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경북고와 서울대 동문이며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김문수 전 지사는 김 전 의원에게 미안한 뜻을 전하면서도, 정치적 숙명을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그토록 말이 많았던 대구 출마를 선택한 이유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밑바닥부터 다시 뛰고 있다는 그를 11월 2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마주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
김문수 전 지사는 ‘구원투수’가 되기 위해 대구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정말 묻고 싶다. 꼭 대구여야만 했나.
“첫 번째는 나의 고향이고, 두 번째는 당의 부름, 세 번째는 침체된 대구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데 역할이 있어서 왔다.”
―당에서 누가 불렀나.
“이한구 의원, 주호영 의원 등 수성갑을 의원들이 부탁을 했다. 오기 전에 대구 국회의원 12명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했다. 모여서 회의를 한 결과 대안 부재로 나밖에 없다고 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야당에 넘겨줄 수 없다. 구원투수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구원투수라 하기에는 너무 쉬운 승부처 아닌가.
“여러모로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여론조사가 그렇지 않은가. 김부겸 전 의원이 앞서고 있다고 기사가 쏟아진다. 분명 내가 이기는 여론조사도 있을 텐데, 내가 이기는 건 뉴스거리 자체가 안 된다. 오히려 왕창 뒤쳐지는 것만 대서특필된다. 뉴스 비중이 김 전 의원에게 쏠려 있다. 나로선 불리한 점이다.”
―혹시 다른 지역구는 고민해봤나. 그래도 텃밭은 경기도인데.
“사실 경기도 부천이 익숙하지. 오래 있었으니까. 그런데 빈 데가 없다. 경기도에 이미 후배 정치인들이 다 정성을 들여놨는데 ‘너 그만두고 나하자’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차명진 전 의원 같은 경우에도 비록 지난 총선에서 떨어졌지만 지역에 한 10년 공을 들였다. 경기도가 대체로 다 그렇다. 같은 당이고, 나와 친숙하고. 경기도 농촌 지역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농촌 출신이 하는 게 맞다. 한때 종로 얘기도 나왔는데, 우리당 좋은 후보들이 많지 않은가. 우리가 서로 좁은데서 싸울 필요 있나. 어쨌거나 대구는 이한구 의원이 물러난다 하고, 빈자리다. 또 고향이다. 대구 지역 의원들도 만장일치로 오라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부인 설난영 여사는 대구행에 대해 반대가 없었나.
“아무래도 부천에 계속 살았고 정이 들었다보니 이사 가는 것을 싫어했다. 왜 그쪽으로 출마하느냐고 반대도 했다. 그래도 내 고향인데 자기 고향은 아니지 않은가. 설득 많이 했다. 지금은 적극 지지해준다.”
―여론조사로는 김부겸 전 의원에게 대체로 뒤쳐진다. 실제 체감하는 대구 여론은 어떤가.
“일단 고향에 오니까 너무 좋다. 다녀보면 친척, 친구들도 많고, 같은 아파트에 우리 집안 친척도 산다. 예전에 부천에서 처음 국회의원 됐을 때 허주(虛舟,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 아호)가 ‘김 의원 왜 객지에 가서 그 고생을 하나. 고향이 좋은기야. 원하거든 이야기해라. 대구든지 영천이든지. 다 해줄 테니까’라고 하더라. 그 말이 이제 이해가 간다. 지역, 주민들 모두 포근하다. 여론조사는 체감하는 여론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실제 느끼는 여론은 50, 60대 이상은 역시 새누리당이 해줘야 한다는 시각들이 높다. 20대 젊은층 역시 나에 대한 지지가 두텁다. 40대는 야권 지지층이 상당해 더욱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필승 전략은 있나.
“전략이란 건 딱히 없다. 오로지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도 당시 DJ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을 꺾었다. 말 그대로 전국 최대 이변이었다. 그때 비결이 2년 내내 바닥을 뛴 것이다. 나는 어려운 사람을 찾아간다. 유지들은 안 찾아간다. 초반에는 다들 열세라 한다. 언론사마다 여기도 열세 저기도 열세. 그러다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확 뒤집는다. 여당에 친화적이지 않은 표가 뒷심으로 오는 것이다. 막판에 결국 그림이 그려진다.”
