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는 김제가…물 먹은 군산·부안 부글부글
김제시는 즉각 ‘환영’한 반면 부안군과 군산시는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이는 새만금 방조제 1호와 2호 구간 관할권 결정이 ‘끝’이 아닌 새로운 다툼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새만금 배수갑문.
행정자치부는 지난 10월 26일 제5차 지방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지도상 남쪽에 위치한 새만금 1호 방조제 4.7㎞ 구간을 부안군에, 북쪽의 2호 방조제 9.9㎞ 구간을 김제시에 귀속시키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군산시와 부안군이 즉각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1~2호 방조제를 둘러싼 소유권 다툼이 새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2호 방조제 9.9km 구간의 관할권을 인정받으며 ‘최대 수혜자’가 된 김제시는 대환영했다. 반면 2호 방조제 관할권을 넘겨주게 된 군산시는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고, 1호 방조제 4.7km 구간을 얻은 데 그친 부안군도 ‘아쉬운 결정’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건식 김제시장은 “앞서 2013년 대법원이 새만금 방조제 3·4호 방조제의 관할권에 대한 판결에서 ‘매립지 관할결정의 준칙으로 적용된 해상경계선 기준은 더는 절대적인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주문한 바 있다”며 “이에 비춰볼 때 이번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제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은 모두 정리됐다”며 “자치단체들이 결과를 깨끗이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군산시는 “100여 년 동안 해상경계선에 의해 공유수면을 성실하게 관리한 기존 자치관할권은 물론, 헌법재판소가 행정구역 결정의 기준으로 인정해온 해상경계선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군산시는 대법원 제소,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청구,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번 관할권 조정은 새만금 매립지가 아닌 1, 2호 방조제만의 ‘주인’을 정하는 절차지만 향후 안쪽 ‘금싸라기’ 매립지 분할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 2013년 이미 새만금방조제 3·4호 구간을 놓고 일합을 겨뤘다. 방조제(14.1㎞)와 다기능 부지(195㏊)를 둘러싼 첫 다툼에서는 일단 군산시가 승리했다. 이로써 토지전쟁이 잠시 가라앉는 듯했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들 시·군의 야심은 ‘1·2호 방조제’에 쏠려 있었다.
1·2호 방조제는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로∼군산시 가력도∼신시도를 연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새만금의 중원(中原)인 ‘2호 방조제’ 구간 매립지는 복합도시와 신재생에너지 용지, 미래융합기술산업권역, 녹색·첨단산업권역 등이 포함된 ‘알짜’에 해당한다. 지역 경제적 효과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야말로 새만금의 ‘황금 땅’이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1·2호 방조제, 특히 2호를 얻는 지자체가 새만금을 다 갖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해당 시·군의 면적이 단번에 32.4%나 늘어날 수 있다. 세 시·군 모두 ‘결코 양보할 수 없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편 이유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 3·4호 경쟁은 이번 일을 위한 예비단계였다. 2호 관할권 다툼이 본 싸움”이라며 “방조제를 품안에 넣으면 향후 매립지를 차지하는 데도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이번 2호 방조제 귀속 결정에서 ‘물 먹은’ 군산시와 부안군이 관할권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방조제 3, 4호가 대법원 판결 끝에 군산시에 귀속되고 이번 결정에서 1호는 부안군, 2호는 김제시에 귀속되는 ‘황금분할(?)’이 이뤄진 만큼 두 지자체가 전격적으로 위원회 결정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부안군이 “대단히 아쉽고 억울한 결정”이라면서도 “법적 대응에 들어갈지 아니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할지 신중하게 판단한 뒤 조만간 입장을 내놓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은 것도 주목된다.
행자부는 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해당 지자체에 조만간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 조정에 불복하는 지자체는 통보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번 결정에 대해 군산시와 부안군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