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냐, 조의 그림자냐’ 동남아 목격담 쇄도
필리핀 유명 리조트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왼쪽은 조희팔. 일요신문 DB
지난 달 27일 <일요신문>은 조희팔이 필리핀 대표 휴양지의 리조트 사업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익명의 제보자는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한 직후인 2009년 필리핀의 한 유명 휴양지에서 현지 교민들에게 자주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희팔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적색수배자로 필리핀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 년 뒤인 2013년부터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조희팔이 리조트 사업 투자를 위해 필리핀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해당 제보자는 “소문을 듣고 여러 차례에 걸쳐 접촉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베일에 싸인 그 인물을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으나 현지 교민들 사이에선 그가 조희팔이라는 소문이 상당히 신빙성 있게 오고갔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리조트 개발자인 교민 조 아무개 씨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한 투자자가 한국에서 다단계 사업을 했다더라”는 말까지 직접 들었다고 한다.
제보자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기자는 현지 한인신문 발간인 A 씨를 통해 소문의 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A 씨는 “조희팔로 추정되는 그 인물이 아직도 현지에 머물고 있다”면서 “리조트 개발자 조 씨가 철저하게 비호하고 있어 그를 직접 만난 교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조 씨와 자주 골프를 친다고만 들었다”고 전했다. 또 “현지 교민만 2만여 명인데 대부분 그가 조희팔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조희팔로 추정되는 인물이 투자한 리조트는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 인근 섬에 위치해 있으며, 해당 부지만 50헥타르에 달한다. 리조트의 총 투자자금은 8000억~9000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조희팔로 추정되는 인물이 투자한 금액은 100억~200억 원대라고 한다.
경북 칠곡군 한 공원묘지에 있는 조희팔 묘지 모습. 조희팔은 2011년 1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일요신문>은 A 씨로부터 잠시 국내로 귀국한 현지 교민 B 씨의 연락처를 확보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B 씨는 “베일에 싸인 그 인물을 직접 만나봤다”며 “조희팔이 아닌 80대 노인이었다”라며 “그가 조희팔은 분명 아니었지만 대신 조희팔의 장인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B 씨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 지인들에게 자신의 성을 ‘정’, ‘김’, ‘박’ 등으로 소개한다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직업과 나이, 이름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는 것. 그 노인이 “한국에서 다단계 사업을 해 부를 추적했다”는 말만 일관되게 밝혔다고 한다. 또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다 해도 80대 노인이 새로운 사업에 1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조희팔의 장인이 아니라면 자신의 정체를 굳이 숨길 필요가 있겠느냐”고 전했다.
베일에 싸인 인물이 조희팔의 장인일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한 기자는 대구지방검찰청에 확인 작업을 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공보실의 한 사무관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조희팔 부인의 성씨 등 가족 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 단체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바실련) 김상전 대표는 “조희팔은 오래전에 부인과 이혼했으며 그녀의 성은 아직 모른다”며 “필리핀에 있다는 80대 노인이 내연녀의 부친일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희팔의 내연녀로 알려진 인물은 정 아무개 씨(50), 김 아무개 씨(42) 등이다. 필리핀 현지에 머물면서 리조트 사업에 100억 원을 투자한 베일에 싸인 인물이 자신의 성을 ‘정’, ‘김’ 등으로 소개한 점과 추정 나이가 80대인 점을 미뤄 짐작해보면 내연녀의 부친일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바실련 김 대표는 “조희팔은 창녕 조씨로 친인척이 아닌 최측근에 네 명의 창녕 조씨가 있는 점을 미뤄 보면 조희팔이 창녕 조씨를 맹신한다고도 볼 수 있다”며 “리조트 사업가가 조씨라면 조희팔이 직접 만나지 않았더라도 100억 원을 투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9월경 필리핀 현지 경찰이 조희팔 수사를 벌인 바 있어 조희팔이 직접 리조트 투자 사업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사저널>은 조희팔이 지난 7월 필리핀 클락의 한 망고농장을 인수했다는 첩보가 대구지방검찰청에 입수됐다고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조희팔을 봤다는 제보가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으며, 바실련 측도 “(조희팔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오가며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조희팔이 중국 산둥성 연대시에서 수석 수출 관련 사업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 초 전북 전주시 산정동에 위치한 수석경매장에서 휠체어에 앉은 조희팔을 직접 목격했다는 또 다른 제보자 김 아무개 씨는 조희팔이 한 현지 수석상과 사업적인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경매가 진행된 수석경매장을 직접 찾아 해당 수석상을 만났다. 그는 “탐석을 위해 중국 연대시에 자주 드나드는 것은 사실이나 조희팔을 알지는 못한다”면서 “김 씨의 제보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주 수석경매장에서 만난 여러 명의 관계자들 가운데에도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이는 없었다. 다만 그가 조희팔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연대시를 자주 방문했다는 부분이 참 묘한 우연의 일치다.
한편 조희팔이 휠체어에 탔다는 김 씨의 증언은 지난해 2월 중국 산둥성 위해시의 한 한인카페에서 조희팔을 목격했다고 익명 제보자가 SBS와의 인터뷰에서 한 증언과도 일치한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