―얼마 전에 대구에서 택시도 몰지 않았나.
“4일 몰았는데 손님이 너무 없었다. 택시는 많고 여행객은 없고, 하루는 입금 완료했는데 3일은 완전 적자만 봤다. 입금 반도 못했다.”
―출마 이유로 침체된 대구 경제라고 했는데, 실감을 했겠다.
“대구 경제가 정말 어렵다. 대구가 그동안 인프라를 많이 깔았다. 첨단복합산업단지, 동구 혁신도시,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수성구 알파시티 등 좋은 것들이 워낙 많다. 대구가 개인 GRDP(지역내총생산)가 그동안 꼴찌였는데 개인 1인당 소득은 전국 7등이다. 그만큼 전망이 어둡진 않지만, 1인당 생산은 또 20년 내내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 자체에서 생산안하고 주변인 구미, 경산, 영천에 가서 생산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워진 인프라를 많이 살리는 게 필요하다.”
김문수 전 지사는 후배인 김부겸 전 의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도 정치적 숙명이라는 입장이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김부겸 전 의원과 자주 마주칠 것 같다.
“자주 마주친다. 오늘 아침에도 행사를 갔는데 그곳에 김 전 의원과 아버님도 함께 계시더라. 아버님한테 깍듯이 ‘아침부터 고생 많으시다’ 인사를 드렸다. 아버님도 ‘참 내가 자식과 함께 이 고생을 한다’라며 허허 웃으시더라.”
―그래도 김 전 의원과 40년 지기 아닌가. 김 전 의원은 “설마 김문수 선배가 여기 나오겠느냐”라고 서운한 모습인데, 미안한 감정은 없나.
“물론 미안하지만 당이 다르니까. 미안하다고 정치 안할 수 있나. 김 전 의원이 우리당에서 탈당만 안했어도 내가 여기 안 나온다. 왜 괜히 나가서 이 고생을 하는지. 우리당에서 처음 국회의원 됐으면 그냥 있지. 다만 아버님한테는 많이 죄송하다. 부모 마음을 공감하니까.”
―후배로서, 현 경쟁자로서 김 전 의원을 어떻게 보나.
“아주 유능한 정치인으로 본다. 고등학교 후배고 운동권도 같이 있었고. 우리당에 같이 있을 때 참 좋았는데. 일단 당을 옮겼고, 그 이후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스타일로 지역 구도를 깨보겠다며 대구에 출마했는데 나는 당시 별로 찬성 안했다. 그런데 본인은 한번 해 보겠다고 하더라. 대구로 출마한 김 전 의원의 발상은 굉장히 큰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가 뭔가.
“김 전 의원이 지난 2번 선거 동안 애를 많이 썼다. 상당한 지지기반도 갖췄고. 하지만 결국 당이 문제다. 야당 지지가 가장 낮은 곳이 여기다. 본인도 그게 큰 난관이라고 느낄 것이다. 대구는 결국 대한민국의 큰 방향과 함께 간다. 한때 통합진보당(현재 해산)이라는 종북 세력을 끌어들였고, 아직까지 반 새누리당만을 외치는 야당으론 대구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차라리 김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당연하다. 여기에선 그게 훨씬 낫지.”
―최근 김 전 의원이 ‘김문수는 대구를 대표할 자격이 부족하다. 유승민이 대선후보감’이라고 언급했는데.
“(허허) 본인이 그런 얘기 할 수 있지. 내가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여기서 한 번도 선출된 적이 없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걸 내가 또 일일이 대꾸하는 것도 안 맞는다. 김 전 의원이 ‘김문수가 대구를 대표할 사람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없지 않느냐.”
