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수억 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1년 넘게 하반신이 마비된 것처럼 행세하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보험사를 속여 하반신 마비 영구 장애 진단비를 받고 거액의 교통사고 합의금까지 받아내려 한 혐의로 허 아무개 씨(5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지난해 1월 24일 오후 9시께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단지 안 건널목에서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경미한 목뼈 골절을 당한 허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도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병원은 하반신 마비 영구장애 진단서를 내줬다.
허 씨는 이 진단서를 근거로 올해 5월 보험사로부터 장애진단비 85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허 씨는 자신을 친 차량이 가입한 보험사에도 이 진단서를 근거로 합의금 4억800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1년 넘게 퇴원하지 않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병원도 수차례 옮기는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긴 가해차량 보험사는 허 씨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허 씨가 올해 6월 경기 안양시의 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하자 경찰은 병원에 잠복해 그의 상태를 관찰했다.
허 씨의 거짓말은 금세 탄로 났다.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허 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가 병실에서 두 발로 일어나 정상적으로 걸어 다녔다.
여기에 주차장에서도 두 발로 일어나 자신의 차량에 10㎏이 넘는 휠체어를 접어 싣고 운전까지 했다. 이러한 장면은 경찰의 카메라에 영상으로 고스란히 기록됐다.
보험사는 지난달 최종적으로 병원에 찾아가 허 씨의 상태를 점검했지만, 허 씨는 여전히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되풀이해 결국 처벌받게 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허 씨는 사업실패로 인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처음 보험 가입 당시인 지난 2013년 12월 자신이 강직성 척추염 6급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허 씨를 가입시킨 보험설계사는 허 씨의 진술 외엔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장애 여부를 숨긴 사실은 과다한 보험금 청구로 인해 사기 행각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발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허 씨에게 여죄가 있는지와 병원 측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한 후 허 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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