팔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의 제보에 따르면 당시 조희팔은 검은색 정장을 착용한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으며 선글라스로 위장을 하고 있었다. 또한 내연녀로 보이는 40대 여성 두 명이 동행했으며 보통 체격의 한 남성이 조희팔을 보디가드처럼 지키고 있었다. 김 씨는 “수석경매장은 도난 방지 차원에서 문턱이 높고 많아서 휠체어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 강한 인상을 남겼다”며 “주변에서 ‘조희팔은 죽었는데…’, ‘조희팔이 확실하다’ 등의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덧붙여 “(조희팔이) 사람들의 시선을 회피한데다 누군가로부터 옷깃만 스쳐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동행 남성으로 보아 조희팔이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조희팔이 산둥성에서 수석 수출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짐작해본다”고 전했다. 조희팔을 목격할 당시 수석상인 이 아무개 씨(60)와 사업적인 얘기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기억한 이유다. 특히 이 씨가 중국 산둥성을 자주 드나들었으며, 당시 1억 원어치의 수석을 들여오기도 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 김상전 대표는 “조희팔이 중국 산둥성에서 중국 조직폭력배의 비호 아래 지내고 있다더라”며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오가며 사업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난 15일 밝히기도 했다.
# 국내에 자주 드나들었다
조희팔이 한족 신분의 새로운 이름으로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족의 경우 인천국제공항 입국 시 지문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나,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입국 시에는 지문 등록 없이 입국수속이 가능하다. 이영렬 대구지방검찰청장이 지난달 18일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조희팔이) 살아 있는 걸 전제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검찰의 계좌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김 씨의 주장으로 볼 때 조희팔이 국내에 수시로 드나들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한족 조영복의 출입국 기록 조회를 의뢰했으나 관계자는 “본인이나 대리인이 아니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