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가라” VS “니가 가라” 양보 없는 싸움
[일요신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이 다가오는 20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다. 같은 새누리당에서 거물급 두 명이 종로구 출마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구 출마를 권유하는 등 은밀한 회동을 갖기도 했지만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못한 채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들이 ‘종로구 사수 경쟁’을 통해 뜨거운 여론을 조성, 서로의 체급을 높이는 ‘윈윈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내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거물급 인사들의 대결로 종로구는 이미 많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장을 연임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 왔다. 지난 2011년 민주당과의 무상급식 프레임에서 낮은 주민투표율로 시장직을 사퇴했지만 여전히 차기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전 의원은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중진이다. 이 둘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최근 세 번의 만남을 거쳐 서로 다른 지역구에서 출마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에게 잠재적인 대권후보이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이 출마하는 노원 지역구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종로를 양보하고 강남 지역으로 가라며 종로구 사수의 의지를 보였다. 지난주 만남에서 단일화 합의에 실패하고 각자 종로구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진 전 의원
이들이 하나같이 종로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전 의원은 ‘종로의 아들’을 내걸고 있다. 종로 토박이이고 종로구에서 당선된 적이 있는 만큼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상태다. 박 전 의원은 조만간 출판기념회에서 공식적으로 종로구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오 전 시장의 종로구 출마는 대권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종로구는 정치 1번지라고 불릴 정도로 대권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과거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구를 거쳤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종로구를 선호하는 이면에는 또 다른 속내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종로구를 놓고 공천경쟁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체급을 높이고 인지도를 올리는 효과를 키우는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봐야 한다”며 “박 전 의원은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오 전 시장과 경쟁 구도에 놓이면서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있고, 오 전 시장도 종로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권후보로 굳혀 가고 있어 이 둘은 벌써부터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 둘 중 한 사람이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더라고 문제될 것이 없다.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과 경쟁했다는 자체만으로 승산이 있고 오 전 시장은 대권후보이기 때문에 지역구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며 “누가 경선에서 이기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둘이 서로의 체급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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