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맞는 ‘황-김-우 라인’ 정계도 긴장
김수남 대검 차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황교안-김수남-우병우’ 사정라인이 형성됐다. 연합뉴스
향후 사정라인의 핵심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수남 차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될 전망이다. 황 총리의 경우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총리의 자리에 있지만, 검찰 장악력을 볼 때 사정라인에서 그를 빼놓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황 총리는 이미 취임 초기부터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강력한 사정수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황·김·우’ 라인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게 아니다. 황 총리와 김 차장은 지난 2013년 법무부 장관과 수원지검장으로 만났다. 검찰 안팎에서 ‘잊힌 지 오래된’ 변호사 황교안이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법무장관으로 깜짝 발탁된 후 국정원 댓글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사건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입장을 대변하면서 실세 장관으로 부상하던 시점이었다.
반면 김 차장은 그해 초 고검장 인사에서 물을 먹고 서울중앙지검장이 아닌 수원지검장으로 간 후 ‘더 이상 학업에 뜻이 없는 듯’ 변호사 개업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한창 나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만나게 된다. 이 사건은 두 사람의 운명을 극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황 총리는 실세 장관으로서 자리를 굳히고, 김 차장은 차기 검찰총장을 내다볼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됐다. 그럴 만도 한 게 김 차장은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이석기 전 의원 등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던 사실을 밝혀냈고, 황 장관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김 차장이 지난해 수원지검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때부터 이들의 밀월관계는 더욱 공고해진다. 그러다 같은 해 5월 우병우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 실질적인 ‘황-김-우’ 라인이 형성된다. 특히 김 차장과 우 수석은 과거 4차례나 같은 기관에 근무하기도 했다. 이 관계는 김 차장이 대검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계속된다. 우 수석의 카운터파트너가 김 차장이었고, 황 총리도 김 차장을 통해 김진태 검찰총장과 소통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세 사람의 역학관계를 잘 보라”면서 “우 수석은 황 총리가 법무장관 취임 후 첫 번째로 단행한 검사장 인사에서 물 먹고 옷을 벗었고, 황 총리와 김 차장도 평소 데면데면한 관계였는데 지금은 서로 너무 훌륭한 파트너십을 발휘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권에 대한 충성심, 지역적·이념적 공통점 등이 이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면서 “앞으로는 이 같은 관계가 더욱 단단하고 긴밀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황 총리 제시 4대 개혁안 내에서 고강도 사정 예상
황교안 총리는 취임 직후 공직자, 건설, 아파트 관리, 환경 등의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혁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부처마다 관련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설, 아파트 관리, 환경 등은 사실상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그러나 공직자의 경우 사실상 정치적 숙적을 겨냥한 사정수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와 내후년 대통령선거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공직자들에 대한 사정은 고강도로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사정이야말로 정권 말기 레임덕 속도를 늦추고, 국면을 전환시키는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이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다. 검찰은 이미 이들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상당 부분 입수해 내사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내 친이명박계나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TK지역 의원들도 타깃이 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살생부’가 거론되고 있는 데다, 실제로 공천에서 탈락된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나설 수조차 없을 정도로 손발을 묶어놓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여기에 서울중앙지검에 있는 사건들도 내년부터는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고소·고발사건을 비롯해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 등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은 일상적인 수사라고 하겠지만 매우 고강도로 사정이 진행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특수, 공안, 형사 전 분야가 서로 앞 다퉈 실적을 내기 위한 충성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근호 언론인