―대구 민심은 어찌됐건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려 있지 않은가. 이를 의식해 최근 ‘친박’으로 변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중심으로 새누리당이 뭉쳐야 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소신을 말했을 뿐인데, 언론에서는 ‘친박으로 바뀌었다’ 얘기한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 비박이 사실 의미가 없다. 지금 새누리당이 53% 의석 아니냐. 국회 선진화법으로 60% 의석은 되어야 뭐든 입법이 가능하다. 노동개혁, 공공개혁 등 국가개혁을 추진하려면 우리당 53%가 똘똘 뭉쳐야 한다. 지금은 정치리더십 위기다. 외국을 보더라도 일본 자민련은 63%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100%다.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데 우리만 제자리걸음이다. 지금은 정치리더십의 위기가 상당하다. 위기를 탈출하려면 하나의 방향으로 힘을 실어서 가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에 친박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고 한 것이다.”
―그래도 한때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았는가. 대구 여론이 이를 알고 있을 법 한데.
“박 대통령과 생각이 달랐던 것은 대표적으로 세종시 이전이다. 나는 당시 세종시 이전을 반대했다. 또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것 역시 생각이 달랐다. 박 대통령이 탈당할 때도 나는 반대했다. 우리당의 굉장히 중요한 자산인데 나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그것 외에는 지금은 박 대통령과 나의 생각이 같다. 무엇보다 현 국가위기에 대한 인식이 나와 동일하다. 4대 개혁 필요성도 공감한다. 박 대통령과 한때 각을 세웠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은 당이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아무리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해도 다른 당이다. 그것이 나와 김 전 의원의 차이다. 여론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김문수 전 지사는 당내 친박 비박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박근혜 정권도 이제 임기 반환점을 맞았는데 전반적인 국정 운영은 어떻게 보나. 같은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권과 비교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대체적으로 잘하시지 않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물에 정통했고 박 대통령은 국가관이 뚜렷하다.”
―만약 본인이 국정운영을 한다면.
“나는 둘을 융복합 해야지. 국가관도 확실하면서 실물도 정통해야지 더 잘 풀리지 않겠나 본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장점들을 결합시켜서 한 단계 더 발전된 리더십을 구축해나갈 것이다.”
―현안 얘기를 해보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단연 이슈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공무원 교재로 교과서를 만들어서 배포한 적이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안보를 위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 대구 지역 학부모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공감한다. 국정교과서 지지가 월등하다. 우리 조상이 나쁘다는 식의 부정일변도 교육을 계속 시킬 수 없다는 바람이 큰 것이다.”
―당내 공천룰과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두고 말들이 많다.
“나는 예전부터 오픈프라이머리를 계속 주장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으로서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한 법안을 만든 적이 있다. 부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대표발의를 했는데, 아직도 법안 통과가 안 되고 있다. 국민들은 물갈이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공천룰에 대한 합의는 언제 될지 모른다. 설사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합의를 했다고 쳐도 총선까지 남은 기간이 5개월 채 남짓이다. 정치 신인들에게 절대 불리하다. 빨리 룰을 결정하고 물갈이 폭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당내 공천 특별기구 구성을 두고 친박, 비박계 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인데.
“특별기구 구성은 김무성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본다. 대표가 결국 결정해야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겠는가. 김 대표도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본다.”
―아직 선거구 획정도 안됐다. 의원 정수 조정도 관건인데.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는 비례대표를 줄이자 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건 딱 민심과 반대다. 국민들은 오히려 의원 수를 줄이라고 한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정수를 늘리자고 하는데 택도 없는 얘기다. 비례대표는 줄이는 게 맞다. 비례대표를 누가 뽑나? 국민인가. 당인가. 이것부터가 애매한데 비례대표가 정당성이 있나. 비례대표를 줄이고 농어촌 지역 의원들을 배려해야 하는 게 맞다.”
―총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김부겸 전 의원은 이번에 낙선한다면 정계은퇴까지 각오하고 있다. 만약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각오를 갖고 있나.
반드시 최선을 다해서 이길 것이다. 원하지 않는 결과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은퇴를 떠나 지금은 서로 윈윈 아닌가. 정치하는데 시시한 사람과 붙어봐야 누가 관심이 있나. 김문수, 김부겸 대결이니까 그래도 대구가 뜨겁지.
―만약 대구에서 성공한다면 대권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아직까지는 모른다. 여론이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다. ‘뻔한 승리 아니냐’라고 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고, 그래도 ‘대구를 지켜냈다’ 하면 그만큼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