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의 풍미를 끌어올린 로케이션
제51회 타이페이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과 관객상 수상에 이어 벤쿠버국제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던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 쓸쓸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로케이션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세상의 끝’을 담은 로케이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로케이션 헌팅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세상의 끝’이라는 느낌이었다. 촬영 반년 전부터 로케이션을 찾아 다니던 중 스즈시 오리도쵸 기노우라 해안을 발견했다. 자갈이 깔린 길의 막다른 곳에 바다로 튀어나갈 것 같은 보트하우스가 있고 그 건너편 육지 쪽에는 살짝 올려다 보이는 위치에 민박이 있다는 구성의 이미지를 짰다. 길과 그 길을 따라 있는 말뚝, 민박집 현관에서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나무 계단 등은 영화를 위해 새롭게 만들었다. 여관이었던 민박집 세트는 실내 벽을 철거하고 로비를 만들어 미사키와 에리코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수리했다.
민박에서 보트하우스가 보이는데 여기서 신경 썼던 부분은 ‘아이들의 시점’이었다. 어느 날 미사키라는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 낡았던 보트하우스를 로스팅 커피점으로 바꿔가는 과정, 개조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보트하우스 세트에 민박집 쪽으로 창문을 냈다. 세트는 ①30년 전 아버지가 사용하던 보트하우스, ②30년 후 낡은 보트하우스, ③로스팅 커피점으로 개조하는 과정. ④개조 후 보트하우스 총 4단계의 변화가 필요했다. 각각의 단계를 단기간에 촬영해야 했던 것이 보트하우스 세트의 가장 큰 도전과제였다. 그래서 우선 새 목재를 사용해 보트하우스를 세우고, 그 위에 오쿠노토 전통인 소금을 만드는 소금가마에 사용하는 고재들을 배치했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역순으로 고재를 분리해 나가며 촬영 시의 시간 단축을 도모했다.
디자인 테마 중 하나는 ‘미사키가 아버지를 기다리는 장소’일 것. 바다로 튀어나갈 것처럼 지은 이유도 ‘아버지의 귀가를 옛날처럼 보트하우스에서 기다린다’는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현관을 바다 쪽까지 길게 빼냈고, 끝자락에는 전등을 달아 아버지를 기다리는 미사키의 ‘등대’로 항상 불을 켜 놓았다. 가게 내부에도 바다 쪽으로는 여닫이 창문을 설치해 바닷바람에 떠오르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미사키가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창가에 책상과 의자, 커피 로스팅 기계를 배치했다. 밖에 있을 때도 가게에서 작업을 할 때도 항상 미사키의 뒤에는 어부였던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바다가 있다. 바닥에는 바로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배 정박 공간을 만들었다. 또 한가지 테마는 ‘새 것과 옛 것이 함께 있는 장소’일 것. 시내를 둘러보며 철거하는 집의 지붕 기와나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가구를 찾아 그것들을 일부 사용했다.
한편, 보트하우스 세트장은 촬영이 끝난 뒤 스즈시에 양도해 지금도 기노우라 해안에 남아있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와 커피 가게를 운영하는 미사키와 두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살아가는 싱글맘 에리코가 만들어가는 가슴 따스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커피 한 잔의 깊은 맛과 부드러운 향기에 싸여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세계적 거장 에드워드 양과 허우 샤오시엔의 제자이자 대만 영화계의 신성 치앙시우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영화 <좋아해>,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로 국내 영화 팬들에게 익숙한 ‘일본의 전도연’ 나가사쿠 히로미와 일본 여성들의 최고의 워너비로 손꼽히는 사사키 노조미가 공동 주연을 맡아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다.
서투르게 살아가는 것을 상냥하게 받아들여주는 땅 끝 마을에 위치한 ‘요다카 커피’.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지지 않기 위해, 시들지 않기 위해 오늘 하루도 커피 한 잔에 여유를 느끼며 살아가는 바로 당신과 나의 이야기로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민지현 온라인 기자. gmrfyd00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