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타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
문제는 여배우 K의 피부 톤에 있었습니다. 드라마 1회와 2회 촬영을 마친 뒤 방영을 위한 편집이 한참 이뤄지고 있는데 여배우 K의 매니저가 화면 톤을 보정하는 스태프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더니 드라마 속 여배우 K의 피부 톤이 이상하게 나왔다며 얼굴이 화사하게 나오도록 화면 톤을 보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스틸 사진을 촬영한 뒤 포토샵처리를 하듯 드라마 속 얼굴도 그런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영상의 경우 여배우 한 명의 얼굴만 화사하게 톤을 보정하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런 탓에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매니저는 더 이상 촬영을 할 수 없다는 강압적인 자세로 해당 스태프를 압박했다고 합니다.
결국 해당 스태프가 결정한 방법은 드라마 전체 톤을 여배우 K의 얼굴을 화사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보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시청자들까지 눈치 챌 정도는 아니었지만 첫 회가 방영된 뒤 방송국이 발칵 뒤집혔다고 합니다.
시청자는 속여도 방송국 관계자들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는 일이죠. 드라마 화면 톤이 비정상적으로 나온 이유에 대한 진상조사에 돌입했고 그 과정에서 여배우 K의 어처구니없는 요구가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난처해진 여배우 K는 더 이상 이런 요구를 할 수 없게 됐고 결국 3회부터는 정상적인 화면 톤이 전파를 탈 수 있었습니다. 계속적인 기술 발전으로 TV가 HD급 영상을 서비스하면서 여배우들이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작은 잡티하나 놓치지 않는 HD급 영상이 배우들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닐 테지요. 그렇다고 드라마의 완성도까지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피부 톤만 살리려 하다니 시청자들이 준 ‘스타의 힘’은 그런데 쓰라고 주어진 게 아닐 겁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