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리고 잘되나 보자” “아쉬운건 그쪽일 걸”
중견 가요관계자들은 가요계가 워낙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어 때론 생소한 느낌까지 들 정도라고 얘기한다. 특히 가장 놀랍게 변한 부분은 공중파 방송사와 연예기획사의 관계 변화다. 불과 7~8년 전에만 해도 방송사 예능 PD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TV와 라디오가 새 앨범을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터라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들은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가요계는 급변했다. 우선 TV와 라디오는 인터넷 등에 밀려 유일한 앨범 홍보 통로라는 지위를 잃었고 그 영향력도 크게 약화됐다. 또한 가수들에게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빌미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강요해온 방송국의 행태가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오히려 인기 가수들의 출연이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좌우하며 가수와 그들 소속사의 영향력만 키워 놓았다.
가수들의 경우 새 앨범을 들고 컴백할 때 공중파 방송 3사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야 하고 이는 곧 나머지 두 방송사와의 관계 악화로 연결된다. 또한 반대로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지 못한 가수의 소속사가 해당 방송사에 서운함을 제기하는 상황도 연출되곤 했다. 그렇지만 이런 갈등은 양측의 노력으로 오해를 푸는 수준에서 쉽게 해결되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오해들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만큼 쌓여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요계는 SBS와 YG엔터테인먼트(YG), MBC와 SM엔터테인먼트(SM)의 밀월 구도가 분명했다. 이런 구도는 근본적으로 YG와 MBC의 불화 관계에서 비롯됐다. 사실 YG와 MBC는 오랜 기간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는 YG의 양현석 대표와 MBC의 특수 관계 때문이다. MBC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초기에 큰 도움을 준 까닭에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부분의 새 앨범 컴백 무대를 MBC에서 가졌을 정도였고 이런 인연은 YG로 그대로 이어졌다. 그런데 양 대표와 각별히 가까웠던 한 예능국 PD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이런 구조가 달라졌다. YG가 서서히 SBS와 손을 잡기 시작한 것. 빅뱅의 대성이 SBS <패밀리가 떴다>에 고정 출연하고 최근에는 <강심장>에 빅뱅과 2NE1 멤버들이 연이어 출연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점차 멀어진 MBC와는 심각한 갈등 관계가 유지됐다.
▲ (왼쪽부터)SM 이수만, JYP 박진영, YG 양현석 | ||
이런 구도는 최근 또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쇼! 음악중심> 200회 특집에 YG 소속인 빅뱅의 대성과 승리, 2NE1이 전격적으로 출연한 것. 대성과 승리는 MC 하차 이후 11개월여 만이고 2NE1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MBC <쇼! 음악중심> 무대에 선다.
반면 JYP엔터테인먼트(JYP)는 방송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요관계자들은 그 까닭을 “박진영 본인이 가수로 활동하고 있어 TV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최근 JYP와 MBC의 불화설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2AM은 신곡 ‘죽어도 못 보내’로 컴백해 각종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하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유독 MBC <쇼! 음악중심>에만 5주 연속으로 출연이 무산됐다.
가요관계자들은 그 까닭을 2AM의 리더 조권이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2’에 고정 멤버로 출연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MBC 입장에선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깝권’ 이미지를 형성해 큰 인기를 얻은 조권이 경쟁사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것을 두고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다만 아직 MBC와 JYP 모두 갈등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요즘 2AM의 인기로 볼 때 아무 이유 없이 5주 연속으로 출연하지 않고, 200회 특집에도 불참하는 상황은 이해가 쉽지 않다. 가요관계자들은 이를 서로 갈등이 더 심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장 강력한 갈등 관계를 보이고 있는 곳은 SM과 케이블 음악전문채널 Mnet이다. Mnet은 그렇지 않아도 SM과 몇 차례 충돌을 빚곤 했다. 그때마다 합의점을 찾곤 했던 양측의 관계는 지난해 Mnet 연말 시상식에 SM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동방신기 3인이 출연하면서 완전히 틀어졌다. 당시 SM은 공개적으로 Mnet의 연말시상식 ‘2009 MAMA’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 이들의 ‘2009 MAMA’ 출연은 동방신기 3인이 더 이상 SM 소속이 아님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의미가 됐고, Mnet이 출연 보이콧을 선언한 SM에 초강수를 둔 모양새가 됐다. 한 가요관계자는 “동방신기 3인과 SM의 극적 화해와 같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지금의 갈등이 풀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